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교회에 출현한 이단

유대주의(율법주의)적 영향의 기독교 이단들
초기 기독교의 이단은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전환한 시점의 유대인들의 율법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최초의 기독교인들이 유대인들로 유대교 전통과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독교 신앙이 이루어진 시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강한 선민의식과 토라를 하나님의 뜻과 구원계획이 담긴 말씀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즉, 아브라함과 모세를 통해 주신 할례로 상징화된 구약의 약속은 여전히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믿음을 깊이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바울 사도의 믿음으로만 칭의 되고, 구원을 얻는다는 새로운 복음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유대주의를 거부한 것이 아닌, 여전히 유대인으로 살면서 다만 약속하신 메시아가 나사렛 예수로 이미 오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예루살렘의 교인들은 안식일을 지키고 성전에서 예배를 드렸으며 자신의 죄를 위하여 두 주간 동안 금식 기간을 가졌던 유대교 관습들을 그대로 채택하였습니다.

이러한 신앙은 초기 기독교 사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예루살렘이 로마에 의해 멸망당한 이후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였던 펠라와 요단강 서쪽에 남아 있던 유대 기독교 공동체를 통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초기 기독교인들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유대적 배경은 초기 교회의 내부에서부터 유대주의 성향에 대한 기독교 이단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일차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親) 율법주의 경향의 에비온파(Ebionites)
에비온은 히브리어로 ‘가난하다’란 뜻으로 이레니우스가 쓴「이단 논박(Against Heresies)」에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터툴리안은 에비온이라는 인물로부터 에비온파가 시작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대다수가 가난한 사람들로 자신들이 예수의 참된 제자들로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약속된 복이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비온파는 기독교에 몸을 담았지만 사상과 신념만큼은 정통교회와 배치된 유대교의 한계에 갇혀 기독교를 유대교의 한 분파로 전락시키는 몇 가지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①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신성에 대한 부정입니다. 예수는 약속된 다윗왕의 후손으로 최고의 메시아임을 인정하지만 모세와 같은 선지자로서 강력한 성령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지 영적으로 완전하신 하나님이 아닌 요셉의 씨인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믿었습니다.

② 모세 율법의 원리를 강조하며 철저히 율법에 대한 준수를 강조함으로 행위 구원론적인 신앙관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할례, 안식일, 그 외 매일 목욕을 통한 정결 예식 등을 율법의 조문에 맞게 엄수할 때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③에비온파는 유대인들에게 적용되는 지금은 현존하지 않는 히브리 복음서, 즉 변형된 마태복음만을 권위 있는 성경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믿음과 구원의 상관관계를 강조한 바울은 그들이 보기에는 ‘율법에 대한 배교자’로 보았고 그의 사도직 역시 거부하였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쓴 서신들을 배격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학자들은 갈라디아서 2장 4절에 “가만히 들어온 거짓 형제”라는 표현은 이들에 대한 암시로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십자가의의 원수”(빌 3:18)라며 율법의 행위를 강조하며 하나님의 언약 아래 있으려면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리새파 출신의 할례당, 즉 유대주의자들을 비판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거시적 관점에서 신학과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교회의 수많은 부수적 행위가 칭의의 조건으로 내세워질 때 율법주의로 간주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무(無) 율법주의 경향의 니골라당(the Nicolaitanes)
에비온파가 요단강 건너편 유대공동체 중심으로 퍼져 있었다면 에게해와 지중해에 걸쳐 버가모와 에베소 등을 중심으로 니골라당이라는 율법 폐기론자들이 존재했습니다. 니골라당은 ‘백성을 지배하는’ 혹은 ‘승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요한계시록 2:6, 15에 등장하는데 에베소와 버가모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단 분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 요한 외에 ‘니골라당’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이레니우스는 ‘니골라’라는 이름은 사도행전 6:5에 처음 언급된 초대 교회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으로 ‘니골라’를 추종하는 이단 분파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니골라 집사 본인에 관한 내용은 교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에 ‘니골라 집사’와 ‘니골라당’과의 연관성은 구분 지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처음 니골라 집사로부터 출발하지만 1세기 중반 교회 안에서 영지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방향으로 발흥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니골라당은 당시 초대 교회 사도들과 집사들처럼 ‘성전과 율법’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요한계시록에서 밝히듯 버가모에 있는 일부 신자는 이들을 지지했지만 에베소 교회는 분명히 이들을 대적했습니다. 이들은 율법의 도덕률을 무시한 방탕하고 방종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레니우스도 그의 저서에서 니골라를 사도적 가르침에서 벗어난 부도덕한 무리의 우두머리로 간주하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①구약의 율법들은 신약의 시대에 필요하지 않다며 율법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였고, 이들의 사상은 육체를 부정하게 바라보는 영지주의적 이원론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육체에 대한 완전한 지배를 위해 모든 감각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이것은 육체적 정욕과 타락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율법의 행위가 아닌 오직 사랑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신앙적 방종은 주후 2세기 기독교 문헌들이 강하게 도덕주의를 주장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② 요한이 버가모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니골라당의 행위를 민수기 25:1〜5, 31:15〜16에 기록된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계 2:14)로 지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행위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부정한 행위인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당시 니골라당은 이교의 성적인 행위가 포함된 제사 의식을 기독교 신앙에 받아들여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고 음행을 행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사상은 당연히 간음행위는 부도덕한 것이 아닌 하나의 기독교 종교의식으로 믿고 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사도행전 15:29에 기록된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 사항을 뒤집는 가르침이었고 사도 바울의 수많은 경고를 부정하는 행위였습니다. 유세비우스에 의하면 이 종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지만 중요한 점은 현대의 많은 이단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는 점입니다.

반(反) 율법주의 경향의 시노페의 마르키온(Marcion 약 85년~160년)
초대 교회 당시 대표적인 이단으로 니골라당과 함께 영지주의의 한 분파였던 마르키온파가 있습니다. 마르키온은 발렌티누스와 함께 영지주의를 대표하는 이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선과 악, 영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 영과 육 등이 철저히 대립하는 존재론적 이원론을 주장하였고, 유대교에서 말하는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율법, 즉 구약성경 자체를 거부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성육신에서 그리스도의 인성을 인정하지 않는 가현설로 당시에 가장 심각한 이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폴리캅을 시작으로 유스티누스, 이레니우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터툴리안, 오리겐에 이르기까지 두 세기에 걸쳐 많은 교부들이 마르키온의 교리를 반박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할 만큼 정통교회에 큰 위협이 되는 이단이었습니다.

터툴리안의 경우 “마르키온에게 대항하여”라는 저술을 통하여 마르키온의 사상과 교리를 직접적으로 반박하기도 하였습니다.
①마르키온은 영지주의의 이원론을 합리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구약성경의 하나님을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의 영적 능력 중 한 부분 정도로 인식하였습니다. 또한, 신약의 바울 사상을 바탕으로 구약의 하나님을 악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대 율법주의를 강력하게 비난합니다.

마르키온은 자신의 저서 「신·구약 대조(Antithesis)」에서 신약과 구약은 내용과 역할, 의미 면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신약과 구약 사이에 불일치하는 것이 많다는 점을 주장하며,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그리스도를 불완전과 완전의 관계로 정의합니다.

마르키온에게 있어서 그리스도는 구약의 여호와보다 더 상위의 절대적 존재로서 여호와의 진노에서 백성을 구원하러 온 존재라고 가르쳤습니다. 마르키온에 따르면 구약의 하나님은 유대인들만의 신이며, 진노와 복수의 신으로서 인간을 심판하고 지배만 하려는 부정적인 존재입니다. 또한, 구약의 하나님은 진정한 창조주(선한 존재)에게 종속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 해석합니다.

반면에 그리스도는 진정한 창조신의 현현으로 사랑과 화평을 전하는 분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구약의 예언에 대해서는 성취될 진실로 받아들이며, 율법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그리스도를 통해 율법의 지배에서 벗어나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②정경에 관해 그는 구약성경을 온전한 신적 계시의 전체로서가 아닌 부분적으로만 인정하는 영지주의와 기본적인 입장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복음서와 바울의 서신에 관해서는 영지주의자들과 달리 당시의 기독교인들 입장과 가까웠습니다. 그는 성경을 해석할 때 문자적으로 믿었고, 알레고리적 해석을 거부하였는데 그 이유는 본문을 해석하는 사람들의 취향과 사상의 차이로 인한 해석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또한, 성경 안에서 은혜 대신 율법적인 요소들은 모두 제거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율법과 복음을 분리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성경의 부분들을 택해 정경을 만들었는데, 이는 공개적으로 정통교회에서 인정하던 성경의 권위를 훼손한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제한적이지만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면서 처음으로 신약의 정경성을 확립하는데 자극되었고 실제로 마르키온으로 인해 교회 역사에서 성경의 정경화가 빨리 진행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출처: 김용규,『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 문명 이야기』(IVP 출판사, 2021)을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통해 책에서 다뤄지는 기독교 신학의 내용을 필자의 관점에서 재 인용과 재 해석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