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찬송/11월 셋째 주 찬송

11월 둘째 주 찬송/63장 주가 세상을 다스리니

눈이 닿는 공간, 손이 닿는 구석구석에 찬송 소리 넘치길

2023년은 저에게 특별한 해입니다. 누구나 맞는 팔순이어서 건강하게 살아 감사로 맞는 해이기도 하지만, 63학번 대학생이 되어 시작한 성가대 지휘 60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뜻깊습니다.

비엔나로 향하며 교회음악아카데미 창설 아이디어를 가진 지도 33년, 그 많은 교회음악연주를 거듭하면서도 ‘찬송의 대잔치’의 꿈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제자 몇 명이 찾아와 팔순 잔치를 열어주겠다기에 찬양잔치를 열자고 했지요.

지난 7월 22일, ‘김명엽 교회음악 60년 음악회’(교회음악아카데미)를 영락교회 베다니홀에서 열었습니다. 제가 번역한 많은 교회 합창 작품 중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중 ‘대영광송’, 구노의 장엄미사 중 ‘신앙고백’, 제가 작곡한 수 백곡의 어린이 찬송가 중 ‘똑똑똑 문 좀 열어주세요’와 ‘나의 한 가지 소원’, 고교 교사 시절 편곡한 남성 합창곡, 예배 찬송을 위해 작곡한 ‘찬송가 데스칸트’, 그리고 처음 지휘할 때 성광교회에서 찬양한 ‘길 되신 주’와 남대문교회에서 은퇴하며 마지막으로 찬양한 ‘주의 기도’ 등 다양한 메뉴로 저와 함께 찬양한 성가대원들과 제자들 3백여 명이 무대에 올라 은혜롭게 찬양을 했습니다.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던 고독한 여행길에 하늘 사다리를 경험한 후 돌베개에 기름 붓고 찬양의 돌단을 쌓은 것같이 저도 베델의 돌탑을 쌓았습니다. 예배와 교회음악의 모범을 그리며 걸어온 저의 교회음악의 여정을 함께 돌아보며 아삽의 후손들이 대를 잇듯 후배들도 이어지길 바라며 연 음악회였습니다.

찬송 시 ‘주가 세상을 다스리니(Po vsej zemle carstvuet slava Tvoja)’는 작자미상의 독일어 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으로 1984년, 모스코바에서 출간한 『러시아찬송가(Svornik Duhovnyh Pesen)』에 실렸습니다.

관련 성구(시편 8:1-9)는 이 세상을 지으시고 이 세상을 인간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노래한 다윗이 지은 시편 8편인데요, 이를 운율 시로 만들었습니다.

“주가 세상을 다스리니”로 시작하는 1절은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 8:1)와, “주가 권능의 손으로써”의 2절은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시 8:3), 그리고 “주가 세상의 피조물을 인간에게 맡기시고”의 3절은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으니”(시 8:6)와 꼭 들어맞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두고 운율시편찬송이라 하지요.

서방교회 찬송들로 가득한 우리찬송가에 동방교회 찬송이 수록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저 하늘 거룩하신 주여’(194장)와 ‘영원하신 주님의’(403장), 그리고 이 찬송 등 『러시아 찬송가』에 실린 세 편은 작자를 알 수 없으며, ‘인내하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367장)은 프로하노바(I. Prohanova) 작사, 카야코프(I. Kajakov) 작곡으로 이름만 밝히고 있습니다.


멜로디를 작곡한 게브하르트(Ernst Heinrich Gebhardt, 1832-1899)는 독일 감리교 목사로 시인이며 작곡가입니다.

11월 셋째 주 찬송/18장 성도들아 찬양하자

최고 최상의 악기인 음성, 심금(心琴)연주법 살려 찬양해야

찬송 시 ‘성도들아 찬양하자’는 경주 태생의 시인인 전재동(全在東, 1934- ) 목사가 지었습니다. 고향인 경주공고를 나온 후 상경, 중앙신학교를 거쳐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한양대 부속병원의 초대 원목을 지냈으며 동은교회 담임목사로 섬겼습니다.

그는 문인으로서 한양대 문리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으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는 미국 웨스트 주립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하였는데, 찬송시집『거룩하신 하나님은』을 비롯하여『밤에 피는 꽃』『낙엽들』『늦은 비』『내일을 위한 사색』등의 시집과 저서가 있습니다. 그가 지은 찬송으로 우리찬송가에 거룩하신 하나님은(77장) 등 2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곡명 찬양 감사는 함북 청진 출신의 이중화(李重華, 1940- ) 장로가 지었습니다. 그는 서울신대를 거쳐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정의여고에서 오랫동안 음악교사를 역임하였고 서울신대에 출강하였습니다. 한국교회음악작곡가협회 이사이며, 청진 명예시장도 역임한 바 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 독창곡 내가 산을 향하여, 칸타타《사랑의 주》《십자가의 표상》등 많은 교회음악 작품이 있습니다.

관련 성구는 바울 사도가 우리가 부르는 찬송의 종류와 연주법까지도 언급한 저 유명한 에베소서 5장 19절 말씀입니다.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엡 5:19-21)

아홉 번째 마디, “우리 함께 소리 높여”의 ‘소리 높여’, ‘기뻐하며’, ‘큰 소리로’에 높은 음으로 어화(語畵, word painting)가 사용되어, 더욱 인상적입니다.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김명엽의 찬송교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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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연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1960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광범위하게 교회음악 활동을 하면서 김명엽의 찬송교실1-5을 예솔에서 출판했다. 이번 25회 연재를 통해 교회력에 맞추어 미리 2주씩 찬송가 두 곡씩을 편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