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화산 그리고 협곡과 해안을 달리는 기차

남섬, 트랜즈 알파인 기차

크라이스트처치 떠나 아서스패스에서 쉬었다가 그레이마우스로 가는 트랜즈 알파인

뉴질랜드 여행하면 대부분 비행기와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한다. 다음으로 배와 기차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배보다 기차를 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의 기차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신선하고 새롭다. 뉴질랜드 그레이트 트레인 트립스(New Zealand Great Train Trips)가운데 북섬과 남섬의 대표적인 기차여행은 노던 익스플로러와 트랜즈 알파인이다.

북섬 화산지대를 지나가는 노던 익스플로러(Northern Explorer)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Auckland)에서 해밀턴과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을 들러 오하쿠네와 파머스톤 노스를 지나 웰링턴(Wellington)으로 가는 노던 익스플로러(Northern Explorer)가 있다(www.kiwirailscenic.co.nz/northern-explorer).

중간의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기차가 큰 동그라미(Raurimu Spiral)를 그리며 화산지대를 통과한다.

남섬 빙하지대를 통과하는 트랜즈 알파인(The Tranz Alpine)
뉴질랜드 남섬 캔터버리의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떠나 아서스패스(Arthur’s Pass)에서 쉬었다가 웨스트 코스트의 그레이마우스(Greymouth)로 가는 트랜즈 알파인(The Tranz Alpine)이 있다(www.kiwirailscenic.co.nz/tranzalpine). 중간의 아서스패스는 당시 오티라(Otira) 철도터널공사의 중심지이었고, 지금은 산악 등산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남섬의 협곡지대를 돌아가는 타이에리 고지 레일웨이(Taieri Gorge Railway)는 더니든(Dunedin)에서 푸케랑이(Pukerangi) 또는 미들마치(Middlemarch)까지 간다(www.taieri.co.nz).

그리고 지난 지진으로 운행이 중단되어 2018년 후반기에 새롭게 시작할 남섬의 해안지대를 달리는 코스털 퍼시픽(Coastal Pacific)은 픽턴(Picton)에서 크리아스트처치까지 운행한다(www.kiwirailscenic.co.nz).

평원 지나 계곡을 달려 고산의 터널 지나 해안에 이르는 기차에 몸을 싣고
금도 지구별에서 가장 원초적인 화산활동이 있는 젊은 땅, 뉴질랜드. 오늘도 만년설을 이고지고 선 서던 알프스에는 빙하가 흐른다.

화산으로 일어선 산과 산 사이에는 협곡이 펼쳐져 있다. 산허리를 붙잡은 자락에는 들이 이어지고 눈 덮인 산에서 흘러내린 차고 시린 물은 고랑을 내고 개천으로 이어지더니 강을 이루어 바다에 이른다.

거칠고 황량한 산내들을 지나는 낯선 길이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은 기찻길을 만난다. 댕댕거리며 울리는 쇠종소리와 함께 차단기가 내려지고 곧이어 기차가 다가온다. 기찻길을 따라 철마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달린다.

기차여행은 철길을 달리는 철마에 의지해 몸으로 전달되는 리듬이 생체주기와 비슷해 더욱 편안하고 안정되게 느낀다. 이러한 리듬감은 낯선 풍경에서 오는 자극을 통해 사유와 사색을 하게 된다. 사람과 사물도 새로운 시작에서 바라본다.

기차는 때로는 영감을 준다. 안토닌 레오폴트 드보르자크는 어려서 기관차를 처음보고 기차를 좋아하게 되었다. 날마다 기차역에 나가 기차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차를 좋아한 드보르자크는 기차소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세계로부터 교향곡 9번 E단조 4악장 앞부분에 증기기관차의 발차소리를 서주에서 현악기로 시작하자마자 금관악기로 테마연주를 한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이 곡을 한번 들어보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E단조 4악장을 들어보라

캔터버리 평원을 달리는 기차는 협곡을 따라 지나가다가 73미터에 이르는 스테어케이스 바이어덕트(the Staircase Viaduct, 고가교)를 천천히 덜컹거리며 지나갈 때 펼쳐지는 풍경은 아름답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험한 산자락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은 도도히 흐르고 시원한 바람은 기차로 다가온다.

터널을 지나온 기차는 고가교를 넘어 낯선 자연 풍광 속으로 들어간다. 디젤엔진 2량이 이끄는 기차는 전망을 할 수 있는 칸과 객실용 4칸을 이어달고 카페 칸도 붙여 서쪽 해안 도시 그레이마우스를 향해 달린다.

산과 산 사이에 광활하게 펼쳐진 강안을 달리던 기차는 와이마카리리(the Waimakariri)강의 철교를 조심스럽게 건넌다. 푸르고 푸른 강물이 지나가는 기차를 배웅한다. 친구로, 가족으로, 단체로 온 여행객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기차에 혼자 탄 여행객은 창가에 기대어 스쳐가는 풍경에 눈길을 준다.

기차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하여 그레이마우스까지 가는 동안에 4개의 고가교를 지난다. 다리가 있는 곳마다 결코 찻길에서는 볼 수 없는 경이로운 장관들이 연출된다. 사진에 담는 것도 좋지만 마음의 사진기로 찍어 가슴에 저장하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삶의 여정 가운데 힘들고 지칠 때마다, 외롭고 쓸쓸할 때가 오면 가끔씩 꺼내보며 추억으로 다가가는 기차여행이 더욱 인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8,5킬로미터를 파내려 간 오티라(Otira)철도터널
기차는 오전 10시 52분, 중간역인 아서스패스에 도착한다. 잠시 내려 쉼을 가지고 기차역을 걸어보라. 초기 철도건설을 위해 조성된 작은 마을은 사람이 머물다떠난 흔적만 남아있다. 서던 알프스 사이에 있는 아서스패스는 철도노동자들이 떠난 자리에 산에 오르는 산악인과 가던 길에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이 되었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아서스패스 국립공원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거칠고 원시적인 산림은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찾아온 여행객을 붙잡는다. 가만히 구름과 바람 그리고 안개와 가랑비가 전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우려 보라.


서던 알프스의 험산 준령 지나 도착한 아서스패스역

잠시 멈춘 기차는 서던 알프스의 험산 준령을 넘을 수 없어 길고 긴 터널인 8, 5킬로미터의 오티라터널을 15분 동안 달린다. 기차는 캔터버리에서 웨스트코스트로 가는 동안 여러 터널을 통과한다.

트랜즈 알파인의 서쪽 해안의 종점인 그레이마우스
오후 1시 5분, 기차가 그레이마우스 종착역에 도착한다. 트랜즈 알파인은 1일 왕복하는 기차로 그레이마우스에 1시간을 머물다가 다시 오후 2시 5분에 출발하여 크라이스트처치에 오후 6시 30분에 도착한다.


웨스트코스트의 중심도시인 그레이마우스역에 도착해

그레이마우스(Greymouth)는 그레이 리버(Grey river)의 입구(Mouth)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뉴질랜드 남섬의 서쪽 해안(The West Coast)지역으로 웨스트랜드로 불리운다. 그레이마우스는 남쪽의 죠셉과 프라츠 빙하지역을 거쳐 퀀스타운이나, 북쪽의 웨스트포트를 지나 넬슨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또한 초기에는 금광지역으로 개발되었다.

이곳은 마오리어로는 파 마웨라(Pa Mawera, 넓게 펼쳐진 강 입구)이다. 이 지역은 마오리의 그린 스톤(Green Stone, 녹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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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