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믿음을 결정합니다

윤 석 목사<사명교회>

로마서 1:28-31

내가 일터로 갈 때 지나가는 시골스러운 길이 작년 집중호우로 도로 여러 곳이 망가졌습니다. 산에서 흙과 돌이 내려와서 배수로를 막아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도로의 반이 소실되어 곡예를 하듯이 지나갔습니다. 운전 중에 만나는 위험은 대부분 자동차 밖에 있지만 안전하게 피하려면 자동차 안에서 운전을 잘해야 합니다.

삶의 문제들은 대부분 외부에 있고, 문제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내면에 있습니다. 어떤 감정으로 반응하고 받아들이고 처리하는가에 따라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면이 어떻게 관리되고 발휘되는가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내면을 관리해서 질서를 잡아야 합니다.

내면을 관리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마음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신앙은 사느냐 죽느냐의 인생의 문제입니다. 잠언은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고 말씀합니다.

히브리적 개념에서 마음은 인격적 활동의 중심지라고 믿습니다. 마음에서 지식과 감정과 의지가 나오기 때문에 마음을 지키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살아가는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여겼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해도 마음에서 하나님을 소홀하게 여기는 순간 본성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십계명에서 일곱 번째 계명은 ‘간음하지 말라’입니다. 순결을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치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마태복음 5:28에서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남녀가 마음을 강제로 또는 몰래 내 것으로 취하는 행위는 음행이고 죄악입니다. 마음으로 짓는 죄는 영적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가 아니라 청지기로서 관리해야 할 신앙입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이 곧 믿음이라는 것은 오해입니다
둘째는 하나님을 안다는 것을 믿음이라 오해하는 것입니다. 이사야 47:10입니다. “네가 네 악을 의지하고 스스로 이르기를 나를 보는 자가 없다 하나니 네 지혜와 네 지식이 너를 유혹하였음이라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나뿐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다 하였으므로” ‘유혹하였음이라’는 히브리어로 ‘슈브(shub)’인데 ‘돌아가다’, ‘회복하다’는 뜻입니다.

NIV는 mislead you로 번역해서, 자신의 지혜와 지식이 잘못 이끌어서 인간 본성으로 되돌아간다고 말씀합니다. ‘내가 뭘 좀 아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아는 것을 의지하게 됩니다. 법조인들이 법을 잘 알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습니다. 아는 것이 곧 순종이라 믿는 것은 오해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알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하나님을 알려고 합니다. 신앙 안에서 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모르는 것입니다.

바벨탑은 죄악된 인간 내면의 결과물입니다.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창 11:4). 성읍과 탑을 건설해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지혜와 지식이 쌓일수록 마음의 생각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오래도록 교회 생활을 했다는 것이 옳게 신앙 생활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경을 많이 알고, 신앙 경험이 많다는 것 역시 옳게 신앙 생활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앙 연륜이나 경륜이 많을수록 더욱 마음을 겸손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마음을 장악하고 있는 본성에 의해서 믿음이 결정됩니다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큰 신앙의 사람 모세가 바위에 명령해서 물을 내야 했을 것을 지팡이로 두 번 내리쳐서 물을 얻은 것을 하나님을 믿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내리친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모세가 내면의 혈기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마음이 신앙을 압도해서 마음대로 살게 됩니다.

로마서 1:28-31에는 탐욕, 수군수군, 비방, 교만, 자랑이 나오는데 한 번쯤은 범했을 법한 잘못들입니다. 원인은 28절에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롬 1:28). ‘마음’은 ‘지식(knowledge)’, ‘인식(recognition)’을 뜻하지만 내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으로 번역했을 것입니다.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를 영어 성경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요? NIV에서는 ‘did not think it worthwhile to retain the knowledge of God’, 이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유지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NRSV에서는 ‘did not see fit to acknowledge God’, 이는 ‘하나님을 인정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NKJV은 ‘did not like to retain God in their knowledge’, 해석하면 ‘그들의 지식 속에 하나님을 간직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로 할 수 있습니다. 번역의 핵심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좋고 나쁨을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은 믿음을 결정하는 열쇠입니다.

믿는 대로 믿기 전에 믿음을 관리해야 합니다. 믿음을 소유하고 발휘하는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믿어도 믿음이 되지 못합니다. 단지 하나님을 안다는 것이 곧 믿음으로 인정되고 신앙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마음을 장악하고 있는 본성에 의해서 믿음이 결정됩니다.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는 ‘마음의 혁신(Renovation of the Heart)’에서 “지금의 삶과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 내면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과 성향과 선택의 측면, 곧 내면생활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외면의 악을 확실히 정복할 수 있는 것은 내면의 깊은 변화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굴절되듯이 관리되지 못한 마음속 본성이 믿음을 뒤틀고 오해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관리하는 핵심 사항은 마음에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유지해야 하고, 하나님을 인정해야 하고, 하나님을 간직하고 싶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되도록 마음을 관리해야 합니다. 마음이 관리되었을 때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엡 4:23-24)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계신 하나님께 묻고 들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과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갈등과 불편한 감정이나 관계개선을 위한 교제를 해야 한다면 더욱 내면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마시고 그 마음을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서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께 순종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상을 살기 위해서 마음을 관리하는 신자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