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왜들 이러신데유,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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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난 일본놈들 싫어서 지금까지 일본 안 갔다. 이 나라 저 나라 많이 다녀봤는데 일본은 아예 갈 생각도 안 했어. 근데 지금 나랑 일본 가자구?”

“어이구, 이모~! 목사님이 그러시면 안되죠!
세계 각국을 다 돌아다니시는 분이 일본을 안 가보셨다니 그렇게 나라를 차별하면 안돼요~”

한국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더니 스페셜로 싸게 나온 표가 있는데 그 표 조건이 제3국을 꼭 들려야 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중국, 일본!
이 세 나라 가운데 한 군데는 필수로 가야 하는데 어느 나라를 갈까 망설이다가 가장 가까운 일본을 가기로 했습니다.

결혼 전에 단기선교로 일 년 가까이 머물렀던 필리핀을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인지라 할 수 없이 가까운 일본을 선택하게 되었지요.

“너 한국 들어 오면 이모 좀 데리고 여행 좀 다녀라.”

칠순이 넘어서도 목회를 하고 계신 이모 말이 생각나
일본에 모시고 갈까 해서 연락을 드렸더니 발끈하시며 일본놈들 싫어서 일본에 안 가시겠다고 합니다. 참내…!

목사님이 왜 그러시냐고,
우상의 나라에 가서 땅 밟기를 하며 기도도 해주고,
그 놈(?)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봐야지 않겠냐고…

나의 설득에 마지못해 따라나선 이모가 정작 그날엔 제일 신이 납니다.

컵라면에, 밑반찬에, 간식에 일용할 양식만 잔뜩 여행용 가방에 채워 온 이모는 나리타 공항에 도착 순간부터 몹시 배앓이를 시작합니다.

“야, 일본이 잘 사는구나. 왜 이놈들은 이렇게 잘 사는거냐? 남의 나라 쳐들어와 그렇게 못되게 하구선 이렇게 잘 살아? 어이구, 배야! 어이구, 배 아파라! ”

목사님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해도 배가 아픈걸 어쩌겠습니까?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가는 내내 이모 배는 나을줄을 모르고 갈수록 더욱 아픕니다.

거리를 다닐 때도,
전철을 타고 갈 때도,
백화점을 둘러볼 때도,
이모 배앓이는 나을 기색이 없습니다.

그런데요…

아무나 붙잡고 길을 물어보아도
어떤 택시를 타도
“하이! 하이!”
친절해도 너무도 친절한 그네들의 국민성(?)을 알아가면서 이모의 아픈 배는 점점 치유가 되어갔습니다.

“근데 사람들은 왜 또 이렇게 친절하냐? 사람들 참 순박하고 친절하네. 그래, 사람들이 나쁘겠냐? 역사가 슬픈 거지”

그들이 밉고 그 나라가 싫어서
머리도 안 돌리고 싶었던 이 땅!
발도 딛고 싶지 않던 그 나라를 위해…

밤이면 다다미 방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눈물로 기도하며
미움을 사랑으로,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땅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뭐든 넘쳐납니다.

“야, 북한 때문에 우리나라가 불안 불안하다.
아침마다 기도한다. 북한의 그 놈(?) 좀 데려 가시라고.”

헉! 왜들 이러신데유, 다들~

“어이구, 언니~! 권사님이 그러시면 안되지이~!”

지금은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해 정말로 기도할 때입니다.
하나님, 그 놈(?) 좀 데려가 주세요!
그런 기도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