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구루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추억의 동동구루무. ‘동동’은 북소리이고 ‘구루무’는 화장품 ‘크림’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동네 어귀에서 북소리가 들려오면 온 동네 아이들이 제일 먼저 동동구루무 장사 곁으로 모여들고 아줌마와 아가씨들도 하나둘 얼굴을 내밉니다.

동동구루무 장사는 멋쟁이 모자를 쓰고 등에는 큰북을 짊어지고 북채를 발목에 묶어 발길질을 하면 북과 징이 울리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신기 하기만 했습니다.

때론 입으로 하모니카를 불기도 하고, 어떤 아저씨는 원숭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원숭이를 처음 보는 우리에게는 정말 신나는 구경거리였었지요.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다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지 하도 신기해서 아저씨 주위를 빙빙 돌며 관찰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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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