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과 100세 잔치

사회심리학자 진 트웨지(Jean Twenge)는 저서 IGen 에서, 세대 간의 차이는 유년 시절에 경험한 기술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며, 이것이 사고방식과 대인관계, 나아가 신앙의 근간에까지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기존 세대가 유년시절에 전쟁 이후 재건이나 민권운동 사건등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했다면, 다음세대는 디지털 생태계라는 거대한 기술의 영향 아래 각기 다른 사회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시대별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생존과 편리성을 넘어, 개인의 가치관 형성 주기에도 깊이 관여한다. 트웨지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동시에 성숙을 지연시키는 현상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요즘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인류가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내고 있는 사회를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역사 속,  성경의 기록에서 찾아 볼 수는 있지만. 전 사회 평균 나이 100세를 전제로 삶을 설계한다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간 구조를 상상해야 한다. 더이상 10-20대에 학업을 마치고, 20-30대에 결혼하며, 30-40대에 가정을 이루고, 40-50대에 커리어의 정점을 이루어야 한다는 일률적인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에 맞는 성숙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험의 범위와 길이는 훨씬 확장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교회 공동체에서 어느 순간부터 “17세를 빼고 계산하라”는 농담을 자주 하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기존 시간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며, 우리의 삶을 약 17세 정도 뒤로 미루어 보니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가 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애 주기와, 한층 느려진 가치관 형성 주기를 살아가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인생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유가 있어서일까, 혹은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넉넉한 환경 때문일까, 이전에 보지 못하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보편화 되면서, AI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 사례 및 정보와 함께 정서적 교감을 제공하는 AI의 심리 상담은 꽤 신뢰가 간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갈등을 조율하고 상대의 다름을 인내하며 관계를 통해 성장해야 할 인간이 점점 거절과 마찰이 없는 쉬운 관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와 연인 관계를 맺거나,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AI가 제공하는 사주를 통해 영적인 갈급함을 채우는 일도 급증하고 있다. 언제든 접근 가능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춰주며, 즉각적인 답을 제공하는 이 세가지 조건은 AI 기술과 맞물려 다음세대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편리함 이면에 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동반해왔다. 20세기 초 교통수단이 말에서 자동차로 전환되던 시기, 말의 분비물로 인한 고초를 자동차가 해결해 주어 대단한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자동차의 대중화는 공해와 함께 수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편리함을 포기하지는 않았고, 대신 안전벨트와 카시트와 같은 법적,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했다. 초기 카시트는 단순히 아이를 고정해 운전자의 방해를 줄이는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필수 장치로 자리잡았다. 공해 문제 역시 오랜 시간 인식되었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이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야 다음세대에 의해 실질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 지고 있다.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AI 기술의 편리함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동반하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 없이 그대로 노출된 다음세대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질적으로 법적, 제도적, 사회적 안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치관과 관계, 이를 어우르는 정서적 퇴행은 더욱 주의 깊게 살펴 봐야 한다. 주의력 결핍을 우려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주를 보는 것은 나쁜 일이니 절대 하지 말라는 권고나, 성경을 이해하는데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이상 효과적인 대응이 되기 어렵다. 다음세대는 이미 발빠르게 필요한 지식에 즉각적인 답변을 기대하며,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빠른 경험을 원하고, 정서적으로 필요할 때 어디서든 반응해 줄 대상을 찾는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런 편리함 속에 태어나 불편함을 견디기보다 더욱 편리한 것을 추구하고, AI 기술에 더욱 의존하게 될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관계의 소중함을 알리고, 그 관계의 근육을 길러줄 수 있을까. 또한 단순히 진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경험과, 정서적 고갈이 아닌 풍성함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실제로 최근 몇년 동안 GenZ 의 교회 참여가 세계 곳곳에서 증가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캠프와 같은 이벤트 참여가 40%이상 증가했고, 교회 출석과 세례자 수도 20-30% 가량 늘어났다고 보고되었다. 물론 모든 교회에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이른바 ‘조용한 부흥’이라 불리는 교회 중심으로 모이는 다음세대는 경험을 중시하고, 또래 모임 혹은 영적인 갈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라난 다음세대가 익숙한 숏폼을 들여다 보면, 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생산하고 소비하는지, 컨텐츠 안에서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음세대를 이해한다 하여 그들과 함께 디지털 세계 속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것에 두려워 하거나, 기술적 전문성을 과도하게 갖출 필요는 없다. 또 능숙한 척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다음세대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함께, 때로는 그네를 밀어줄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기술을 배워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진짜’가 무엇인지 분별하게 함으로써 AI와의 차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이자 정보전달에 유익한 수단일 뿐, 근본적인 진리를 가르쳐주거나 정서를 만져줄, 영적인 갈급함을 만족시켜 줄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동시에 기술을 어떻게 방향성 있게 사용하여 편리함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과 함께 자란 다음세대를 기술로부터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 형성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는 깊이 있는 사고와 인내, 그리고 의미 형성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진리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AI를 활용하라고 안내하기보다, 평소 삶 속에서 진리의 말씀이 잘 묻어나는 삶으로 살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원하는 즉각적인 정보나 답을 주기에 애쓰기 보다는, 복음이 살아있는 삶으로 지속적으로 초청하고 그 중심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이해를 가지고, 정서적 친밀감과 성숙도에 더해 견고한 영성을 가진 기성세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또한 이런 어른들이 섬기고 헌신하는 교회는 어떤 모임에서든 닥칠 수 있는 관계의 어려움과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도려 성령의 음성을 듣고, 대화와 조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경험하며 영혼육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로 다음세대를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는 60까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기념하며 ‘환갑’을 축하했다. 다음세대는 확실히 100세를 거뜬히 살 계획을 하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편리함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다음세대가 향해야 할 방향은 결국 기성세대의 영성과 생각과 삶의 방향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