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풍경

전라도 여행 중 피로도 풀 겸 버스 시간이 남아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있는 목욕탕으로 향했습니다.

입구부터 ‘아’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떨어져 나간 타일 외관에 여탕, 남탕 입구 표시도 그렇고 수납구에 돈을 내니 조그만 종이 쪼가리에 번호가 적혀 있고 도장이 찍힌 표를 주는데 타임 마신을 타고 족히 5,60년은 되돌아간 것 같더군요.

욕탕 안도 손바닥만 한 게 온 탕, 냉탕뿐인 소박한 구조였습니다.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모습을 간직한 곳이 전라도에는 더러 있었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휴게실에는 한가하게 장기를 두고 있는 사람들과 등판에 문신을 새긴 조폭 같은 젊은 친구가 머리를 말리고 있더군요.

요 새끼 조폭 친구도 꽤나 귀여워 보입니다.

대도시에서 보던 화려한 사우나가 아닌 과거로 되돌아온 듯한 느낌의 전라도 목욕탕에서 작은 행복을 만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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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