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겨울풍경

작은 딸이 버리려고 내놓은 화장품 냉장고를 가져다 어릴 적 가파른 계단이 엄청 많던 행촌동 골목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릴 때 그 계단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아득한 높이였습니다. 그 계단을 다 오르고도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우리 집이 있었습니다. 겨울이 되어 눈이 쌓이고 빙판이 되면 그 계단은 롤러코스트나 다름없었습니다.

자칫 발이라도 미끄러지면 정말 큰 일입니다. 눈이 오면 동네 어른이며 아이들도 모두 싸리 빗자루를 들고나와 계단의 눈을 쓸어야 했습니다. 다 탄 연탄재를 부숴 놓기도 하고요. 계단 아래 큰 대로에는 빵집도 있고 대폿집 등 작은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집집마다 밥 짓는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신문팔이 소년은 못다 판 신문이 있어 마음이 급한지 외치는 목소리는 더 높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