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나귀가 나타나는 날

제6장 꿈꾸는 나귀, 발람, 어린양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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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귀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잇사갈은 야곱의 열두 아들 중 한 명이었지. 방금 우리가 왼 주문은 야곱과 모세가 죽기 전, 각각 잇사갈에 대해 예언한 내용이야. 야곱은 잇사갈을 건장한 나귀라고 불렀고, 모세는 그 건장한 나귀 잇사갈을 향해 모래에 감추어진 보배를 흡수할 것이라며 축복했지.”
아빠 나귀는 자신의 설교가 희망을 머금자 스스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나귀는 인간을 위해 죽도록 봉사만 해오고 있어. 그러나 언젠간 그 모든 고생이 끝나고 나귀가 이 세상을 다스리는 시대가 올 거야. 그 증거로 하나님은 엄마 나귀에게 이 삼손의 나귀 턱뼈를 선물로 찾게 해주셨지. 당신이 그 일에 대해 다시 간증해주겠소?”

엄마 나귀가 일어나 그 때 일을 설명했다.
“그건 한마디로 기적이었어요. 매일같이 걷는 산길에서, 그 전엔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이 턱뼈가 난데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에요. 순간적으로‘삼손의 나귀 턱뼈다!’하는 영감이 뇌리를 스쳤지요. 전 얼른 그 턱뼈를 물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겼다가 다음날부터 조금씩 조금씩 옮겨와 마침내 이 축사에까지 들여오게 된 것이에요.”

아빠 나귀는 이 간증이 언제 들어도 은혜로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빠, 근데 그런 나귀의 시대가 언제나 열리게 되는 거에요?”
아뿔싸, 새끼 나귀는 지금이 설교 시간이란 걸 깜빡한 모양이었다. 설교 시간에 질문을 하다니! 그러나 아빠 나귀는 그런 모습조차 귀여운 듯 미소를 띠며 대답해주었다.
“발람의 나귀가 다시 나타나는 날, 위대한 나귀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
이 말에 축사 안은 물론, 헛간에 있는 아벨 일행마저 일순간 긴장 속에 휩싸여들었다.
“더 쉽게 설명해줄께. 이집트를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인 가나안을 향해 진격하던 중에 모압 땅을 지나가게 되었어. 모압 왕은 겁이 나서 발람이라는 예언자를 불러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해달라고 요청했지. 발람은 하나님이 그걸 원치않으신다는 걸 알았지만, 재물의 유혹에 이끌려 결국 모압으로 향하고 말았단다. 그때 길 떠나는 발람을 태운 짐승이 다름아닌 나귀였지.”

아빠 나귀는 여기까지 말한 뒤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듯 침을 꼴깍 삼켰다.

“하나님께선 발람에게 화가 나셨단다. 천사를 시켜 발람을 가로막으셨지. 발람 눈엔 천사가 보이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나귀 눈엔 천사가 보였단다. 나귀가 피하자 발람은 나귀를 때렸어.”

아빠 나귀는 이 대목에 이르자 도저히 울분을 못이기겠다는 듯 화난 목소리가 되었다.
“하나님이 나귀의 입을 열게 하셨어. 나귀가 발람에게 물었어.‘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 이렇게 때리시는 겁니까?’그 때 하나님이 발람의 눈을 열어 천사를 보게 하셨단다. 발람은 칼을 빼고 길에 서 있는 천사의 모습을 보고 땅에 엎드렸어. 천사는 만약 나귀가 비켜서지 않았다면 내가 당장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려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이제 아빠 나귀의 설교가 끝나가고 있었다.

“언제 나귀의 시대가 열리는지 물었니?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발람을 가로막은 나귀. 천사를 볼 수 있는 나귀. 곧 <말하는 나귀>가 다시 나타나는 날, 우리 나귀의 위대한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야. 그래서 아빤 너의 이름을 발람이라고 지었단다. 난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위대한 나귀의 등장을 우리가 기도하길 바래!”

이 말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던 염소 아사셀이 그만 헛간에 있는 사발그릇을 발로 차고 말았다. 쨍그랑 소리가 나자, 아빠 나귀가“누구야?” 하며 축사를 뛰쳐나왔다.
자기들의 비밀스런 종교행사를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걸 알게 되면 저들이 어떻게 나올까? 겁이 나서 죽으라고 뛰었지만 쫓아오는 나귀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그러자 안되겠다 싶었는지 앞서 가던 비둘기 샬롬이 방향을 홱 틀더니 거꾸로 나귀 쪽으로 향해 날아가며 소리쳤다.

“계속 달려!”

샬롬은 나귀들의 눈 앞에서 왔다갔다 날아다니며 그들을 교란시켰다. 이 탓에 나귀들은 어쩔 수 없이 주춤거렸다. 그러는 사이, 아벨 일행은 무사히 우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