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어떻게 승무원이 됐지?”

한국인들에게 승무원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 한다면 대부분은 대한항공 승무원들을 기준으로 떠 올리지 않을까 싶다. 외모가 연예인 뺨칠 정도로 출중하고 키가 크며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여자들. 지금은 한국에서도 남자 승무원들이 많이 채용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 승무원들이 보편적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릴 적 승무원 형아 보다는 승무원 누나가 더 자연스럽고, 승무원 여자 친구나 아내는 티브이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토크쇼 주제, 뉴스 기삿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나의 예비 신부는 연예인 외모 뺨치는 승무원이고 나는 연예인에게 뺨 안 맞으면 다행인 승무원이다.

에어 뉴질랜드나 다른 외항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한 말 중에서 내가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면 바로 ‘어? 저 사람은 어떻게 승무원이 됐지?’이다. 여기서 ‘저 사람’에는 각자마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된 점은 외모나 외형을 보고 나오는 반응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나에게도 승무원의 이미지는 겉보기에는 외모가 출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외국에서 승무원을 뽑는 기준은 외모가 플러스 요소가 될 수는 있을지 언정 채용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몇 년에 한 번 비행기를 타면서 승무원들을 보던 때와 달리 비행기 타는 것을 업으로 삼고 매 비행마다 다른 승무원들을 만나면서 짧게는 1박 2일에서 길게는 8일까지 함께 하며 느낀 점은 외모의 출중함과 승무원으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은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승무원 준비생부터 정식으로 콴타스 객실 승무원으로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과정은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서류 과정부터 시작해서 2차 3차 인터뷰가 진행이 되고 성공적으로 Holding Pool의 대기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짧게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의 대기 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아부다비 또는 런던에서의 트레이닝 럭키 룰렛이 돌아간다.

인터뷰 과정은 그룹 인터뷰와 개인 인터뷰가 진행이 되는데 여기에서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외모, 국적, 경력의 사람들이 승무원에 지원을 하고 에어 뉴질랜드, 버진을 포함한 많은 경력직들도 서류합격을 통해 올라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력직들이 다 합격하는 것은 절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지원자 중 한 명은 콴타스 웰링턴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고 누가 봐도 전형적인 ‘승무원 상’의 친구였다. 이전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친구는 우리에게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인터뷰 담당자에게도 많은 어필을 했지만 그 인터뷰 이후 난 지금까지 그 친구를 본 적이 없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전 승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비행기에 아예 관심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 앞으로 가며 뜨는 것은 비행기, 위로 바로 뜨는 것은 헬리콥터라고 밖에 모르는 비행기 까막눈이었다.

승무원이 되기 전까지 전 세계 모든 항공사의 비행기는 대부분이 딱 2개의 비행기 제작회사에서 비행기를 받는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전에도 잠깐 나눈 부분이지만 그러므로 나는 인터뷰에서 솔직함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잘 풀린 것 같다.


일반적으로 승무원들이 되는 과정에 훈련 과정이 있으리라는 것은 대충 다들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콴타스 항공의 경우 1달의 안전, 응급 트레이닝과 1달의 서비스 트레이닝을 거쳐서 비로소 승무원이 된다. 인터뷰 과정에 합격했다고 해서 채용이 확정이 된 것이 아니라 콴타스 항공 국제선이 운행하는 비행기들의 기종, 크기, 좌석 수, 특이 사항, 긴급 용품, 안전 장비, 기내 안전 방송, 탈출 방법 훈련, 비상시 슬라이드의 종류, 구급 방법, 상황에 따른 구령, 슬라이드 배 위에서의 생존 방법… 이외에 여러 가지 트레이닝을 받고 시험에서 통과해야 서비스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돈을 받고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학생을 어르고 달래며 보충수업이 필요하다면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학생의 졸업을 위해 물심양면 애를 쓴다.

이와 반면에 승무원 트레이닝은 회사의 돈을 투자함과 더불어 승객들의 안전과 만족도가 회사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트레이닝에서 따라오지 못한다든가 옳지 않은 자세를 보인다면 어느 정도의 서포트와 회유 뒤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태운다. 기본적으로 15명 정도의 승무원 준비생이 트레이닝을 시작한다면 최소 1명에서 많게는 3~4명까지도 탈락을 한다고 들었다.

다행히도 나와 나의 동기들은 유례없이 오클랜드 지사에서 최초로 영국에서 트레이닝 받을 수 있는 잭팟이 터져서 다들 이를 악물고 트레이닝에 임해 한 명도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예비 신부나 비행하며 친해진 동기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트레이닝 중 동기들 2~3명 정도는 기본으로 떠나보냈다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보편적으로 뉴질랜드에서 콴타스 승무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길다면 길다고 볼 수 있고 공인회계사가 되기까지 보낸 나의 시간과 비교해 본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만큼 회계사 시험을 볼 때에는 내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에 승무원은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중점으로 보고 합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각각의 직업을 준비 하면서의 고충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나를 보며 몇몇 사람들은 그런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나도 한번 승무원 해볼까?’라고. 그리고 아마 나의 비행을 함께했던 몇몇 승객들에게는 이 글 초반에 말했던 ‘어? 저 사람은 어떻게 승무원이 됐지?’에서 내가 ‘저 사람’을 맡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외모를 보지 않는다는 말은, 아무나 뽑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승무원으로서 성공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나는 혹시라도 승무원의 꿈이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요소들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과 목표에 도달한 저 사람과의 차이는 ‘자신감’ 하나뿐일 수도 있다고.

오히려 내가 그 목표에 훨씬 더 적합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일단 시도해 보지 않은 한, 하나님 외에는 이 세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일단 하나님만 믿고 들이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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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원
로토루아에서 자라 오클랜드 대학 회계학과 졸업, 빅4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후 현재 콴타스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MZ 뉴질랜드 청년.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제가 한번 가보지요’를 실천 중이다. 말 그대로 천지 차이인 두 근무환경에서 일어난 다사다난한 근무일지와 그 안에서 신앙인과 세상사람이 공존하는 여느 MZ청년과 다름없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