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추천사 중 하나가 눈길을 끈다. 신국원 총신대 신학과 교수는 “은혜와 정의라는 조화되기 힘든 개념 둘을 한데 묶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저자 팀 켈러 목사는 이를 통해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와 정의가 어떻게 ‘샬롬’으로 어울릴 수 있는지를 정말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로 말했다. 이 책의 원제는 ‘은혜로운 정의’다.
이 책에서 켈러는 정의가 개인의 삶을 넘어서 사회와 교회에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정의가 반드시 은혜의 터 위에 세워져야 함을 무척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율법, 사랑, 용서, 그리고 정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기독교적 정의의 핵심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는 먼저, ‘정의란 사회 속에서 올바른 관계이며 곧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일과 공의를 추구하며 가난한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정의와 은혜의 관계
켈러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정의가 단지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그 정의를 실현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에서는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종종 보복적이거나 처벌 중심적인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기독교적 정의는 회복적이고 치유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정의는 죄에 대한 공의로운 심판을 포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죄인에게 은혜를 베푸시며, 그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길을 여신다. 이는 우리가 세상에서 정의를 추구할 때에도 은혜를 잃지 말고,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그들을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상기시킨다. 그것이 복음이다.
켈러는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도를 가질 때, 그 정의가 세상의 법적 정의나 규범적 정의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은혜와 회복적인 정의로 나아가야 함을 분명히 한다.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려 할 때, 그 정의는 처벌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팀 켈러는 우리가 사회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은혜가 없다면, 우리의 정의는 단지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적 정의와 교회의 역할
켈러는 그러나, 정의가 단순히 인간 사회에서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사랑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죄를 반드시 벌하는 정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지만, 죄를 눈감아주지 않으시며 그 아들을 십자가에 보내어 죄를 근절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정의는 단지 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공의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 점에서, 팀 켈러는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넘어서 사회적이고 공적 차원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참 사랑은 우리를 파멸로 몰아가는 기만과 거짓과 죄에 대항한다”는 그의 말처럼, 사랑과 정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받을 때, 우리는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정의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역사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약한 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고상섭목사의 말은 참고할 만하다.
율법의 첫 번째 요소는 악을 억제하고 죄를 근절하는 것이다. 시민적 용도라고 불리는 이 요소를 통해 죄를 깨닫게 되고 율법을 어기는 죄를 형벌로 다스림으로 타락한 본성을 가진 인간이 죄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므로 만약 첫 번째 쿠데타 때 정의가 올바로 세워졌더라면 이번 12월3일 군사작전이 시작되었을 때 연루된 사람들이 개입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과 정부의 관계자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사역자이기에 권위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권위를 잘못 사용하면 그에 따른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또한 하나님의 정의라고 믿는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공정한 하나님의 정의가 세워지도록 용서와 정의는 함께 가야 한다.
켈러의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회적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정의가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이 땅 곳곳에 온전히 실현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용서와 정의의 균형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 사랑이 죄를 용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죄를 지으면, 그 용서는 결국 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켈러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을 일으킨 세력에 대해 분노한다”고 말하며, 죄를 범한 자에 대한 분노는 공의의 일부로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켈러는 또한 ‘용서를 배우다’에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사례를 통해 용서와 정의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는 특히 교회가 성폭행 혐의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하며, “용서와 정의는 함께 가야 한다”는 신학적 원칙을 제시한다. 정의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회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정의를 추구하는 방법: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복수
하나님은 인간의 분노가 개인적인 복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령하셨다. 로마서 12장 19절은 “너희가 친히 원수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우리가 복수를 하지 말고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다려야 함을 뜻한다.
켈러는 이와 같은 신학적 원리를 통해 우리가 정의를 추구할 때 사적인 감정으로는 접근하지 말고, 사랑과 겸손의 자세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적인 정의의 실현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에 따른 결과는 사랑으로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정의와 사랑, 용서의 균형
켈러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지 이론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그가 하고 싶었던 핵심 주제는 책의 결론 부분에 집약되어 있는 듯하다.
팀 켈러는 “모든 관계가 올바르고 완벽하며 기쁨으로 가득해서 물리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차원을 통틀어 한 점 부족함이 없이 완전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가 샬롬”이라고 정의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공동체의 공의를 실천하고 샬롬을 추구할 것을 요청하며, 이 사명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졌음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복음을 믿게 되면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의 불법과 불공평이 여전히 존재하고, 하나님이 그것을 싫어하신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오직 교회만이 은혜 위에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땅에 하나님의 샬롬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