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은 흐른다

한반도 백두대간의 태백산 삼수령에 내린 비는 검룡소에서 샘이 되어 솟아나 천을 이루고 강이 되어 만나 한강으로 이어지다가 조강이 된다. 조강은 북한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예성강 그리고 강화도 해협의 소금강을 품고 서해와 만난다.

일본제국은 미국에 항복하고 대한민국은 해방되었다.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이 38선으로 갈렸지만, 조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남한의 조강리와 북한의 조강리 사람들은 뱃길로 이어갔다.

6.25전쟁이 나고 3년을 남북한이 싸우고 나서 휴전선이 조강을 지나갔다. 한국 정전협정 1조 5항에는“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 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라는 예외 규정이 있다.

남북한이 긴장되면서 남북한의 순시선조차 다니지 못하는 조강이 되었다. 사람이 다니는 뱃길조차 지워졌다. 조강은 이름조차 부르지 않는 잊힌 강이 되어도 한강 하구를 품는 조상의 강이다.

조강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 흐른다. 조강을 사이에 두고 철책선이 둘러 있지만 갯벌과 습지를 품고 있다. 조강에는 유도가 있다. 유도에는 새가 산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김포 한남정맥의 문수산에는 애기봉이 있다.

애기봉에서 보면 조강이 잘 보인다. 조강은 한강 하구로 흘러간다. 물은 강을 자유롭게 흐르지만, 사람의 발길은 없다. 사람의 왕래를 거절하는 조강은 뱃길로 사람이 자유로이 다니는 곳이어야 한다. 조강 포구의 기억이 재현되어야 한다.

조강에서 강물이 역류하여 흐르기에 전류리라고 부르는 곳에서는 지금도 어부가 고기를 잡는다. 철새는 새끼를 낳고 먹이를 찾아 자유롭게 조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을 오고 가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한국전쟁 정전 협정이 70주년을 맞았다. 조강을 사이에 두고 막힌 철책선이 넘을 수 없는 금단의 강을 오고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한의 조강에는 다시 사람이 포구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의 벽을 넘어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공간으로 조강부터 열리는 그날이 오기를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보내면서 소망해 본다.

조강에서 화해의 장으로 남북한의 사람들이 만나 온전하게 사상과 관념의 철책을 넘어 한반도에 통일을 여는 물꼬가 되기를 간절히 꿈꾸어 본다.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막대기 하나를 가져다가 그 위에‘유다 왕국’이라 쓰고 또 다른 막대기 하나를 가져다가 그 위에‘이스라엘 왕국’이라고 써라. 두 막대기가 서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리라”(에스겔 37장 16절-17절 현대인의성경).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