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언제 놀이동산 가요? 놀이동산 간다고 비행기 타고 왔는데 왜 놀이동산 안가는 거에요?”
“무슨 말이니? 우리가 언제 놀이동산 간다고 비행기 타고 왔는데?”
“서울랜드, 에버랜드, 두리랜드, 뉴질랜드! 뉴질랜드 놀이동산 온 거 아니에요?”
아, 이제야 아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뉴질랜드로 떠나오기 전 이제 우리 식구는 비행기 타고 뉴질랜드 간다고 했더니 어린 아들이 뉴질랜드가 서울랜드처럼 놀이동산인 줄 알았나 봅니다.
“아아~, 아들아! 뉴질랜드는 놀이동산이 아니라 뉴질랜드라는 나라 이름이야.”
“네? 뉴질랜드가 놀이동산이 아니라구요? 엉엉엉! 그럼 여기는 뭐하는덴데요? 나는 디지니랜드 놀이동산 같은데 가는 줄 알고 비행기에서도 잘 참고 왔는데. 난 놀이동산 가고 싶어요, 엉엉엉!”
서울랜드, 에버랜드 놀이동산에 몇 번 데리고 다녀 왔더니‘~랜드’하면 무조건 놀이동산인 줄 알았나 봅니다.
“엉엉엉! 그럼 내가 친구들한테 거짓말 하고 온 거네요. 나 비행기 타고 뉴질랜드 놀이동산 간다고 자랑하고 왔거든요. 애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자기들은 서울랜드 밖에 안 가 봤는데 너는 새로 생긴 뉴질랜드 놀이동산에 비행기 타고 가니 얼마나 좋냐구요. 내가 완전 뻥친거네요. 엉엉엉”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인사 드리는 마지막 날에도 선생님께 뽐내며 인사를 했나 봅니다.
“선생님, 우리 뉴질랜드 가요. 신나겠죠? 선생님도 같이 놀러 가면 좋을 텐데…… 으쓱!”
그랬던 어느 목사님 아들이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신나는 놀이동산 다 포기하고 뉴질랜드 선지동산에서 말입니다.
저 역시, 지도를 펼쳐 놓고 뉴질랜드를 찾아 보기 전에는 네덜란드 옆에 있는 나라인 줄 알았습니다.
키위교단에서 한인목회자로 초청 소식이 왔을 때 뉴질랜드가 유럽 한 귀퉁이 나라로 생각을 했지 이렇게 남태평양 한 가운데 덩그러니 홀로 놓여 있는 길고 흰 구름의 나라인줄은 몰랐었지요.
늘 마음 한 켠에서는 이 코딱지만한 시골나라에 데리고 온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리 큰 잘못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섬나라에 나를 유배 보낸 듯한 하나님이 얄밉기도 했습니다.
늘 마음과 생각은 남태평양 너머의 큰 나라를 갈망하고, 화려하고 웅장한 도시를 꿈꾸며 많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유배지 같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생각도 참 많이 했더랬습니다.
하루 하루, 한 해 한 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난 자연스럽게 뉴질랜드 코위가 되어 갔고, 하나님 보내신 계획 안에 차분히 길들여(?) 가고 있었습니다.
화려했던 모습은 세월 따라 세월의 옷을 입고, 세월의 나이를 머금으며 섬나라 사람을 닮아갔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나를 이곳에 보내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나보다 앞선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천방지축 내가 여기가 아니면 사람 될 것 같지 않아서 유배지 같은 섬나라에 보내신 거겠지~. 참 속 깊으신 하나님이셔.”
그런 세월이 이제 막 20년이 지났습니다.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내 속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야 함에도 없는 것이 무엇이며, 내게 없어야 함에도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알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내게 있어야 함에도 없는 것!
내게 없어야 함에도 있는 것!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