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

김봉조 목사<세계선교교회>

세상엔 한번 반드시 만나야 할 학교가 있다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몇 년간 미뤄지던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가 마침내 열렸다. 이민 생활의 분주함과 각박함, 그리고 오랜 기간 팬데믹으로 경제적인 절박감으로 힘든 가정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 두란노 뉴질랜드 아버지학교 운동본부 주관(뉴질랜드 지부장 박기만 형제)으로 타우랑가 샘물교회(김기오 담임목사)에서 타우랑가 한인교회(김성종 담임목사)와 연합으로 진행되었다.

스태프로는 한국 3명, 오클랜드 9명, 타우랑가 3명의 형제가 한마음으로 섬겼고, 총 18명의 아버지가 참가하여 4개 조로 나누어져 9월 1일~2일(금·토)과 4일~5일(월·화)에 진행되었다.

1995년 10월 한국 두란노서원에서 시작된 아버지학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75개국 304개 도시에서 42만 명 이상의 아버지들이 수료했으며, 이번 타우랑가에서는 8,393차가 개설되었다. 참으로 긴 시간을 거쳐 타우랑가에서 아버지학교의 산실이 열린 셈이다.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은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남성’, ‘아버지의 사명’, ‘아버지와 가정’ 등 4가지 주제 강의를 통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남편과 아버지가 되어 그동안 모르고 행했던 잘못된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며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학교인 만큼 과제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종류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위해 매일 4시간씩 강의와 숙제에 대한 조별 나눔(sharing), 간증 형태의 참여자들 삶의 나눔, 예식으로 구성되어있다. 특징은 아버지학교를 먼저 수료한 선배의 강의와 더불어 참여자들의 직접적인 삶을 나누고, 배운 내용을 바로 숙제로 받아 가정에서 실천하면서 짧은 시간에 변화를 체험한다는 점이다. 좀 더 성숙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결단하여 생활하게 하는 삶의 실천 운동이다.

진행 방법은 매 시작에 앞서 진행자가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구호를 3번 외친다. 첫째 날 어색하지만 가장 먼저 아버지학교 인사법인 허깅(Hugging)을 배우고 조장의 안내로 조 이름, 구호를 정하고 각자가 소망하는 가정의 모습을 그림판에 그려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특별히 아버지들 사이의 허깅은 단순히 껴안는 행위가 아닌 그 안에는 이민자로서 겪는 고난에 대한 위로, 격려, 그리고 아버지로서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한 용납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가슴과 가슴을 마주 대며, 꼭 껴안고, 서로 위로하고, 때로는 용서하는 의미가 담긴 사랑을 전하는 인사법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편지쓰기’를 숙제로 부여받는다.

둘째 날, ‘아버지의 남성’ 주제 강의 시간에 체면, 일, 음주, 폭력, 성, 도박, 중독, 레저, 사이버 문화에 대하여 알게 모르게 물들어진 나의 나쁜 습관을 점검하여 하트 모양의 종이에 적어 태우는 예식이 있었다. 끝날 무렵 어쩌면 가장 어려운 아내에게 편지쓰기와 아내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를 적는 숙제가 주어졌다.

셋째 날 강의는 ‘아버지의 사명’이었다. 아버지로서 가정의 결속, 사랑과 인도, 그리고 파송인데 아버지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야 아내와 자녀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강의였다. 또 둘째 날의 과제였던 아내에게 쓴 편지를 조별로 읽고 아내의 사랑스러운 20가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아내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아내를 초청하여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하나님이 가정의 제사장으로 주신 사명의 순수성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당연성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향해 쓴 편지를 읽는 것을 들으며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아내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힘겨움과 안쓰러움을 깨닫고, 그동안 알면서도 말하지 못한 미안함을 눈물과 진한 포옹으로 대신 표현함을 통해 가정이 회복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순서로 아버지학교 수료의 상징인 아버지학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아내에 대한 세족식이 진행되었다. 곳곳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아내들의 흐느낌과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남편들은 떨리는 두 손으로 사랑하는 아내의 발을 씻기며, 아내의 소중함과 가정의 제사장이라는것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그 많은 애증과 가식을 벗고 온전히 거듭나는 섬김의 자세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였다.

세족식을 통해 감사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함께한 아내의 발을 씻기면서 아버지로서의 부족함과 남편으로서의 소홀한 점들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는 좋은 남편이 되며, 인정받는 아버지가 되리라 얼마나 다짐하였을까? 더불어 아내는 제사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머리로서의 남편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정의 골 밀어내고 진정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거듭나

타우랑가에서 두 교회가 하나의 물이 되어 흘러가게 된 계기 마련 돼

한때는 누군가의 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를 보며 꿈꾸고, 일하며,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성장을 하고, 결혼하여 남편이 되고, 자녀를 낳으면서 가족을 지키고 희생하는 법을 익혔다. 세상의 수많은 아들들은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온 이 시대 아버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식을 낳으면 곧바로 아버지가 되고 마는 걸까?

무면허 아버지, 무면허 남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오늘의 현실을 가리켜 “부모는 있지만 아버지는 없는 시대”라고 하였다. 즉, ‘부권 상실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떻게 오늘의 사회가 도덕적, 윤리적, 성적으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는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권위가 상실되었다는 것은 오늘의 가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되어 진다.

가정은 동서고금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삶의 영역이고 또한 인간 형성이 최초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장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가족이란 실로 오묘한 관계다. 예로부터 아버지는 권위의 상징으로 가정의 가장이며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아버지는 가정이라는 장소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들은 또한 가정과 사회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들 대부분은 가정의 훌륭한 리더가 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 자신을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담당해야 할 책무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자식은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투덜대지만, 부모 역시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알 수 없는 자식에게 본분을 다해야 하는 처지다. 특별히 모든 아버지의 공통점이 아버지가 처음이라 매사에 아버지의 역할에 서툴렀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완벽한 남편은 없다. 대부분 남편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학교는 ‘잘 모르고 살아온 길’의 한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자신의 삶을 새로운 형태로 인식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자기 삶으로 수용, 선택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의 출발점이다. ‘자기중심적 삶’에서 ‘남편’과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구도자의 심정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민 사회에서 폐쇄된 삶을 사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꼭 필요한 최고의 인문학교인 셈이다. 참여자 중에는 가장 먼저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변화를 깨달은 참여자는 자신이 변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아버지였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인한 관계의 회복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경험하였다. 학교를 수료하고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아버지들이여, 화해의 손을 내미십시오.”라는 글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셈이다.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동기를 살펴보면 ‘아내에게 등 떠밀려’, ‘교회 목회자와 장로님 권유’, ‘성질이 급해 아내와 다툼이 잦아 고쳐 보고자’ ‘자녀와의 틀어진 관계 회복을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저 준비 없이 살아온 아버지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진정한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버지들이 거기에 있었다.

4일에 걸친 수업에서 “왜 지금까지 이것을 몰랐을까?” 혹은 “알면서도 표현 방법이 서투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남편과 아버지의 삶을 오늘의 나에게 반영해 보고, 내속에 있던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골을 밀어내고 진정한 아버지로서 재탄생을 보게 되었다”라는 참가자들의 말이 아버지학교의 중요성을 표현해 주기도 했다. 참고: http://www.father.or.kr/ 두란노아버지학교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 소감

‘남자의 향기’를 넘어 ‘그리스도의 향기’로
나 역시 아버지학교의 지원자로서 참여하여 두 가지 큰 감동을 하였다. 하나는, 아버지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남자의 향기’에 흠뻑 취했다. 남자들이 이처럼 진지함과 솔직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고,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속을 말하고, 받아들이고 교통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혹, 술이나 한잔 마셔야 말을 꺼낼 수 있던 자기 속살 같은 깊은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맨정신으로 드러냈다.


그 순간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살았지만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남자의 꽃망울이 열리면서 ‘남자의 향’이 터졌다. 그 향은 향기가 되어 공간과 사람들의 마음을 채웠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고백과 결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남자들의 짙고 진솔한 향기는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울음과 울림을 주었다.


또 다른 하나의 감동은, 타우랑가 한인교회와 타우랑가 샘물교회의 교통이었다. 두 교회는 타우랑가 지역 안에 오랜 시간 함께 있었어도 서로 각자 흘러가는 물이었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각각 자기의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다가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만나 합쳐져 한강이 되어 흐르는 것처럼 <아버지학교 타우랑가 1기>를 통하여 두 교회의 두 물줄기가 서로 섞여 한 물줄기가 되었다.


우리는 본디 주님 안에서 발원한 생수로 하나였다.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를 통하여 타우랑가에서 두 교회가 하나의 물이 되어 흘러가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참으로 큰 감동이고, 기쁨이었다. 그렇게 ‘남자의 향기’를 넘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주의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벅차고 기뻤는지 모른다.


음식 준비를 하는 여전도 어머니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였으니 이는 그리스도의 향이 배가되는 더더욱 아름다운 일이다. 이것이 하늘 아버지께서 하시는 역사이다. 타우랑가의 아버지학교를 위하여 한국과 오클랜드, 그리고 타우랑가에서 자원하여 섬김과 헌신을 다해주신 주의 형제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기오 목사<타우랑가 샘물교회>

더 나은 성경적 남성으로 든든히 서기 위해 결단
지난 2017년 두란노아버지학교 제6,896차 오클랜드 11기를 수료하며 받은 은혜가 컸습니다. 먼저 은혜받은 분들이 오셔서 강사로, 스태프로 섬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고, 아들.아버지.남편으로서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위로 받고, 더 나은 성경적 남성으로 든든히 서기 위해 결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타우랑가의 아버지들과도 이 은혜를 나누고 싶어 타우랑가 목회자들께 마음을 나누었고 함께 연합하여 은혜 가운데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함께 기도하며 헌신해주신 타우랑가 목사님들과 타우랑가 아버지들과 타우랑가 성도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귀한 사역을 위해 먼길을 마다 않고 한국에서 오신 세 분의 강사들과 오클랜드에서 오신 아홉 분의 스태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김성종 목사<타우랑가 한인교회>

‘나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자신감 얻기를
두란노아버지학교는 아버지들이 하나님과의 친밀감과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서 행복한 믿음의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학교입니다. 이번 타우랑가 1기 아버지학교를 통해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가장의 무게를 외롭게 지고 가는 아버지들이 위로받고 ‘나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최성완 장로<두란노아버지학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