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상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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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느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것은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랜덤 상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랜덤 소비 문화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소비자가 제품의 종류를 정확하게 지정해서 구입하는 게 아니고 운에 맡긴 채 구매를 하게 되는 소비 형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한 여성은 두 가지 화장품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어떤 제품을 배송받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랜덤 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배달된 후 하나는 기능성 화장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잡티 제거용 비비 크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능성 화장품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평소 필요했던 비비 크림을 받게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랜덤 상품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올 1-2월 사이 랜덤 상품의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0%가 증가했고, 상품 종류도 전보다 더 다양하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랜덤 상품을 사는 이유는 재미와 안전, 모두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무작위성이 주는 재미도 있고, 랜덤 상품이 실제 소비자 가격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받게 되더라도 크게 염려할 것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또는 구입 후 당첨되지 않으면 로또를 구입한 돈을 손해보게 되지만 랜덤 상품은 그럴 일은 없습니다. 비록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자신이 결재한 돈 만큼의 상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습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챠 샵’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합니다. 가챠 샵은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려서 인형이나 악세사리가 담긴 캡슐을 뽑는 기계를 배치한 가게를 말합니다.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형이 되었습니다.

인형 뽑기와는 다릅니다. 인형 뽑기는 그야말로 복불복입니다. 만약 인형을 뽑지 못하면 돈을 다 잃게 됩니다. 하지만 가챠샵은 다릅니다. 비록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을 수는 있지만 캡슐이 떨어지는 순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맛보며 어떤 것이든 보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아들이 새로 출시된 레고 피규어가 사고 싶다고 해서 가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총 16개의 새로운 피규어가 똑같이 생긴 플라스틱 백에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그 포장만 보고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피규어 그림을 보고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면서 골라야 했습니다. 그러다 실수하면 똑같은 피규어를 사게 됩니다. 그야말로 랜덤 상품의 하나였습니다.

신문 기사는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허황된 꿈을 꾸기 보다는 좀 더 확실한 희망을 품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로또로 대박이 나는 것은 그야말로 허황되지만, 랜덤 상품은 확실하게 보장된 행운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그런 작은 행운이라도 누리고 싶은 소박한 욕구가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밝은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 그런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암울함의 부담과 무게를 생활 속 작은 희망들을 통해서라도 덜고 싶어할만큼 말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성경구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이 구절의 영어성경을 직역하면 “여호와를 의지하는(hope in) 사람은 새 힘을 얻게 될 것이다”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우린 이 우주보다 더 거대한 희망을 소유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