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회개

회개의 시작 – 나를 아는 것
말을 흐리며 커피를 받아 앞에 가만두었다. “사실 골든 에어로프레스를 받아온 것이 참 좋긴 한데, 더 좋은 바리스타로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이…” 어찌 들으면 자랑 같아서 얄미울 법하다. 그러나 희준을 조금 안다면 그런 구석이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희준이는 늘 걱정이 지나치게 많고 매우 진지한 대화 습관을 지닌 친구다. 철없고 해맑은 모습도 있지만 한없이 진지한 태도는 종종 경직된 어조와 불편한 대화로 이어진다. 애써 차근차근 침착하게 풀어야 하는 실타래가 이리저리 엉켜 있는 것 같은 청년이다. 그의 가족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희준이는 삼 형제 중 막내였다. 두 형은 모두 지적 장애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께서는 그로 인해서 몸 고생에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두 형은 모두 화가 많았는데 이는 불같이 엄하신 아버지 탓으로 보는 경향이 많이 있다.

이러한 가정의 배경을 알고 난 후부터 희준이가 왜 그리도 착하고 해맑았는지도 이해되었다. 동시에 진지하고 어둡게 구석진 마음도 이해되었다. 어둡다기보다는 매사에 신중했다. 매우 신중했다. 지나치게 말이다.

늘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아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목회 상담도 그렇지만 영성신학의 디렉팅spiritual directing도 그러하다. 주변 지인들과 교회 공동체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을 가장 최근 사건들로부터 기억나는 어린 시절까지, 그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 본다.

때론 부모나 친척 어른들이 들려주는 기억나지 않는, 어쩌면 신생아였던 시절까지 돌아가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요즘 성격유형 테스트와 심리분석 자료들을 통해 나를 아는 것과 함께 나를 형성하게 된 굵은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알 수 있으니, 유행도 도움이 된다.

진정한 회개-계획적이고 반복적인 습관의 변화
이렇게 훌쩍 오클랜드로 올라온 것은 희준이에게 나타난 엄청난 변화 중 하나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고 어떤 이는 사람은 고쳐 쓰는 물건이 아니니 바꾸려 하지 말라고 한다. 그저 그런 사케즘을 섞어 이야기하지만, 사실 사람은 천천히 새로운 습관들이 만들어지면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바뀌고 변화한다.

어떤 사건과 충격적인 일로 극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신앙인들은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일상을 통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 말이다. 그저 그렇게 답습하고 반복하는 매일을 산다면 세 살 버릇은 변화하지 않으나 선한 것을 추구하며 날마다 옳은 것, 바른 것을 고민하고 선택하여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꾸준히 걷다 보면 좋은 습관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결국 바뀌어 가게 된다.

변화를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 말만 하는 입바른 회개가 아닌 진정한 회개가 개인에게서 일어나는 것이니 변화는 놀라운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로마서 12장 2절처럼 하나님의 기뻐하시고 선하시고 온전한 뜻을 분별하여 변화된 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처세술과 입바른 표현들로 대충 살아가는 비어 있는 삶이 아닌 정말 내면이 꽉 차 있는 담백한 한 사람 말이다. 추운 겨울철 오랜 반죽 과정과 숙성을 거쳐 들어간 뜨거운 화덕에서 막 잘 구워진 베이글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커피도 베이글처럼 우리의 삶처럼 그렇지 않은가. 적절한 비율로 섞인 하우스 블랜딩 생두를 적정 온도에 오른 로스팅 기계에 넣고 열이 들어가면 크랙킹과 팝핑을 거쳐서 일정 색깔을 띠기까지 맞춰 둔 프로파일에 따라 로스팅한 후 하루에서 나흘이 지나면 향긋하고 달콤한 커피가 된다. 곱게 갈아 에스프레소로 마시고 거칠게 갈아 정성스레 핸드드립을 한다. 급하게 내려서 빠르게 마시는 것보다 잘 내려서 정성스럽게 나누는 다도와 같은 커피는 삶을 건강하게 한다.

희준이와 만난 수년간은 이와 같은 조금 더 본질에 닿은 이야기들로 가득 채웠었다. 웰링턴으로 어떤 이유를 품고 갈 때는 분명 뭔가 이루겠다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룬 것이 너무 쉽게 얻어진 것이어서 불안한 듯해 보였다.

“희준아, 다 괜찮아. 깊이 생각하고 있잖아.”

이 한마디로 그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한 듯이 보였다. 위로가 찾아와 마음에 가득 퍼진 모습이었다.

“지난달에 참여한 대회도 본질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로 받아온 이 골든 에어로프레소도 결코 거품 같아 보이지 않아. 한마디로 지금 너의 머리 위에 작은 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것 같은 걱정도 정말 멋진 방향을 가진 훌륭한 마음가짐이니 이것 또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지. 벌써 기대되고 참 궁금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령 하나님께서 그의 염려와 근심을 아신 것이다. 기도 중에 나를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고 순간 만나고 싶어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연락하고 행동한 것이었다.

오랜 지적장애 가족들과 그 안에서 불안한 마음을 이웃보다 가까이에 두고 살았던 희준은 반복적인 강박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만드는 커피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을지 모르는 그의 긴긴밤은 하나님의 작은 위로가 된 나의 몇 마디 말로 잠시 마음을 추스르게 할 수 있었다.

‘소망하기는 주님, 희준이의 심령을 강건하게 하여 주소서. 의연히 자신과 이웃을 대하게 하옵소서. 그러한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과 그런데도 맛있는 커피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담대히 다가가게 하시고 긴긴밤을 걷는 이들에게 작은 등이라도 들고 다가가게 하옵소서. 커피에 하늘의 빛과 하나님의 사랑을 담아 소외되고 버려진 이웃들에게 과하지 않은 친절과 따뜻함으로, 적당한 미소로, 가끔은 오래 들어주고 다시 그렇게 이야기 나누는 하나님 나라의 따스함을 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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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성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너무 행복해하는 커피 노마드이자 문화선교로 영혼을 만나는 선교사. 커피, 서핑과 음악을 통해 젊은 이와 하나님 이야기를 나누며 밤낮이 없는 커피 테이블 호스트를 자청하여 청년 선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