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 수련회

강성준 목사(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공동체

이민교회를 목회하다 보면 수련회라는 큰 숙제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중고등부나 대학청년부 수련회는 당연히 교회들마다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지만 문제는 전교인수련회다. 어린아이들부터 청년들 그리고 어른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전교인수련회를 개최하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먼저 전교인의 숫자가 어느정도 되지 않으면 수련회다운 전교인수련회를 개최하기가 힘들다. 재정도 많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소수가 잠까지 같이 자면서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성도들의 숫자가 너무 많으면 다 같이 움직이는 일이 애굽을 탈출하는 일만큼 힘들고 어렵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또래만 모이는 수련회를 선호하고,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어차피 수련회장으로 장소만 옮겼을 뿐이지 거기서도 애를 봐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 뿐이 아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잠자리까지 바꾸어 가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힘들고 귀찮아 한다. 그래서 이민목회를 하면서 전교인수련회라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교회는 이번에 여건이 잘 맞았다. 아이들까지 다 합쳐서 100여 명 남짓한 숫자에다가 또 최근에 세워진 젊은 직분자들이 수련회를 경험해 보았던 세대라 전교인수련회에 대한 기대가 아직 향수처럼 남아 있었다. 결국 우리는 2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동안의 전교인 수련회를 결정하였다.

“목사님 이번 수련회는 공동체에 대한 것으로 해 주세요!”
사실 우리 교회의 전교인수련회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 전교인 수련회때 목사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이번에는 목사는 아무것도 안하고 모든 준비와 운영을 젊은 안수 집사들이 맡았다. 그랬더니 준비팀에서 찾아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목사님 이번 수련회는 공동체에 대한 것으로 해 주세요!” ‘세상에나 목사에게 상의도 한마디 안하고 수련회 주제까지 정해 버렸다.’ 그런데도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래 다음달부터 공동체에 대한 말씀으로 2025년도를 새롭게 시작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하는가 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주제에 흔쾌히 동의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이민교회 공동체에 대한 강의를 부탁할만한 적절한 목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로토루아에서 뉴질랜드의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젊은 목회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목사를 만났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에서 “이민자들의 신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목사였다. 어쩌면 지금 뉴질랜드 이민교회가 1세대교회에서 2세대교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아주 적합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웰링턴에서 차로 2시간도 걸리지 않는 이웃도시, 파머스턴 노스의 한마음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계셨기에 초빙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강사 김형균 목사 가족 사진

여러모로 이번 우리 교회 전교인수련회 강사로 모시기에 너무도 딱 맞는 분이었다. 내 설명을 들은 수련회 준비팀들도 모두 기쁘게 호응해 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김형균 목사에게 연락을 했다. 김목사도 전혀 망설임 없이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 교회 제2차 전교인수련회는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고 거기에 꼭 필요한 강사를 초빙하였다.


첫째 날 오후 예상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성도들은 복잡한 시내를 떠나서 30분정도 떨어진 캠프장에 모여들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신났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수련회가 무엇인지 공동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아이들은 그냥 신나서 이리 저리 우르르 무리를 지어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지만 어른들도 좀 들뜬 것 같다. 음향기기와 여러가지 물품들을 한 차 가득 싣고 도착한 목사도 눈에 잘 안보이는 모양이다. 웃고 떠들고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정신들이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동체 게임으로 시작해
그냥 놓아 두어도 다들 잘 노는 것 같은데 하필 첫번째 프로그램이 공동체 게임이다. 일찍 도착한 성도들을 몇 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진행한다. 목사와 장로도 예외가 없다. 앞에 불려 나가서 사회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연습게임에 참여했지만 장로와 나는 일단 게임의 내용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한바탕 성도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나서야 속한 그룹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준비팀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게임들이라 그런지 지루하지 않고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어울릴 수 있었다. 그 유명하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목숨 걸고 마친 후에나 겨우 저녁식사를 준다.


때마침 도착한 강사와 함께 전교인이 식사를 하며 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나니 이제 다들 지치고 피곤할 만할 때 특별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한 김 강사는 리차드 니스벳의 책 ‘생각의 지도’에 나와 있는 서양사람과 동양사람의 차이점을 흥미로운 사진들과 함께 짚어 주며 강의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피곤한 몸들로 앉아 있었지만 졸 틈이 없었다. 그렇게 저녁 강의는 성도들이 직접 손을 들기도 하고 의견도 말할 수 있도록 아주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었다.


강사는 창세기 1장 1~5절의 말씀을 가지고 빛과 어둠을 비교하며 다른 것과 틀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갔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빛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색깔을 드러나게 하고 볼 수 있게 한다는 말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빛 아래서 서로의 다름을 통해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를 그려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어쩌면 모든 공동체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여길 때 공동체는 혼란하고 힘들어지겠지만 하나님의 빛으로 서로의 다른 색깔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공동체는 다채로운 색깔을 비출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처럼 들렸다.

이민자들의 세대별 다른 점들에 대한 부분을 깊이 있게 다뤄
개인적으로 나는 강의를 들으며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 공동체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강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민자들의 세대별 다른 점들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루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 공동체가 지난 8년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하면서도 끝까지 함께 맞추어 오던 주파수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다음세대를 세워가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청년들과 젊은 가정들이 70~80%를 차지하는 나름대로 다음세대교회인 공동체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다름이 있다. 서로 생소하게 느끼는 다름이 있고 때로는 그 다름으로 서로 고민하고 갈등한다.


구체적으로 이민자들의 세대구별부터 나는 잘 못 알고 있었다. 읽고 쓰는 것을 비롯한 정규 교육을 어느 곳에서 받았는가에 따라서 세대가 구별된다는 자세한 설명이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막상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도 여기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에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와서 한국말은 어느 정도 하지만 생각 자체는 완전 2세대인 친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예배시간에 영어 자막을 보여주며 말씀을 소통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나름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구체적인 세대별 특징들을 듣고 보니 그들을 위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함을 깨닫는다.


또한 강사는 종교사회학이 말하는 종교의 3가지 요소를 통해서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차이를 아주 분명하게 제시해 주었다. 종교의 3요소는 첫째는 믿음(Believing) 즉 복음과 교리, 그리고 둘째는 행함(Behaving), 즉 예배적 요소들 그리고 셋째는 소속(Belonging) 즉 문화적 또는 기관적 요소에 대한 것이다.


우리 1세대들은 이 세 가지 종교적 요소들에 대하여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때로는 모르고 또 때로는 알면서도 무시한다. 그래서 우리의 자녀들도 우리처럼 예배하고 우리처럼 행동하고 우리처럼 한인임을 자부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과 정서적 폭력이었을 것이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를수록 다음세대를 고민하는 목회자로서 찔림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무거운 책임감만 갖고 끝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강의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공동체 안에 이러한 다름을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무엇인지를 나누어 주셨다.


먼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고집불통인 이민 1세대인 내가 진심으로 그들의 다른 점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들도 다 나처럼 믿어야 한다는 이민 1세대의 고집을 버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운 다름을 인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 가능해야만 다음세대를 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다름을 극복하는 중요한 열쇠는 공통점이다. 우리가 정말 자세히 찾아보면 이민 1세대이든 2세대이든 아니면 1.5세대이든지 각각의 다른 모습들 속에 숨겨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세히 찾아보고 열심히 찾아보아야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로서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동일함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소망이 아닐 수 없다.


강의를 마치고 한밤중에 2시간을 운전해서 댁으로 돌아가시는 강사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귀한 강의에 큰 감사를 드린다고 여러 번 인사를 드리며 주차장으로 따라나섰다. 그랬더니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목사님 제가 이민자 신학에 대하여 너무너무 힘들게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것을 나눌 수 있게 불러 주신 한인교회가 이 교회가 처음입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짠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위해 고향을 버리고 여기로 이민을 왔다고 말한다. 심지어 교회마다 다음세대를 살리고 믿음을 전수해야 한다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이제 1세대가 물러나고 2세대들에게 교회공동체를 넘겨주어야 할 시기가 되었지만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회공동체들도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강사가 남긴 주차장에서의 마지막 한마디가 마치 1세대 이민교회의 씁쓸한 모습이고 나를 포함한 1세대 목회자들의 현실인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너 어제 왜 못 왔어? 기다렸잖아! 왜 이렇게 너무 늦게 왔어?”
29년 전 26살의 나이로 이 땅에 혼자 이민을 올 때 영문이름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기에 조슈아(여호수아)라는 이름을 나의 영문 이름으로 정하고 이민을 왔다. 그 당시 호주 친구가 나는 그 이름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렸지만 고집을 부리고 그 이름으로 결정을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성경에 조슈아(여호수아)는 다음세대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 태어난 내 자녀들이 그 당시 내 나이가 되었고 어느덧 이민세대의 교체가 일어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막상 그러고 나니 조슈아라는 영어 이름이 너무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동안 다음세대를 품을 수 있는 교회공동체를 아직 세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장 컸다.


전교인수련회 두 번째 날이 되었다. 주일예배를 수련회장에서 드리기로 해서 어제 오지 못했던 성도들도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5살짜리 여자아이가 가족과 함께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또래 친구들을 만나 쪼르르 밖으로 나간다. 때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 나가보았다. 꼬맹이들 몇 명이 현관 옆 왼쪽 벽 처마 밑에 쪼르르 서서 이제 막 도착한 친구에게 묻는다.

“너 어제 왜 못 왔어? 기다렸잖아! 왜 이렇게 너무 늦게 왔어?” “어… 우리집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빴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꼬마들이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서서 서로를 챙기며 주고받는 말을 듣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저렇게 어린 꼬맹이들도 서로를 기다리고 챙기고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 저 아이들이 자라면 결국 고향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교회공동체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이민교회 1세대 목회자로서 가슴이 먹먹했다. 부모들 때문에 이리 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이민자의 자녀들이 교회공동체만큼은 따뜻하고 포근한 공동체를 만들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제2차 전교인 수련회도 막을 내렸다. 이번 전교인 수련회는 이민 1세대인 내 모습에 조금 실망했지만 이민 2세대의 아이들 속에 싹트는 소망을 슬쩍 볼 수 있어서 너무 따스했다.

강성준 목사/중앙대학교 및 레이드로우 칼리지와 신대원 졸업. 예닮교회를 시작하면서 10년 후에 분리개척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삶의 현장을 선교지로 여기며 직장과 가정에서 복음의 칼을 들고 공격적이고 영적인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가 바로 선교적 공동체이기에 다음세대를 일으켜 세워 나갈 선교적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2017년 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하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