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일상

베트남의 인터넷 보급률은 꽤 높은 편이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 또한 매우 활발하다. 한국의 쿠팡과 같이 큰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도 여럿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 어디에서 사야 할지 모르는 물건을 집에서 편하게 비교 선택할 수 있고 정해진 가격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우리에게 편리한 구매 형태이다.

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쓸 위험이 없어서 좋다. 가격을 비교해 보아도 뉴질랜드나 한국에서 구입할 때보다 저렴해서 마음 편하게 주문할 수가 있다. 가끔 수업 중에 배달원이 전화 연락을 해와 통화하느라 민망한적도 있지만 덕분에 물건을 받고 처리하는 대화에 익숙해지는 덕을 보고 있다.

우리가 출석하는 한인교회 건물 안에 베트남인 교회가 시간을 달리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선교적 차원에서 한인교회가 예배 시설과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베트남 교회를 담임하는 투언 목사가 최근 새로운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인데 지난달 한인교회 관계자들과 함께 예배 처소를 방문하였다.

장소는 하노이 외곽에 새로 조성되는 대단지 아파트내 2층 상가 건물인데 에코파크라는 이름처럼 주변 경관도 좋고 교회도 모든 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모임을 가지고 있는 성도들과 인사 후 기도하고 대화하는데 그분들 속에 하나님을 사모하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교회는 예배 시간이 주일 저녁 8시이다. 예배를 인도할 투언 목사가 매주일 4곳을 방문하여 설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안배하다 보니 저녁 시간에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도 시골지역에서 교회 건물은 있지만 목회자가 없는 경우 목회자가 주일마다 여러 곳을 순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곳 하노이는 대도시도 목회자가 부족한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개신교의 경우 CMA 소속 교회만을 인정하며 기타 현지 교회의 경우 까다롭고 복잡한 허가를 취득해야만 교회로 등록될 수 있다. 심지어 목회자라 할지라도 정부로부터 설교권 허락을 받아야 되는 현실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여러 조건을 걸어 종교를 통제하고 있는 현실이다. 베트남 자국민에 대해서도 이 정도이니 외국인 사역자들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달 한국에서 단기 선교팀 30여 명이 하노이를 방문하였다. 본인이 졸업한 신학대학 후배들이 방학을 이용하여 교회를 방문하고 베트남 대학생들을 초청하여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신학대학의 학부 과정은 목회자 교육 과정이 아니다 보니 거의 일반 대학교와 같은 구성을 하고 있었다.

인솔 교수를 통해서 들은 바에 의하면 현재 모교 신학대학에만 베트남인 학생 150여 명이 한국어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입학생과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인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 대부분은 신학 공부를 위함이 아니고 한국어 학습을 위한 과정이지만 그중에는 나중에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도 간혹 있다고 한다. 찾아가는 선교가 아니라 이제는 찾아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노이에는 한-베 가정 자녀들을 위한 찾아가는 교회학교와 한글교실이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얼마 전 아는 나이 지긋하신 여선교사님께서 아내 강선교사에게 전화를 하셨다. 다음 학기부터 교회학교 한 곳에서 설교를 맡아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모임 시간에 맞춰 가보니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주민센터를 빌려 매주 토요일 학교가 운영되고 있었다. 대상은 3~7세로 15명 정도의 한-베 가정의 아동들이 모여 있었다.

7년 전 시작된 이 사역은 선교사와 지역 한인교회 성도들의 헌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아직은 한인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는 한국과 베트남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의 경우 스스로 교회에 찾아오기 쉽지 않기에 이러한 형태의 찾아가는 교회 학교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은 모델이라 생각된다.

최근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베트남 정부가 그동안 외국인들을 불편하게 했던 비자 규제를 전면적으로 다시 재조정한 것이다. 4년 전 답사를 위해 베트남에 입국했을 때는 3개월 관광 비자가 있어 여러모로 편리했다. 장기 비자가 없더라도 3개월에 한 번씩 국외로 잠시 나갔다 오면 계속해서 체류가 가능했기에 조금만 수고하면 체류 비자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관광비자가 1개월 단수로 전환되면서 외국인들은 비자 취득에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했다. 처음부터 장기 체류비자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목회자나 선교사들은 종교 비자 허용이 아주 제한되어 있고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최후 수단으로 선택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관광비자의 경우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언제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비자여서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관광비자는 말 그대로 관광만 하여야 하는 비자이지 일할 수 있는 노동비자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국 교민들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이 관광비자를 활용하여 베트남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비자 법이 바뀌면서 덩달아 다른 비자 취득도 까다로워졌고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체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었다. 비자 관련 민원이 베트남에 사는 한국 교민들의 숙원인지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베트남 방문 시 단골처럼 베트남 정부에 요청하는 사항이었다.

체류의 어려움은 외국인 방문자뿐 아니라 관광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어서 지속적으로 고충이 접수되었지만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큰마음 먹고 변경한 비자법을 쉽게 개정하지 못하다가 관광 방문자의 목표치 이하 성과와 경제적 고충을 겪으며 슬그머니 옛날로 되돌려 법을 시행한 것이다.

올해 8월 15일 이후 뉴질랜드 국적 방문자의 경우 베트남을 방문할 때 3개월 전자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훨씬 편리하게 입 출입할 수 있게 되어 큰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낯선 선교지에서는 안 되는 것이 참 많다. 현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도 생각처럼 안 되고, 생각과 문화가 달라 의사소통에도 난관이 많다. 지역에 따라서는 선교사 비자를 받는 것도 불가능한 곳이 있다. 선교사로 살 수만 있어도 다행인 지역도 있다. 혹 종교의 자유가 있어 마음껏 선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임에 분명하다.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있어야 하고 때론 고독과 무관심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선교사이기 때문에 겪는 가족들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내 것을 고집하는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선교사로 사는 삶의 기쁨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차문화권에서 복음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위와 생활을 희생할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만 한다. 목회사역처럼 선교사역도 부르심과 소명이 없이는 가족 걱정, 자식 걱정, 장래 걱정으로 밀려오는 상실감, 우울증, 건강 이상이 넘쳐나는 선교지에서 오래 견뎌낼 수 없다.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시면서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태복음 10:16)는 말씀을 되새겨 본다.

이전 기사7월 셋째 주 찬송/7월 넷째 주 찬송7월 셋째 주 찬송
다음 기사하나님의 인치심(Seal of God)
임 봉학
서울신학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졸. 1995년부터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교민목회와 지역민을 위한 상담활동을 하면서 평신도를 세우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목회. 2019년 이후 섬기던 로고스교회에서 베트남 선교사로 파송되어 현재까지 사역 중. 실버 선교사로서 한국어와 영어교습을 통한 젊은이 복음 전도와 지역교회 사역자를 목회상담으로 지원하며 베트남 복음화에 협력하는 선교소식을 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