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하나님, 선교의 하나님

작년 12월의 마지막 한 주간이 정말 바빴다. 그 틈에 목회 일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할 일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머리를 깎는 일이고, 또 하나는 잔디를 깎는 일이었다.


밖에 나가면 베토벤, 혹은 무슨 예술가 같다느니 하는데 집식구들만큼은 머리를 자르든지, 집을 나가든지 하라 하니 할 수 없이 긴 머리를 깎아야 하는 것이 영순위, 그 다음은 잔디를 깎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새해 첫날부터 동네 시끄럽게 잔디를 깎기 위해 잔디 깎기 시동을 걸었다.

성경에는 위대한 두 개의 명령이 있다. 우선 창세기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문화명령이 있고, 복음서에 가면 예수님의 위임명령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두 가지 명령 속에는 공통적으로 선교적 의미가 들어있다.

하나님의 문화명령
창1: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은 창조의 셋째 날에 땅에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다. 뉴질랜드는 어디를 가든지 잘 가꾸어진 정원들이 참 아름답다. 또한 봄이 지나고 한창 여름으로 치달으면서 텃밭에는 갖은 채소들이 잘 자라고 수확을 통해 식탁이 풍성해진다.


텃밭의 채소들이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가꾸는 이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한다. 가끔 이웃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우리 집 텃밭은 왜 이 모양이냐?”고 말이다. 거름도 채워줘야 하고 적당하게 물도 주어야 한다.

들판의 야생 식물들은 하늘의 정원사 하나님이 물과 햇빛을 주심으로 어느덧 꽃을 피우고 열매를 퍼뜨리기 시작한다. 이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생각해 본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말씀하시길,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를 이른바 문화명령(the Cultural Mandate)이라고 부른다. 문화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는 시대이기에 그 정의를 말하기도 매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문화(cultural)는 분명 경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농업(agriculture)이 땅(agros)과 문화(cultural)가 어우러진 낱말이요, 벌을 키우는 양봉(養蜂, apiculture)도 벌(apus)과 문화(cultural)가 합쳐진 말이다. 양봉(洋蜂)이 아닌 것이다. 즉 문화는 인위적으로 자연을 다스리는 행위가 들어있다. 이처럼 자연과 문화는 구분하기도 참 어렵지만,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할 수 없다.

식물이 보여주는 선교 방법
하나님은 창조하신 모든 동식물에게 번식하는 능력과 방법을 주셨다. 그 번식하는 능력과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나는 이것도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람과 식물 중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잘 지키는 것은 사람일까 식물일까?

요즘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0.7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으로 아주 비상이 걸렸다. 사람이 땅 위의 식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문화명령에 순종하여 따르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 위의 식물들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이 내려 주신 문화명령을 아주 잘 지키고 있다.


오늘도 원치 않게 잔디를 깎고 풀을 뽑으며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기 전에 땅을 만드시고 그 위에 식물을 나게 하신 것은 우리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축복이다.


식물학자들은 하나님이 이 지구상에 사람이 식용하도록 만들어 주신 것이 거의 100만 가지에 이르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식물들은 자라면서 기꺼이 사람을 위하여 모든 것을 내어준다. 또 식물들의 종자 번식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나는 특히 식물들이 종자를 번식하는 방법들을 보면서 선교 방법을 생각해 본다. 들판의 민들레는 마치 헬리콥터처럼 날개를 달고 멀리 자신의 종자를 날려 보낸다. 무려 40km까지도 날아간다고 한다. 질경이 씨앗을 차전자(車前子)라고 하는데, 이는 마차 바퀴에 씨앗이 묻어 퍼진다는 뜻이요, 봉숭아 씨앗처럼 씨앗 주머니가 폭탄처럼 터지기도 하고 가시가 있어서 사람의 옷 같은데 붙어 퍼지기도 하고 벚나무의 열매 버찌는 새의 먹이가 되었다가 배설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해변에는 맹그로브 나무 씨앗이 수없이 밀려온다. 소금기의 바닷물을 견디면서도 생명력을 지니고 자신이 뿌리를 내릴 곳을 찾는다. 하나님이 식물 각자에게 주신 고유한 방법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선교 역시 이런 식물들의 번식 능력 속에서 창의적인 선교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받아들이기 전에 하나님이 자연의 식물들 속에 감추어두신 이 비밀한 선교 방법을 살펴보는 일은 너무나도 소중한 선교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의 위임 명령
마 28:18~20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우리는 복음서의 마지막을 읽으며 예수님의 위대한 명령(Great Mission) 앞에 서게 된다. 예수님의 제자, 열한 사람은 성경대로 죽으시고 성경대로 부활하신 소식을 듣고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 갈릴리에 모였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모인 제자들은 먼저 예수님을 경배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가라’ 명하신다. ‘땅끝까지’ 즉 제자들에게 복음의 씨앗이 되어 널리 세상 끝까지 퍼지라는 명령이다. 어떻게 퍼져 나갈 것인가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하나님이 식물들에게 주신 다양한 방법처럼 제자들도 각자의 다양한 배경과 지식, 성품, 능력 등을 가지고 이 위대한 위임 명령을 받는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교의 목표
선교를 말하는 미션(Mission)은 ‘보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보내시기 전에 당신이 먼저 오셨다. 하나님이 사람의 몸으로 오신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이 이제 제자들을 향해 ‘가라’고 명하시는 것이다. 이 명령은 ‘제자를 삼으라.’는 것이 우선이요, ‘세례를 주라’는 것이 그 다음이요,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명령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이렇게 명령하시는 예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셨다. 그 권세로 세상 끝날까지 항상 함께하시리라 약속하셨다. 명령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임마누엘의 약속도 함께하신다. 얼마나 큰 위로요 능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