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의 습성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다가 독특한 사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암컷인 이 반려견은 짝짓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임신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신체적인 변화도 일어납니다. 젖을 누르면 젖이 나오고, 임신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들이 다 나타납니다. 얼마나 새끼를 갖고 싶으면 저렇게까지 될까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동물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들의 경우에 아이를 진심으로 갖고 싶어 하거나, 반대로 임신에 대한 심각한 걱정이 앞설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것은 상상 임신입니다.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으면, 그럴까요? 또 임신에 대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까요?
이렇게 일단 상상 임신을 하게 되면 실제로 임신한 여성과 똑같은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헛구역질도 하고, 입덧을 하면서 임신한 사람과 똑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신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상으로 임신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태교를 하고, 출산 준비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생명을 잉태한 것이 아닌 상상 임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믿음 생활에도 상상으로 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믿음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분명히 신실한 그리스도인일 것이라고 믿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속에 주님에 대한 믿음이 잉태되지도 않았다면, 그것이 상상 믿음입니다. 스스로 신실하다고 믿고 은사자라고 믿고 사명자라고 믿지만, 다 상상일 뿐입니다. 방언도 하고 은사도 나타나는 것 같지만, 다 상상입니다. 상상 믿음일 뿐입니다.
상상 믿음을 분별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기준은 행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규정합니다(약 2:26). 죽었다는 것은 생명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생명이 잉태되지 않은 상상 믿음으로는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 믿음이 진짜 믿음이 되려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믿음이 가슴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손과 발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홈리스사역을 통해서 선한 생각과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믿는 자들에게 홈리스사역은 신앙이 머릿속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훈련장입니다. 추상적으로만, 입으로만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 하나님은 홈리스 봉사 현장으로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2019년1월 첫 주, 감사선교교회의 공식적인 사역으로 홈리스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참여한 외부 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뉴질랜드에 워홀로 온 청년들이었습니다. 그중에 한 청년은 불교 집안이었습니다. 약간은 당황스러웠던 이 경험을 통해서 홈리스사역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역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홈리스사역 현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영혼 구원의 장이 될 것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학생 수당을 받기 위해 다니던 컴퓨터 클래스에서 한 자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봉사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홈리스봉사를 소개하면서 참여할 것을 권했습니다. 드디어 자매님이 프라이머리를 다니는 딸과 함께 봉사 현장에 왔습니다. 놀라운 것은 자매님의 어린 딸이 봉사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봉사 현장에서 홈리스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고, 집에서 머핀을 구워오기도 하고, 홈리스행사 때는 과일꽂이를 준비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천라이프에서 주관했던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털모자 보내기 행사에도 동참했습니다. 매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뜨개질해서 만든 모자를 기부했습니다. 6년째 함께 봉사하고 있는 이 가정의 종교는 가톨릭입니다.
어떤 학생이 코리아포스트에 올린 홈리스봉사 광고를 보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 문자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코포 알림방에 올린 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저의 이름은 000입니다. 18살 여학생이고 작년에 000 Year 13 졸업했고 지금은 2023년에 대학 준비하기 위해 1년 쉬고 있습니다. 11학년 때부터 봉사 활동에 경험이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Rotary Interact를 이끌었고 deputy head girl이였습니다. 많은 유학생들 공부와 생활 멘토링 리더였고 무엇보다 나눔과 이웃을 도와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한국말과 영어 모두 가능하고 음식 봉사와 나이 많으시고 장애 있으신 분들하고 소통하는 것도 경험있습니다. 연주 set-up 하는 것도 도와드릴 수 있고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분야가 있으면 뭐든 열심히 성실하게 하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이 문자를 읽고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이렇게 훌륭한 학생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학생을 만나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함께 신앙 생활했던 권사님이 홈리스 봉사에 합류하셨습니다. 이 권사님의 아이디어와 헌신으로 인해 매년 홈리스를 위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에는 겨울에 열리는 Mid Winter 행사가 추가됨으로써 일 년에 두 번 홈리스를 위한 특별한 행사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코로나 무렵이었는데 양로원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준비하던 집사님이 홈리스 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집사님으로부터 악기 레슨을 받던 20여 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행사의 제목도 홈리스를 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의류 비즈니스를 하는 한 집사님은 Famers에 납품하고 있는 의류를 사이즈별로 여러 박스를 도네이션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도네이션해 주었던지 행사가 끝나고도 여러 번에 걸쳐서 홈리스들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했습니다.
한번은 행사가 끝나고, 음악 연주에 참여한 자녀를 픽업하기 위해 오신 한 학부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먼저 그분은 성당을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말했습니다. “홈리스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이렇게 좋은 봉사를 하는 분들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순종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웃들이 감동을 받고, 선한 일에 동참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됨이 놀라웠습니다. 주님께 합당한 선한 실천의 영향력이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에 순종함으로 실천할 때 한인사회와 뉴질랜드 사회가 더욱 밝아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뜻있는 한인들이 모여서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사물놀이팀이 행사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참석한 홈리스들은 처음보는 공연이었지만 꽹과리, 장구, 북, 징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가락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자매는 주일아침마다 우리 집으로 와서 사모를 도와 홈리스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이 봉사를 하는 가운데 조금은 늦은(?) 나이에 짝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경사도 있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로터리클럽에서 활동하는 권사님이 그 모임에 홈리스 사역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모임의 행사에 초대되어서 축사를 했고, 그분들은 홈리스 사역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계획이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홈리스 사역에 관심있는 개인과 단체와 교회들에서 정기 후원을 통해 참여해 주고 있습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참여해 주는 모든 분들로 인해 홈리스 사역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7년째 주님의 은혜 가운데 이 사역이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상상 믿음이 아니라 행동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선한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봉사로, 어떤 분은 도네이션으로, 어떤 분은 기도로 홈리스 봉사에 함께해 주십니다. 스스로를 속이고 머리로만 믿는 것은 위선적이고 무능력한 믿음입니다. 손발로 실천하는 행함이 있는 믿음으로 주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실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