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풍목사의 삶과 신앙

“하나님 외엔 다른 신을 섬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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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온 대한민국이 만신창이로 허우적 거리는 서글픈 현실이다. 들려지는 소리, 보여지는 조국의 지금은 내일이 없는것 같다. 하지만 내 탓이오 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네 탓이오 하면서 손가락질 내지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에 무엇이 유리할지 주판알만 팅기고 있는 오늘의 한국이다.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이라고, 인구에 비례하여 선교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낸 나라라고 우쭐거리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속살을 다 보인 채 수치와 부끄러움을 여지없이 노출시키며 비틀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치부를 싸매고 달래줄 지도자가 없다.‘한국병’을 치료할 사표(師表)가 없다. 그 사표를 한국 기독교 역사속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책 ‘이기풍목사의 삶과 신앙’은 순교자 이기풍목사의 신앙역사(役事)다. 저자는 이기풍 목사의 막내 딸인 이사례권사(분당 할렐루야교회)는 1965년 신동아에서 공모한 논픽션에 당선되어 그해 10월호에 발표된 ‘순교보’를 토대로 저자가 자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보고 들은 것을 첨가하여 1990년 출간한 책이다.

이기풍목사의 출생 배경을 시작으로 방황했던 청년시절, 예수님을 믿게된 계기, 김구선생과의 만남 그리고 선교사로 제주도 파송, 일제에 항거, 순교, 그리고 부록으로 저자의 일본 전도 기행문과 이기풍목사의 생존 시 설교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말, 암울한 현실에 술과 패싸움으로 울분을 달래던 이기풍은 시장에서 서툰 한국 말로 전도하는 마포삼열목사를 향해 돌팔매질로 그 울분을 토해낸다. 돌에 턱을 정통으로 맞은 선교사는 피범벅이 된 채 고꾸라졌다. 그런데 이기풍의 뇌리에서 양코배기의 턱을 깬 일이 되살아나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어느날, 그 일로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기풍아 기풍아! 왜 나를 핍박하느냐? 너는 나의 증인이 될 사람이다”는 소리에 깨었다. 그자리에서 엎드려 눈물 콧물 흘리며 회개하고 신앙의 길로 들어선다.

가슴 찡한 내용 중 두 가지만 소개해 본다. 이기풍선교사는 저자를 비롯하여 6남매를 두었다. 이중에 오빠 둘은 10살, 2살 때 그리고 8살 위인 언니 사라는 18살에 죽었다. 그런데 사라의 죽음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 책을 읽는 내내 짠한 가슴을 달래야 했다. 왜냐하면, 사라는 처음에 맹장염으로 배가 아팠다. 하지만 이기풍선교사와 윤함애사모는 불철주야 교인을 돌보고 전도하는데 급급하여 사라의 아픔을 대수롭지않게 여겼고 그 사이 복막염이 되어 급히 병원으로 갔으나 너무 늦어 사경을 헤매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계속되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 앞에서도 원망은 커녕 모두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고 평안을 가지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이것이 소명받은 자들이 살아가며 감내해야하는 몫일까?

또 하나 1940년 11월, 신사참배를 거부했다고 74세의 고령인 이기풍목사를 일제는 여수 경찰서에 수감하고 모진 고문을 자행했다. “나는 죽어도 일본 귀신한테 절할 수 없다. 너희들이 지금 총을 쏘아 죽인다고 해도 나는 하나님 외엔 다른 신을 섬길 수 없어” 라고 신앙의 절개를 지킨 이기풍목사에게 돌아오는 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뿐이었다.

고문으로 초죽음이 된 노종을 일제는 감옥에서 죽을까봐 급히 출감을 시켰다. 사체 아닌 사체가 되어 목사관으로 옮겨진 노종은 1942년 6월 13일 주일, 양쪽에 부축을 받은 채 우학리교회에서 마지막 성찬예식을 거행하며 절대로 다른 신을 섬겨서는 안된다고 설교한 후 그 다음 주일인 6월 20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무엇이 노종으로 하여금 그 모진 고통과 형극의 순간에도 신앙을 지키도록 했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생사를 넘나드는 찰라에도 믿음을 부여잡게 했을까? “하나님 외엔 다른 신을 섬길수 없어” 라는 고백이 그 해답이 아닐까?

이것이 기독교다. 우리 신앙의 뿌리가 이것이다. 이런 순교의 피흘림 위에 기도처가 교회가 되고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 그리스도인만큼은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두에서 떠나온 조국에 ‘사표’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그것은 기성세대인 우리가 사표의 길을 배우지 못했고, 우리 또한 후손들에게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여 우리 조국 ‘대한호’는 우상숭배에 깊히 빠져 있다. 맘몬이 우상이고 권력이 우상이 아니든가? 권력이라는 우상 앞에 무장해제 당하고 있다. 너나 할것 없이 맘몬이라는 헛신을 추종하여 정신없이 따라가느라 침몰 직전이다. 지금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방향을 분간하지 못한 채 질척거리고 있다.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 할 때가 아니다. “하나님 외엔 다른 신을 섬길수 없어” 라고 총칼앞에서도 굴하지 않은 순교자 이기풍목사의 신앙과 삶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신앙의 길을 가야 할지를 배워 우리 스스로가 사표가 되어야 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감동과 흥미가 진진한 책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자녀들에게는 만화로 된 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