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껍질 속에

소라게라고 불리기도 하는 집게는 크면서 자기에게 잘 맞는 빈집을 찾는다. 집게는 고등이나 소라껍데기에 들어가 살기에 소라게라는 다른 이름도 얻었다. 집게는 자라면서 자기가 들어가 살 빈집을 찾는 경쟁이 심하다.


조개껍데기를 줍거나 빼앗기도 하는 집게는 때로는 쓰레기에 들어가 잘 살기도 한다. 비록 몸이 커질 때까지는 말이다. 집게는 사는 동안에 자라는 동안에 머물 조게 껍데기를 찾는다. 이사를 자주 해야만 한다. 집게는 다양한 껍데기나 쓰레기 혹은 동물의 뼈에 들어가 산다.


집게를 영어로 은둔자 게(Hermit crab)라고 한다. 집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집에서 나오지 않는 외톨이가 됐다.


은둔형 외톨이는 1970년 산업화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학교에 가지 않거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현상을 은둔형 외톨이를 지칭하는 히키코모리(hikikomori)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줄여 은톨이, 또는 외톨이라고 부르다가 폐쇄은둔족이라 하기도 했다.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주로 청소년과 청년에게 집중되면서 가정과 사회에 단절된 현상이 나타났다.


학교나 군대, 또는 직장 혹은 단체 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성향을 넘어 사회적으로 과도한 경쟁과 비교로 인한 중압감이나 억압으로부터 견디지 못하고 집이나 방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 들어가 외부와 관계를 단절하고 생활하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조사한 적이 없어 다만 어림수로 추정할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로 가정, 경제, 사회, 문화적인 상황과 여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잇는 일상을 이어가지 못한다고 내버려 두어 고립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가족까지도 피하거나 친구가 전혀 없는 예도 있다.


사람과의 깨어진 관계에서 오는 배신이나 배반 그리고 상처로 인한 무기력이나 좌절감을 넘어 불안과 강박이나 인격장애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자기 껍질의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예도 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니면 남이 날 잘 봐주기를 바라면서 체면의 껍데기 속에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물어보라.“자기 껍질 속에 잘 들어가 있다”는‘비앙 당 사 포’라는 프랑스 말이 있다. 집게처럼 자기에게 잘 맞는 껍질 속에 들어가 살아온 한해였는지 돌아보라.

이전 기사제6회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정기연주회
다음 기사은혜입은 종이 드리는 마지막 인사
이 승현
본지 발행인.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생명구원”(요한복음 20:31) 위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인 주제로 칼럼과 취재 및 기사를 쓰고 있다. 2005년 창간호부터 써 온‘편집인 및 발행인의 창’은 2023년 446호에‘복 읽는 사람’으로 바꿔‘복 있는, 잇는, 익는, 잃는, 잊는 사람과 사유’를 읽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