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엄마, 그런데 나 깜빡하고 신발 안 신고 왔어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아침, 학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아이들은 간혹 맨발로 다니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학교에 가기 위해 차를 빨리 타야 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그만 급해서 신발을 신어야 하는 걸 잊어버린 것입니다.


“ㅇㅇ이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성격이 급하지?”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때 큰 아이가 한마디 했습니다. “누굴 닮긴 누굴 닮았겠어요? 엄마, 아빠 둘 중에 하나를 닮았겠지!”


우리는 흔히 성격이 ‘좋다, 나쁘다’, ‘급하다, 느리다’ 또는 ‘특이하다, 평범하다’ 등의 표현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성격은 이처럼 단순하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나 교육학자들이 성격에 대해 연구하고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가족 그리고 친구나 동료들의 성격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를 한다면 삶의 질이 더욱 높아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때때로 사람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 때문에 행복하고 사람 때문에 실망하는 데서 많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상대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잘 안다는 뜻의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나와 상대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며 살아가는 시대에는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성격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성격에 대해서 다양한 학자들의 정의가 있습니다. 알포트(Allport)라는 학자는 성격을 한 개인의 독특한 행동과 사고 및 감정의 양상을 창조해 내는 개인 내부의 심리, 신체적 체계의 역동적인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설리번(Sullivan)은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개인의 행동을 특징지어 주는 지속적인 심리적 특성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MBTI성격유형 검사가 있습니다. 심리상담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검사로 저명한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MBTI성격유형에서 말하는 사람들의 성격유형은 모두 네 개의 카테고리를 통해 16가지로 구성됩니다.


외향형(Extraversion)과 내향형(Introversion),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on),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 판단형(Judging)과 인식형(Perceiving)이 네 개의 카테고리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16개의 유형은 ISTJ(조사관형), ISFJ(보호자형), INFJ(상담자형), INTJ(과학자형), ISTP(기술자형), IS FP(작가형), INFP(치유자형), INTP(건축가형), ESTP(촉진자형), ESFP(연주자형), ENFP(투사형), ENTP(발명가형), ESTJ(사업가형), ESFJ(봉사자형), ENFJ(교사형), ENTJ(지도자형)입니다.

외향형(E)과 내향형(I) 사람들의 특성을 구별해 보자면 외향형은 남들과의 관계에서 활력을 얻으며 대체로 말이 많고 표현력이 좋아 상대를 즐겁게 합니다. 반면 내향형(I)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대체로 말이 적고 조심스러우며 자신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외향형인 사람은 내향형인 사람을 조용하고 침착하나 소극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해서 답답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향형인 사람에 대해 내향형인 사람은 적극적이고 사교적이지만 너무 말이 많고 시끄러우며 자신을 내세우는 허세 많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감각형(S)과 직관형(N) 사람들의 특성입니다. 감각형은 자신의 감각을 통해 얻은 구체적인 자료를 중시하고 신뢰하며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직관형은 구체적인 감각보다 육감이나 직관을 중시하며 내면의 사색과 상상을 통해 깊은 의미를 찾고 창의적인 활동을 중시합니다. 문제는 감각형의 사람은 직관형의 사람을 생각이 엉뚱하고 복잡하며 이론을 앞세우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여기는 한편 직관형은 감각형을 상상력이 부족하고 고리타분하며 깊이가 결여된 속물적인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고형(T)의 사람과 감정형(F)의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사고형의 사람은 논리성과 합리성을 좋아하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원리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잘 따져서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상대가 상처를 받더라도 할말은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반면 감정형의 사람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을 중시하며 감성적이고 우호적입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서 할 말을 참거나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사고형은 감정형을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이성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고 감정에 휘둘리는 불안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감정형은 사고형을 차갑고 냉정하며 기계 같이 감정에 둔감한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여길수 있습니다.

판단형(J)의 사람과 인식형(P) 사람의 차이도 큽니다. 판단형의 사람은 분명한 목표와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일 중심적인 태도를 지니고 신속하게 판단하며 추진력도 있습니다. 조직의 규범도 잘 지키고 모범생 같은 태도를 갖습니다. 반면 인식형의 사람은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정보를 받아들이며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삶을 영위하는 유연한 자세를 지닙니다.

또한, 자유와 자율을 중시하며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판단형의 사람은 인식형을 무책임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여기는 반면 인식형의 사람은 판단형을 생각이 경직되어 있고 융통성이 없으며 일에만 집중하는 조금하고 완고한 사람으로 여길수 있습니다.

MBTI성격 분류는 인간의 공통적인 성격적 특성을 대체로 16가지 경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동일한 성격유형에 속하는 사람들도 매우 큰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는 어떠한 사람이다’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적 특성을 알게 되면 ‘나’는 어떠한 사람이며 나와 관련된 ‘그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타인’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내 옆을 둘러보더라도 내가 숨쉬는 공간안에 누군가가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에릭슨(Erikson)이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의 성격은 가지고 태어난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발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성격적 특성을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유전적 기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의지적으로 노력해서 선한 방향으로 고쳐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나도 삶을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고 나로 인해 내 주변도 기쁨을 누리는 삶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인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사람은 안 변한다’고 얘기합니다. ‘못 고쳐 쓴다’고도 합니다. 사람이 변화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으로 인해 변화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변화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우리도 변화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예수님께 내어 드려야 합니다. 말씀을 붙들고 성령을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담는 질그릇입니다. 세상의 어떤 소중한 것도 예수님과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 거하시는 예수님을 담기에 조금도 부끄러움 없는 질그릇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함께 복된 오늘을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4장 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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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