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씻기시는 구주 그리고 스승(요한복음 13:1-20)

윤준원 목사<예닮교회>

들어가는 말
예수님은 목적이 뚜렷한 생을 사셨습니다. 성부 하나님의 보내심 따라(요 20:21)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오셨고(요 6:38) 주님의 양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요 10:10)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요 10:15).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얼마나 주님이 오신 목적에 집중하고 계신 지를 보여 줍니다. 이날은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사건, 흔히 세족식이 있었던 날입니다. 주님의 세족식은 두 가지 정도의 목적을 지녔는데 1)죄인들의 죄를 씻기시는 구주로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이신 것이고 2)많이도 부족한 제자들에게 스승으로서 그 모본을 따르도록 교훈을 주신 것입니다.

발을 씻기신 구주
예수님의 세족식이 의도된 것이었음은 본문 1절에 기록된 대로 주님께서 세상을 떠나 하늘 아버지(성부)에게로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택하신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동기에서 이 일을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이 일은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성부)으로부터 왔으며 성부께서 자신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셨고 그에게 맡겨진 이 모든 것을 마치면 다시 성부에게로 돌아가야 하심을 아시고 행하신 일이었습니다(3절).

제자들은 그들의 주님이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발을 씻기시려 하자 무척 난감해하고 당황하였음을 제자 베드로를 통해 확인시켜 줍니다. 베드로는 “주께서 내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라고 강한 거부의 의사 표현을 했지만 “내가 너를 씻기지 않으면 너와 내가 상관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8절) 여전히 주님이 행하시는 세족의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받아들입니다.

역시 베드로답게 “절대로 안 됩니다!”에서 “그러면 손과 머리도 씻어 주세요!”라고 요구함으로 그의 순수함을 잘 드러냅니다. 우리는 베드로와 주님의 대화 속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의 퍼포먼스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너와 내가 상관이 없다!”고 하신 것은 이 일이 서로의 관계에서 필연적인 것이며 10절에서 “이미 목욕한 자는 온몸이 깨끗하니 더러워진 발만 씻을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심도 이는 단순히 발을 씻어주는 것 이상의 더 깊고 무거운 뜻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이 일이 구주 예수님과 관계를 맺어 죄 씻음을 받게 된 제자들의 구원을 의미하는 것임을 한 사람 가룟 유다를 배제시키는 것에서 확인케 되는데 2절은 마귀가 가룟 유다의 마음에 자기 생각을 집어넣은 것을 기록하면서 10-11절에서는 가룟 유다 외 다른 모든 제자가 깨끗하다고 증거함으로써 이것이 구주 예수님과 상관이 있는 이들에게 허락되는 구원의 이슈임을 명확히 알려 줍니다. 예수님과 관계를 맺어 그로 인해 죄 씻음을 받은 사람이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주님’이라고 부르는 성도입니다.

발을 씻기신 스승
세족식을 마치신 예수님께서 이 퍼포먼스의 의미를 아느냐고 제자들에게 물으신 후 바로 그 답을 주셨습니다. 15절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고 본을 보였다”는 직접적 풀이를 통해 그 의미를 알게 하셨습니다.


이 말씀하시기 전에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시기 위해 “내가 주와 스승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라고 하심으로 조금 전 베드로의 거부 현상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을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와 스승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종과 제자들로부터 발 씻음의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역으로 주와 스승이 종과 제자의 발을 씻기는 경우는 정말 매우 드문 아주 독특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그렇게 하셨습니다. 친히 이렇게 하신 후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세상 일반 현상과 달리 높은 자가 낮은 자의 발을 씻기는 것, 바로 이것이 “너희가 내게 배워서 행하여야 할 모습이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나라에 속한 천국 백성의 생활 원리입니다.

16절에 다시, 종이 주인보다 크지 못하고 심부름하는 자가 심부름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한 것이 당연하지만 “너희의 주요 스승인 내가 이와 같이 행하도록 모본을 보였으니 이를 (깨닫게 되어) 알고 (실생활 속에서) 행하면 너희에게 복이 있다!” 말씀하심으로 바로 이 원리를 따라 사는 것이 천국 백성이 참된 행복을 누리는 비결임을 알게 하셨습니다(17절).

크신 스승이신 예수님의 본을 따라 사는 사람이 주님의 제자입니다. 이들이 땅에서도 천국 복을 누리다가 영원한 천국에서 만물을 다스리는 복의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나가는 말
구주 예수님으로부터 몸과 발이 씻기어 거룩한 길 가는 이들이 성도들입니다. 이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크고 높으신 스승 예수님으로부터 작고 낮은 종이면서 제자인 이들의 발 씻기는 모본을 배우고 따라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