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카페

국수는 언제나 먹지, ㅂ샘? ㅅ샘은 2년 전에 결혼했는데 애가 곧 셋이 된데. 밀알봉사자 선배인 그녀를 빗대어서 결혼을 부추기는 프로모션이라 할까? 아이고 목사님도 거짓말을 하시네요. 결혼 2년 차에 애가 셋이나 된다니. 개콘하시나요. 호호호!! 혼기가 꽉 찬 언니의 함박 웃음에 교실은 금새 밝아진다. 사람 좋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ㅎ샘이 능글대며 대화 판에 끼어든다. 우리 목사님이 거짓말을 하시다니. 그게 말이 돼?
사연인즉 이러하다.

결혼하면서 허니문 베이비로 첫 아들을 낳았다. 지난 여름 무더위로 한참 고생을 하고 나니 체중이 3킬로나 빠졌다. 내심으로 다이어트도 되어서 좋아했다. 그런데 며느리 고생한다고 시어머니랑 병원에 간 게 사건의 발단이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며 차 한잔씩 나눈다. 반도 비우지 못한 찻잔을 미루어 두고 시어머니께서 주치의 방으로 들어 가신다.

검사지를 받아 들고 나오시는 시어머니의 입이 귀까지 걸린다. 아이고 아가 이게 웬일이니. 글쎄 집안에 경사가 났다.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말에 어색하다. 시어머님 왈, 동이래 동이 하신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금방 뭔가 감이 잡힌다. 설마, 내가 쌍둥이를 가졌다고? 이렇게 되어서 2년만에 3명의 자녀 출산의 전말은 풀어진 것이다.

달포 전이다. ㅅ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금년 여름에는 더위로 유난히 고생이 많았단다. 그래서 아들 하나 기르기도 벅찼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는 전언이다. 사연을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경상도 버전으로 하는 그녀의 이쁜 투정이다. 우짜믄 좋노. 하나도 기르기가 얼마나 힘든데. 이게 뭐꼬. 팔자에도 없는 동이라니. 쌍 코피 나게 생겼다 아이가. 혼자 주전거리는 그녀를 향하여 멘트 한마디를 날린다.

화려한 투정이다. 치워라 치워. 남들은 얼라 하나 갖기도 어려운데 니는 무슨 팔자가 그렇게도 좋아서 첫 번 안타에다가 홈런포로 동이를 날리는가 말이다. 투정을 말거라. 이것을 한마디로 하늘이 주시는 복이라 하는 것이다. 잠언에도 있다. 자식은 장사가 어깨에 멘 전통의 화살과 같다고 한다. 태교 잘하면서 예쁘게 낳아서 잘 길러라. 오늘부터 빡세게 기도해 줄게.

오늘은 밀알의 연중행사를 마무리 하는 밀알하루카페가 열린다. 교사와 봉사자들은 1시간 일찍 출근을 하기로 한다. 토우베이에서 노스코트로 옮겨온 지가 6개월이 훨 넘는다. 교통이 사통팔달이다 보니 봉사자들이 오고 가기가 넘 편하다. 두 군데나 들려서 오늘 입점할 물품을 챙겨 부지런히 선교관에 도착한다. ㅂ교사는 이미 출근해서 책상을 나르고 정리를 하면서 데코할 풍선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웃음꽃이 가득 핀 그녀의 얼굴을 보면 세상에 이런 미인은 없다. 연봉이 좋은 회사에서 인정 받으며 일하는 그녀이다. 토요일이면 그 흔한 데이트도 미룬 채 밀알자원봉사자로 올해로 3년째이다. 수업, 토론, 행사기획, 현장학습, 학생인솔, 야외학습 등 무엇이던지 맡겨만 주면 척척이다. 그라운드로 말하면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다.

열 사람이 밥 한 숟갈씩을 모으면 한 사람을 먹일 수 있다는 사자성어는 십시일반이다. 봉사의 현장에도 십시일반은 통한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봉사자들이 모인다. 한 사람의 작은 힘을 모아서 장애인 밀알은 유기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2개월 전에 2016 밀알하루카페를 기획한다. 밀알장애인의 자활을 위한 기금마련 프로그램이다.

4회째를 이어오면서 지역신앙공체에 신선한 자극이 되며 도전이 된다. 매년마다 조성되는 기금은 2천~2천5백불선이다. 장애인을 위한 카페를 마련하려면 미니카페로 가도 3만불은 필요하다. 이것도 공공시설의 한 곳을 무상으로 임대 받는 조건이 충족될 때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 그만한 돈을 마련해 하는 비관파가 대세였다. 그러나 해를 더하면서 많은 분들의 참여로 긍정파가 대세인 상황으로 역전이 된다.

금년의 말알카페는 전문 바리스타의 필터커피로 더치커피가 제공되었다. 전문가의 손에 의해서 로스팅되고 밤새 내린 커피는 커피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명애 작가와 함께 한 북사인회는 작가와의 신선한 만남이었다. 인쇄매체와만 만났던 필자와의 만남은 얼굴과 얼굴로, 마음과 마음으로의 진화이다. 오클랜드 음대 출신의 듀엣인 리코넥트는 피아노 한 대로 두 명이 연주하는 연주기법으로 장애인과 학부모님들에게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12개의 음식부스가 조화를 이룬 음식 한마당은 흩어진 한인신앙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된다.

내년 5회째의 업그레이드될 행사는 장애인카페의 설립을 앞당기는 전환 카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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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