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예수

예수가 그리스도다

오순절이 지나자 예수가 죽은 후에 뿔뿔이 흩어졌던 그의 제자들이 웬일인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라반의 아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산헤드린 공의회 앞에서 베드로를 볼 수 있었다. 베드로는 나면서부터 앉은뱅이인 걸인을 예수의 이름으로 걷게 한 기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베드로는 놀라운 말을 하였다.

“예수님 외에는 다른 어떤 이에게서도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온 세상에 우리가 구원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주신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 라반의 아들은 갑자기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휙, 하고 걷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예수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그렇다면, 그날 예수께서 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모두 나눠주라고 했던 것은 돈으론 영생을 살 수 없음을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나? 돈이 희망일 순 없다는 것. 결국 예수는 자신만이 구원의 길임을 알려주려했던 것인가?’

라반의 아들은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즉시 산헤드린을 떠나 공회에서 풀려난 베드로를 찾아 길을 나섰다.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도 많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장주인 라반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양 한 마리 준비해줘요.”
“예, 일등품으로 보내드릴께요.”
성전에선 여전히 제물로 쓸 짐승을 찾았고, 라반은 변함없이 제물 장사 덕분에 돈을 벌고 있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먼저 염소 아사셀. 그 녀석은 이제 없다. 제물로 맨 먼저 바쳐졌기 때문이다. 어느날 꿈 속에서 아벨과 장난치며 히히히, 잠꼬대를 하던 아사셀은, 그 웃음을 마지막으로 라반의 손에 끌려가 피를 흘리며 죽었다. 아사셀은 죽어가면서도 예수님을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기뻐했다. 더 이상 저주받은 목숨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편안히 눈을 감았다.

예쁜 암양 술람미도 죽었다. 그녀는 그날 아벨과 첫 키스를 했었다. 그러나 밤새 가슴이 콩당거려 한숨도 자지 못했던 술람미는, 첫 키스의 감촉이 입술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날 새벽 제단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목에 칼이 들어와 피가 흘러내릴 때, 똑똑 떨어지는 핏방울마다 아벨의 이름을 아로새기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숫양 아벨도 마침내 제물이 되었다. 아벨은 온몸에 맥이 풀려가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최후를 눈물로 지켜보던 비둘기 샬롬에게 이렇게 물었다.

“샬롬! 예수님이 진짜 그.리.스.도. 였다면…그래서 그의 죽음으로 더 이상 우리가 제물이 되지 않아도 되는 그날이 이미 온 것이라면…오늘 나의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비둘기 샬롬은 아벨에게 이렇게 외쳤다.
“아벨! 예수님이 진짜 그리스도라면, 넌 그분의 나라에서 영원히 살아있게 될거야.”

아벨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남았던 비둘기 샬롬도 끝내 사냥꾼의 올무에 걸려 산비둘기 제물로 바쳐지고 말았다. 샬롬은 제사장이 머리를 비틀어 끊기까지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며 구.구.구. 열심히 고백했다.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맞다구. 문제는 짐승들도 다 아는 사실을 인간만 모르고 있는 것이라구. 인간의 진짜 문제가 뭐냐구? 그건 그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라구!”

어느날, 라반은 외출한 아들의 방을 지나다가 문득 책상 위에 놓여진 낯선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편지를 집었더니 제목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히브리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 이 편지의 수신인이 히브리 사람들이란 뜻인가? 라반은 빙긋 웃음이 났다.
‘후훗, 그럼 내가 읽어도 되겠군. 나도 히브리 사람이니까.’

그런데,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라반은 어느새 꽁꽁 얼어붙은 듯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느 대목에 눈길이 이르자, 그만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것이었다. 그는 망연자실하며 촛점잃은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사장마다 매일 서서 섬기며 자주 같은 제사를 드리되 이 제사는 언제나 죄를 없게 하지 못하거니와, 오직 그리스도는 죄를 위하여 한 영원한 제사를 드리시고 하나님 우편에 앉으사”

“이것들을 사하셨은즉 다시 죄를 위하여 제사드릴 것이 없느니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