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왕은 무슨 왕?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요?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려구 일찍 일어났어요?”
잠결에 누군가 쳐다보는듯하여 눈을 떠보니 남편이 물끄러미 자고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쳐다보는 눈빛은 아닌데… 물끄러미 쳐다보는 저 눈빛의 의미는 뭘까? 불타는(?) 눈빛도 아니고, 사랑에 겨워 쳐다보는 눈빛도 아니고, 초롱초롱 빛나는 샛별 같은 눈빛도 아닌… 저 눈빛의 의미는 뭘까?’

그래도 잠은 더 자야 하겠기에 어떤 눈빛이든 무슨 상관이랴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더 자려하는데 남편의 목소리가 퉁하게 들려옵니다.

“당신 지금 어떻게 자고 있는지 좀 봐.”
“응? 내가 어떻게 자는데?”
“어떻게 자고 있긴? 그렇게 자고 있는 거지.”

이불을 살짝 걷고 나의 누운 모습을 보니 커다란 침대를 가로질러 정확히 대각선으로 몸을 뻗고 누워있습니다.

“이게 한두 번이어야지. 벽으로 밀어 붙이질 않나, 대각선으로 가로지르질 않나,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자라고 하는 건지… 참”

그러고 보니 어느 날, 벽에 바짝 붙어 자는 남편을 보고
“왜 등지고 자는데? 왜 벽만 보고 자는데? 벽을 뚫고 나가시지 그래요?”

쭈그리고 자고 있는 날은
“몸을 좀 쫙~ 펴고 자야지 남자가 그게 뭐요?”하기도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여자들이 침대를 3분의 2는 차지하고 잔다고 하지만 당신은 너무 심해. 5분의 4는 차지하고 자는 거 같아. 맨날 벽에 붙어 자는 것도 이제 힘들어.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각선까지…”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 눈빛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잠자리를 빼앗긴 원망의 눈빛이었다는 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던 거지요.
여자들이 보통 침대 3분의 2는 차지하고 잔다는 말은 들었지만 5분의 4를 차지하고 잔다는 말은 남편에게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러게요. 얼마나 벽으로 밀어붙였으면 벽에 찰싹 붙어 잤겠습니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잠들면 나도 모르는 잠버릇이 남편을 힘들게 했네요.

잘 때면 만세 부르듯이 두 손을 쭉 뻗고 자는 버릇은 알고 있었는데 올림픽 종목도 아닌‘벽으로 밀어 붙이기’‘대각선으로 가로지르기’는 잘 몰랐거든요.

남편 잠못자게 괴롭히는 버릇은 고쳐야 하는데 잠들고 나면 제 정신이 아니니 고친다는 장담을 할 수 없어 참 난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몸은 엎어져 있고, 베개는 다 떨어져 있고, 이불은 다 뒤집혀 있습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차 한잔 하며 나의 못된 잠버릇을 얘기했더니 함께 듣고 있던 이가 말을 합니다.

“어머나, 어쩜 우리하고 이렇게 반댈까요? 우리 남편은 대각선으로 자는 것도 모자라 팔다리 다 벌리고 댓자로 자서 나는 매일 밤 침대 모서리에 데롱데롱 매달려 자요.
침대에서 안떨어지려고 얼마나 용을 썼는지 아침이면 온 몸이 다 뻐근해요. 넘 피곤해서 남편 출근하면 한숨 더 자고 일어난다니까요. 다 성격이에요, 성격! 나는 왕이다! 하는 성격! 내 남편이 나는 왕이다! 하고 살거든요. 지금껏 나는 왕이다! 하고 사셨죠?”

왕?
왕은 무슨 왕?
이민목회 20년동안 무수리를 자처하며 살아온 내가 왕이다! 하고 살았다고요?

나의 왕은 하나님이요, 나는 무수리…
그런데…
세월 지나다 보니 성도는 왕!
나는 무수리가 되더이다.

이제, 다시 나의 왕을 찾고 싶습니다.
진정한 나의 왕을 찾고 싶습니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을…

장명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