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도토리는 어디로 갔을까?”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참나뭇과 도토리의 안부는 궁금하지 않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는 계절의 경계에서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도 말이다.
다만, 할머니가 도토리를 주워다가 맷돌에 갈아 쑤어 준 도토리묵을 생각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도토리를 먹어야 하는 돼지나 너구리를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뚝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_정현종 시인, <안부> 전문
사람의 시선은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의 안부가 궁금할 텐데 시인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가 자신의 안부보다 떨어져 나온 도토리를 되돌아본다. 혼자 남겨진 도토리나무의 외로움과 떨어져 나간 도토리의 헤어짐의 찰나를 본다.
살아 있는 생물은 떠나보내고 떠나간다. 살아 남겨진 혼자는 그립고 살아 떠나온 혼자는 외롭다. 세월이 가면 남겨진 한은 엷어져 가고 쌓인 정은 깊어 간다.
개역 성경에 보면, 너구리를 사반이라고 번역했다.
“집을 바위 사이에 짓는 사반”(잠언 30:26).
“사반도 새김질은 하되 굽이 갈라지지 아니하였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하고”(레위기 11:5).
“땅에 작고도 가장 지혜로운 것 넷이 있나니 곧 힘이 없는 종류로되 먹을 것을 여름에 예비하는 개미와 약한 종류로되 집을 바위에 사이에 짓는 사반과 임군이 없으되 다 떼를 지어 나아가는 메뚜기와 손에 잡힐만하여도 왕궁에 있는 도마뱀이니라”(잠언 30:26).
사반은 개미, 메뚜기, 도마뱀과 같이 가장 지혜로운 동물 넷 중 하나라고 한다.
“바위는 너구리의 피난처로다”(시편 104: 18).
너구리는 상수리나무에서 굴러떨어진 도토리를 먹는다.
“도토리는 나중에 참나무가 되는 줄 알지만, 도토리 대부분은 돼지 (*너구리)밥이 되는 걸 모른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도토리가 너구리에 먹히지 않는다면 참나무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임의로 삽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