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러 가는 길

죽은 사람과의 재회라는 영화 <원더랜드>가 개봉한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사는 동안에 아프거나 늙어가면서. 사람에게는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거나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써보지만 나이가 들어 병이라도 나면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될까? 사람은 죽을병에 들면 부정하거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반항하기도 한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좀 더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절박함이 생긴다.


그러다 임종 전에 의식이 있을 때 진심을 담은 사랑의 편지라도 써서 작별 인사를 하면 좋겠는데 숨 쉬고 말하고 있으니 당장 죽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투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병이 나을 기미가 안 보이면 깊은 죽음의 그림자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가면서 삶에 대한 애착이 생겨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투병 중의 고통보다 더 진하게 온다. 긴 투병 중에 찾아온 죽음은 고마운 것으로 고통 없는 나라로의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병든 사람을 간병하는 사람이 종교적으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지나치게 치료와 치유 그리고 회복을 과신하다 보면 정작 안아주고 사랑해, 함께 해서 고마웠어,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하고 황망히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죽은 사람을 회상하면서 사랑한다고 다시 부르지 못할 말을 가슴에 품고 한없이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원더랜드> 영화처럼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재회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은“살아서 기쁘거나 슬펐던 육신을 비우러 간다. 종이 꽃상여 대신에 나를 기억하는 모두와 같이 버스를 타고 가니 좋다. 어찌어찌 그러해도 살아온 지난 날들이 고마웠다고 말하고 햇살 가득하고 꽃향기 그윽한 걱정과 근심 그리고 고통조차 없는 그곳으로 간다. 그러니 흐르는 눈물이 눈 앞을 가리더라도 지금만 슬퍼하면 좋겠네.”


그러면, 살아 있는 사람도 못다 한 말을 전할 수 있다.“이제 죽은 육신은 화장하여 분골이 되어 멀리 떠나가 비록 몸은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마음으로 여전히 가까이 있어 더 그립다. 살아있는 한 가슴으로 기억할 거다. 마음 한편에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있을 거다.”


이제 이곳을 떠나 그곳으로 가는 길을 배웅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말하게 된다.“사랑해요, 이제 편히 가세요. ”예수가 그리스도로 다시 오면 이미 죽은 사람이나 살아있는 사람도 휴거하게 될 것이다. 메멘토 모리,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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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현
본지 발행인.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생명구원”(요한복음 20:31) 위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인 주제로 칼럼과 취재 및 기사를 쓰고 있다. 2005년 창간호부터 써 온‘편집인 및 발행인의 창’은 2023년 446호에‘복 읽는 사람’으로 바꿔‘복 있는, 잇는, 익는, 잃는, 잊는 사람과 사유’를 읽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