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다시 접하게 된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 in the similitude of a Dream)은 고생을 모험으로 묘사하며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었다. 그때 그 인상은 천로역정에 대한 다른 시각을 심어주었다.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은 옥중에서 이 소설을 썼다. 존 번연은 찰스 2세가 영국 국교회를 제외한 기독교 교파들을 탄압하던 시절 허가 없이 복음을 전한 혐의로 12년동안 투옥되었다.
그는 자신의 신앙적인 열정을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풀었다. 그가 천로역정 안에서 한 사람이 꿈을 꾸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다시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는 것은 그가 감옥에 있지만 그의 영혼은 주님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장소의 지명은 다 성경적인 연관성이 있고 그것에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숨기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의도적으로 해석해준다.
천로역정의 주인공은 ‘크리스천’이다. 처음 크리스천을 보았을 때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었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 그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울며 몸을 떨더니, 견디다 못한 그는 마침내 슬프게 통곡하면서 ‘난 어쩌면 좋아?’하고 말했다.”
크리스천이 읽은 책은 성경책이다. 그 성경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난 어쩌면 좋아?”하는 절망감과 공포감이 생겼다. 이것은 이 소설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접했을 때 취하게 되는 반응이다. 크리스천이 살았던 ‘멸망의 도시’는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를 정의한 것이기에 그 멸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크리스천의 애절한 갈망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크리스천은 전도자를 만났고 그로부터 길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겪은 끝에 크리스천은 십자가 앞에 이르게 된다. 그가 그 앞에 이르자마자 그가 힘겹게 지고 있었던 무거운 짐이 저절로 벗겨져 몸이 가벼워진다.
광채가 나는 세 사람이 나타나 인사를 하고 축복을 해준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은 ‘당신의 죄는 사함을 받았소’하고 말한다. 다른 한 사람은 크리스천이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기고 새 옷을 갈아 입히고, 마지막 한 사람은 크리스천의 이마에 표를 붙여주고는 도장이 찍힌 족자 한 개를 주며 길 가면서 읽고 하늘나라 대문에 이르러 제시하라고 말을 해준다. 이렇게 십자가 아래서 무거운 짐을 벗은 크리스천은 더 많은 일들을 만나고 나서야 하늘나라 대문에 이르게 된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 있다. 먼저는 ‘신의’라는 사람이다. 크리스천은 신의를 만나 함께 동행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허영’이라는 마을에서 그들이 감옥에 갇히고 여러 고초를 겪은 후에 신의가 사형을 당하므로 그들의 동행은 끝이 난다.
존 번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 상을 이 소설 속에서 그리고 있다. 그는 복음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감옥에 갇히고 죽어야 했던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크리스천은 신의가 죽은 후에 다행히 감옥에서 탈출을 하여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그 중에 두 번째 동행자를 만나는데 그가 바로‘희망’ 이다. 희망은 ‘크리스천과 함께 하늘 문에 들어갈 때까지 함께 하고 있다. 크리스천 옆에는 항상 그와 동행하는 동행자가 있었다. 희망이 크리스천과 끝까지 가서 하늘 문에 들어갔다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희망’이라는 것이 성도들에게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그가 비록 감옥에 갇혀 사면으로 벽이 있고, 빛이 없는 절망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붙들었다. 그 희망이라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산 소망’이라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천로역정은 1부와 2부로 되어 있다. 한번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1부가 쓰여지고 나서 6년 뒤에 2부가 완성되었다. 저자가 1부를 쓰고 나서 다시 펜을 들어 6년 후에 2부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천 자신뿐 아니라 그의 아내와 아들들까지 그의 길을 따라 천국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마음이 맞는 그리스도인들을 만나는 것마저도 어려운 분들이 있다.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얼마나 주님이 세세하게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인도하시는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감옥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는 희망을 보았듯이 우리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 때문에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