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즐기다

고인 물은 썩는다. 삶도 그렇다. 멈추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의 말씀을 들으니, 기업아이템이 60가지 이상은 넘어야 글로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번 돈, 아프리카 시장 개척을 위해서 투자한다. 건축에서 번 돈을 미래 산업을 위해서 쏟아붓는다. 모험 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낼 수 없다. 인생도 그렇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모험하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나이 들었기 때문에 틀을 깨는 일을 노련하게 할 수 있다
60살이 되기 전까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일은 항상 힘겨웠다. 왜냐하면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조차도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상당 부분 독립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나 혼자서 결정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우버 기사에서 관광버스 기사로 직업을 전환하는 일, 일주일 쉬면서 매일 운동하는 일, 가보고 싶은 곳에 가보고, 해 보고 싶은 일을 해 보는 일, 등등 혼자만 결정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보장된 울타리를 넘어서는 일은 그 자체에 위험 요소를 앉고 있다. 하지만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없다.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가 필요하다
2024년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들을 돌아 보았다. 전체 방향- ‘사람을 돕는 영혼의 Guider로 산다.’ 추상적인 목표-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며 세계관을 넓힌다. 고립된 사람들을 돕는다. 틀에 갇혀 있는 삶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산다. 구체적인 목표-성경연구, 말씀 전파, 글쓰기, 경제구조 탄탄히 세우기, 여행사 Guider & Driver 되기, 영어향상, 말레이시아 친구선교사 방문 위로, 한국방문 어머니 누이들 위로, 동료 목회자들 돕고 위로하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 워커로 살기 등의 목표를 세웠다.

이런 목표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된 일들과 잘 안된 부분을 측정할 수 있었다. 지난 7개월 동안 오클랜드로 올라가서 설교목사로 일한 일로 해외 방문은 이루지 못했지만 연초에 세웠던 목표는 신기하게도 거의 이루어 냈거나 추진 중이다.

목표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가게 된다
청년 시절, 가이드 자격증을 따서 여행사를 차리고 전 세계를 넘나들고 싶어 했다. 그 꿈은 낙도로 내려가서 목양을 시작하면서 사라진 줄 알았다. 헌데 은퇴 후, 자유로운 몸이 되고 보니 기어이 가이드의 꿈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대형버스를 몰 수 있는 Class 2 License 취득했다. 이틀 이론 연수 및 시험, 하루 운전 실기를 통과했다. 관광버스 기사로 연단을 받은 후, 가이드로 나아가볼 생각이다. 물론 주께서 허락치 않으시면 해 보지도 못할 일이지만 일단은 자격 조건은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문들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목회가 내 삶의 최 우선순위이다. 하지만 목양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께서 허락하셔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부르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룩한 일이다. 그래서 항상 왕의 부르심을 종은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일들은 하면서 주의 거룩한 부르심을 기다린다. 한 가지 확실한 일은 생계를 교회에 의존하지 않으니 교회 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나이 들었기 때문에 모험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위험이 따른다고 아무 일도 시도해 보지 않고 안전하게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우아함과 고고함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의 활력은 줄어든다. 나는 약간의 위험이 따르더라도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모험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변화를 시도함에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두려움보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일이다. 둥지를 박차고 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 어렵지만 둥지를 박차고 나서면, 보장된 안전은 사라지지만 잃어버린 만큼의 새로움이 채워진다.

나이 들수록 시행착오의 축적으로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걸러낼 수 있게 되고, 해도 문제가 안 되는 일들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특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공공성에 대한 감각이 향상되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내 중심이 아닌 공공성을 지키고, 합법적인 과정을 지키는 습관이 길러지니 리스크가 줄어든다. 공공성과 합법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일은 개인적인 삶이나 공동체적인 삶 속에서의 마찰을 줄여 준다.

한 부분이 풀리면 전체가 바뀐다
몇 년간 애증의 관계로 지독하게 시달렸다. 어느 날, 죽을힘을 다해서 관계를 풀어내기로 했다. 꼬인 관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에게 굴복하는 일이었다. 용서를 받으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그 대신에 가장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며 용서를 구하는 글을 보냈다.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지만 용기를 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내 안에 미움이 삭아 들고 평안이 왔다. 가슴이 뻥 뚫렸다. 인간관계가 쉬워졌다. 결박이 풀린 것이다. 가장 큰 소득은 내가 나를 용서해 주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반듯하게,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졌다. 부족하고 연약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리막길이 가볍고 즐겁다
40대에는 40대라는 나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잠에서 깰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를 초월한다. 청바지를 입기를 즐기고, 야한 색깔의 옷을 즐겨 입고, 허술한 옷차림도 즐긴다. 35년간의 넥타이 목줄에서 풀려난 기분이다. 청년의 때와는 달리 나이 들수록 감당할 만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 그래서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나의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내리막길을 걷는 지혜가 좀 생긴 듯하다. 이제는 올라가려는 시도 보다는 내려가면서 볼 수 있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병들어 눕기 전까지는 해 볼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다. 오늘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인생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