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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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문기사들을 보면 지난 5월 18일에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대한민국 광주시에 소재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이번 기념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시를 내린 당사자인 문 대통령도 참석자들과 함께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본래 그 노래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한 남성과 노동운동을 하다가 사망한 한 여성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가사의 원작자는 백기완씨이고, 황석영씨가 적절하게 편집을 했으며, 작곡가는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씨입니다.

1997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승격이 되면서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거행했으며, 2008년까지 기념식 말미에 참석자들이 제창 형식으로 함께 불렀습니다.

그러던 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9년부터는 식전 순서로 밀려났으며, 박근혜 정부는 아예 기념식 중 제창을 폐지하고 합창단의 합창으로 대신하게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그 운동의 정신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곡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진보측은 그 노래를 기념식에서 제창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보수측은 체제에 대한 저항의 정신이 선명한 노래가 달가울 리 없으며, 더군다나 종북 논리까지 더해져 신경질적으로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자 바로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를 내려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보수측의 이의제기와 반대가 있었지만 지난 기념식에서 공식적으로 제창되었습니다.

그 기사들을 보면서 교회를 생각해봅니다. 대다수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회는 철저한 정교분리의 원칙을 신봉합니다. 정치와 종교 그리고 국가와 교회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국가와 정치는 현세적인 행복, 종교와 교회는 영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그 둘은 서로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침묵했습니다. 침묵한 것만이 아닙니다.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희생시킨 한 전직 대통령의 조찬기도회에 초대된 목회자들은 그를 위한 축복의 기도를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탄핵된 박근혜 전대통령을 지지했고, 그녀가 위기를 만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후원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목사는 그녀를 가리켜 영국의 대처 수상보다 더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언급하지 않았으니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 교회는 왜곡된 개인주의적 기복 신앙에 집중했습니다. 복 많이 받아서 잘 먹고 잘 사는게 최고의 은혜라 여기며 모여든 사람들로 교회는 점점 대형화되었습니다.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모이는 수퍼 교회들이 곳곳에 탄생했지만 교회는 건물을 늘리고, 땅을 늘리고, 교인을 늘리는 일에 열을 올렸습니다. 어쩌면 교회는 본회퍼가 지적한 값싼 은총만을 전했는지 모릅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나“산 자여 따르라”는 그 노래의 마지막 가사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부활의 생명이 되신 주님이 내 안에 계신데 우리는 왜 자기의 십자가를 그리고 이 사회의 십자가를 지고 그 분을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분의 주권과 통치를 교회 안에서만 고백하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