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았어!

문학준 목사<크라이스트처치 새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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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성경! 내게는 다소 무게감이 있는 주제다.

1991년부터 시작하여 사역 26년째인 나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과연 내 삶과 사역 중에 성경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가? 목회의 사역은 성경과 아주 밀접하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목회의 교과서가 바로 성경이다. 아니! 이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교과서를 뛰어넘는 것이 성경이 아닌가? 성경은 살아있지 않은가? 성경에서 말씀하신 대로 목회해야 좋은 목사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성경을 알아야 한다. 목사가 성경을 모르면 좋은 목회를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목사인 나는 과연……

이상은 ‘목사와 성경’이라는 주제로 글을 부탁받은 뒤 들었던 제 생각입니다. 물론 중구난방이고 기승전결도 없는 듯합니다. 그만큼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소위 교육전도사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사역해 왔는데, 이 주제 앞에서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공부했고, 그 중 종교개혁의 핵심을 외우기도 했던 자로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종교개혁의 핵심 중 하나였던 ‘오직 성경으로’(라틴어: sola Scriptura)를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게다가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니 말입니다.

저는 부교역자 사역을 아주 오래 한 편입니다. 한 2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담임목회 경력은 짧습니다. 올해로 4년 차입니다.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가 안고 있던 오래된 문제들을 마주 대하게 되었습니다.

담임목사인 저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예배 인도와 설교, 목양(Pastoral care), 교회 행정 등, 그리고 오래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그것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중압감이, 그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담감이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다시 짐 싸서 가고 싶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말이죠.

새로운 시작에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적응을 잘 못했나 봅니다. 3개월째인가, 중압과 부담감으로 한계에 도달했던 것 같습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지역의 한 교회가 좋은 강사를 초청해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솔직히 참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참석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담임목사로서 광고한 것도 있고 하여 참석했는데, 그 날 하나님께서 저를 만져주셨습니다.

그 분의 눈물 섞인 호소 중 하나였던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예수님을 믿은 것입니다.” 라는 말씀이 저의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그 시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이상한 일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 견뎌지는 겁니다. 힘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담임목사로서의 사역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수 있었습니다. 견뎌지고 힘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 왔습니다. 근 일 년의 시간 동안 노력할 수 있었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회의감은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 성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설교를 위한 성경연구! 제가 여태까지 잘해오던 방법입니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연구하던 성경, 어떤 목적을 위해 석의(釋義, Exegesis)하던 성경,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사역을 위해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보다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짧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령 충만한 교회, 교회의 존재목적을 이루는 교회, 동역하는 교회, 재파송하는 교회, 칭찬받는 교회.

사실, 다 아는 내용일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저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 답을 얻기까지 약 한 달을 보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는 어떤 것이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해졌습니다.

이전에는 견뎌지고 힘이 나더니, 이번에는 생각과 마음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의 문제들이 한 방(?)에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그 문제들이 저를 흔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고 영접하여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을 얻게 되는 것(로마서8:1,2), 더불어 문제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것, 모두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입니다.

벌써 이런 말을 하기에는 짧은 기간임을 압니다. 그러나 두 가지로 담임목사 사역을 표현해본다면, 설교의 횟수가 많아진다는 것, 그리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설교의 횟수가 많아지니, 그만큼 성경을 보고 연구해야 하는 시간도 현저히 증가합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저로 하여금 성경을 계속 보고 연구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것입니다.

성경을 가까이 하여야만 하는 사역! 하나님이 공식적으로 하게 하신 은혜의 장치입니다. 성경을 통해 깨닫게 되면 될수록 내가 져야 하는 책임이 가벼워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설교를 준비하다 보니, 그 전 주일 성도들과 함께 나눈 말씀을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목사로서 또 하나의 부끄러움입니다. 그러나 나는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말씀과 말씀을 연결해주신다는 것이 요즘 저의 고백입니다.

저는 연약합니다. 그래서 제가 스스로 연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살아 움직임을 체험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