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은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승무원들은 과연 해외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까? 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비행기가 착륙하여 내린 뒤 각자 짐을 챙겨서 빠져나가기에 바쁘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내리기는 하는지, 아니면 같은 비행기를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지 등등 한 번쯤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승무원들 같은 경우에는 손님들이 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비행기에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인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앞만 보고 달려 승무원들을 본 기억이 없거나 드물 것이다. 물론 항공사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나의 회사인 콴타스 항공과 ‘교회를 다니는’ 나의 기준으로 한번 나눠볼까 한다.

일단 해외 공항에 도착하면 모든 승무원은 승객들이 내린 뒤에 내린다. 뉴질랜드-호주처럼 짧은 비행이 아닌 이상 법적으로 승무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비행시간인 경우 회사에서 배정해 주는 호텔로 이동한다. 그리고 근무한 시간(비행시간), 다음 비행기가 그 나라에 오는 여부 등등에 따라서 12시간 이하부터 96시간까지도 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보통 내가 하는 비행은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의 비행이기 때문에 48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리기 몇 시간 전부터 승무원들은 착륙한 뒤 호텔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획을 세운다. 들어가자마자 잠을 잔다는 승무원들도 있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친구, 가끔 회사에 알린 뒤 서너 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비행기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을 갔다 온다는 승무원들도 있다.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먹거나 술을 한잔하면서 안전하게 도착했음을 즐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도착해서 무엇을 할 거야? 라고 물어본다면 고민하고 나서 내가 먹을 메뉴를 이야기한다. 도착한 뒤 그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나에게는 디폴트이기 때문이다. 행선지마다 먹는 메뉴가 다르다.

자주 가는 LA의 경우 호텔 근처의 유명한 타코 맛집에서 타코와 부리토를 하나씩 먹거나 조금 자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면 포케를 보통 먹는다. 뉴욕에 도착하면 무조건 호텔 옆에 있는 Five Guys라는 햄버거 체인점에서 햄버거와 핫도그 하나를 ‘때린다’. 인도에 도착하면 무조건 뉴질랜드에서 챙겨간 한국 라면을 끓여서 먹는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국수를 먹거나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꼬치 거리를 간다.

만약에 해당 비행에 마음이 맞는 승무원들을 만났다면 누군가의 주도 아래 지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간다. 그곳에서 음식과 함께 술을 곁들여서 흥이 오른 몇몇 친구들은 2차, 3차를 가고 나는 항상 저녁만 먹고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몇 명과 함께 돌아올 우버를 잡는 역할을 맡는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항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아니 적응하지 않고 뉴질랜드 시각으로 밤이 오면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보통 하루라는 시간이 온전히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승무원들이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때 많이 외출한다. 인도에서는 타지마할, LA에서는 할리우드, 뉴욕에서는 타임스퀘어, 브루클린 브리지, 자유의 여신상 등등 각 나라의 랜드마크를 찍고 온다. 어느 정도 비행을 다녀서 해볼 것을 다 해본 승무원들 같은 경우 이날에 쇼핑하러 나간다. 뉴질랜드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을 그 나라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사서 챙겨와 개인이 쓰거나 선물해 준다.


나 같은 경우에도 미국에 가면 항상 빨래에 넣는 향기 나는 작은 알맹이 태블릿을 대용량으로 사서 챙겨온다. 그리고 그날이 주일인 경우, 그 지역의 한인교회를 찾아서 예배를 드리고 그쪽의 한인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보기도 한다.

인도 같은 나라에 가면 뉴질랜드보다 훨씬 낮은 물가를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승무원들도 많다. 승무원들 사이에서 호텔 근처에 어떤 치과의사가 낮은 가격으로 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돌기도 하고 타투를 즐겨하는 친구들은 타투이스트를 찾아 몸을 그림판 삼아 유니폼 안쪽으로 예술을 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사지 못하거나 가격이 꽤 나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뉴질랜드에서 사 먹지 못하거나 맛볼 수 없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서 사 먹으러 다니는 것을 즐긴다.

혹시라도 위에 내가 말한 나라 중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맛집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뉴욕의 베이글 맛집 Ess-A-Bagel이라는 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평소에 빵과 밥 중 무엇을 선택할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밥을 선택한다. 아침에는 더더욱이 밥심의 한국인으로서 따듯한 흰쌀밥에 국 말아서 시작하는 것만큼 하루를 든든히 시작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뉴욕에서는 아침으로 Ess-a-bagel만큼 든든한 음식이 없다. 보통 베이글 안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해서 빵과 먹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여기는 베이글 빵에 시그니처 쪽파 크림치즈만 발라서 먹어도 환상적인 맛이다. LA에서는 The Taco Stand라는 곳에서 타코와 부리토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미국인이나 히스패닉 계열, 타코에 진심인 사람들 같은 경우 뉴질랜드에서도 잘 알려진 타코벨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The Taco Stand에서 부리토와 타코를 먹어보면 왜 그들이 타코에 진심이고, 자부심이 있는지 알게 된다. 아마 뉴질랜드에도 The Taco Stand가 있었다면 타코벨은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정말 음식에 진심이고 열정적이다. 승무원을 하는 이유 중 7할 이상은 전 세계에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하루를 해외에서 알차게 보냈다면 그다음 날에는 이제 복귀 비행을 준비한다. 대부분 느지막이까지 자고 일어나서 맡겨 놓았던 세탁물을 찾아오거나 각자 다리면서 유니폼을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승무원들이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업무를 넘어 풍부한 문화 체험과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회로 가득 차 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회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잠깐 내려놓고 승무원이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아주 만족하는 중이다.

비행이 끝나면 호텔에서의 휴식, 현지 명소 탐방, 맛집 탐방, 쇼핑, 의료 서비스 이용, 신앙생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며 그 나라의 특색을 만끽한다. 이 모든 활동은 승무원들이 글로벌한 경험을 쌓고, 일상에 활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이 된다. 매일매일 새로운 나라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나와 다른 승무원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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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원
로토루아에서 자라 오클랜드 대학 회계학과 졸업, 빅4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후 현재 콴타스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MZ 뉴질랜드 청년.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제가 한번 가보지요’를 실천 중이다. 말 그대로 천지 차이인 두 근무환경에서 일어난 다사다난한 근무일지와 그 안에서 신앙인과 세상사람이 공존하는 여느 MZ청년과 다름없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