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 않아도 찾아온 봄

새 봄이 온다하기에/ 봄소식 전하려 했더니/ 그대 마음은/ 아직도/ 한 겨울이었습니다. 용혜원, <봄소식> 전문


봄날이 온다고 해도 사는 것이 버거워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몸은 지치고 힘들어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겨울과 봄의 경계 사이인 뉴질랜드 구월의 봄은 몸과 맘으로 맞이하기에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구월에 만난 봄이 여전히 시리다.


봄 날씨는 수시로 변해 따뜻하다가도 찬 바람이 불기도 하고 비가 내리다가 해가 나기도 한다.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을 흘린다는 속담도 있다. 이러한 날씨의 변화를 통해 봄물결이 온다.


뉴질랜드의 구월에는 기다리지 않아도 새봄이 온다. 봄 머리가 맞이한 봄이 싱그럽다. 봄은 눈을 들어 봄. 귀를 기울어 봄. 마음을 열어 봄. 손으로 만져 봄. 발로 적셔 봄. 몸으로 비벼 봄과 같이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뉴질랜드의 구월 봄에는 수선화가 먼저 피고 목련이 화사하게 피면서 겨울이 다 가고 있다고 알려준다. 시월에는 벚꽃과 코와이 나무 꽃이 활짝 핀다. 그리고 보라색의 자카란다꽃과 아이리스, 그리고 장미와 작약도 피어난다.


봄의 새벽에는 수컷 새들이 둥지에서 짝을 찾기 위해 웅장하게 합창을 하여 잠든 사람을 깨우는 자명종과 같다. 아침과 해거름에는 봄꽃과 나무로 찾아오는 여러 새를 자주 볼 수 있다.


지친 몸과 우울한 맘이 있거든 집을 나서 들과 산으로 걸어보자. 걷다 보면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이 그을려 누군지 몰라볼 수도 있다. 봄내를 지나는 동안 봄기운으로 몸과 맘은 추슬러진다. 봄에 오른 봄살을 제대로 누려보라.


겨울이 가고 꽃샘추위가 오고 나면 얼었던 흙이 풀리고 봄 물결을 타고 꽃보라를 이룬다. 봄볕에 아지랑이가 봄 속살처럼 일어난다. 명지바람이 불면 새싹이 돋아난다. 때로는 소소리바람에 살 속으로 스며든 찬 기운에 몸을 떨곤 한다.


봄은 생명이 움트는 시기와 때로 새로운 시작이 주는 희망을 바라보거나 가질 수 있다. 벌써 봄인가 하다 보면 어느새 봄 날이 간다. 봄이 주는 자연의 시간은 길지 않다.
“너희에게 새로운 마음을 주고 새로운 영을 너희 속에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같이 굳은 마음을 없애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을 주겠다.”(표준새변역 에스겔 36장 26절)


봄은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봄도 한철이고 꽃도 한철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태어나고 자라나고 살아가다가 죽는다. 성경이 주는 봄의 참뜻을 몸과 맘에서 시작하여 삶으로 찬늘을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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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현
본지 발행인.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생명구원”(요한복음 20:31) 위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인 주제로 칼럼과 취재 및 기사를 쓰고 있다. 2005년 창간호부터 써 온‘편집인 및 발행인의 창’은 2023년 446호에‘복 읽는 사람’으로 바꿔‘복 있는, 잇는, 익는, 잃는, 잊는 사람과 사유’를 읽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