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독전, 마약왕, 극한 직업, 수리남’ 그리고 2019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마약이 중심 주제이거나 소재로 사용된 영화들입니다.

마약이나 술, 담배 등의 약물 문제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도 급속하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달려 나가고 있지만 시시각각 몰려오는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스트레스가 큰 만큼 이를 덮기 위해 좀 더 즐겁고 자극적인 일들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태에 더욱 영혼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자녀들입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는 청소년기는 아이와 성인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자아나 정체감 형성에 있어서도 매우 불안정한 시기이며 정서적, 심리적으로도 예민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부적응을 일으키기 쉽고 의존과 독립, 순종과 반항, 이상과 현실 사이에 방황하고 갈등하는 시기입니다.

교육심리학자 엘킨드(Elkind)는 청소년들에게 ‘개인적 우화(personal fable)’와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적 우화’란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서 다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자아 중심적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죽음이나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으며, 생기더라도 자신은 특별하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상상적 청중’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며, 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실수에도 크게 고민합니다.

중학생들의 독특한 행동이나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은 반항심을 보며 ‘중2병’이라고 말하는 것도 ‘개인적 우화’나 ‘상상적 청중’ 이론을 알면 쉽게 이해됩니다.

청소년기의 또 다른 특징은 신체적 성장이 끝난 시기가 아니라 아직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이때는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하는 뇌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뇌는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중추신경계의 일부로써 생각, 감정, 행동, 인지 능력, 기억 등을 조절하고 제어합니다. 특히, 뇌의 중요한 부분인 전두엽은 이성적 사고, 추론, 의사결정, 계획, 사회적 상호작용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인지 기능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러한 이야기가 글의 앞머리에 제시한 마약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술, 담배, 마약 등의 약물 중독이 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약물들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약물 중독은 뇌 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뇌의 크기, 부피, 신경세포의 연결과 회로의 변형 등을 불러옵니다.

전두엽이 파괴되어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 결과 학습 장애나 주의력 결핍, 문제 해결 능력 부족 등을 유발하며 우울, 불안, 강박 등의 정서적 문제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술과 담배, 마약을 하게 된다면 미처 성장하지 못한 몸의 기능들이 더 이상 발달하지 못한 채 병들어 버립니다. 결국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역학을 연구하는 연세대학교의 지선하교수는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게 되는 주요 동기는 ‘호기심’,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멋지게 보여서’ 등이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동조하는 것이 주요한 음주와 흡연 동기라고 보았으며, 친구나 동료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은 음주와 흡연을 통해 또래와 어울리고, 기존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반항, 공격성과 적개심 그리고 자기주장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에 대한 문제가 크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명한 연예인이 상습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하여 조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유명한 연예인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님을 의미하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성인 6명을 고용하여 마약을 판매하던 고등학생 3명이 검거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약 판매를 했던 학생들은 부모님에게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방을 얻어달라고 한 후 그곳에서 만 2천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됐습니다.

2023년 4월 19일 채널A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도 문제지만, 마약을 팔거나 전달하는 범죄에도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 끔찍한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합성 마약 펜타닐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펜타닐은 단 0.002g의 아주 소량으로도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공장에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산도 쉽고 시간도 적게 걸립니다. 각종 영상매체나 뉴스를 통해 좀비처럼 걸어 다니거나 구부정한 모습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의 모습을 한 펜타닐 중독자들입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뇌를 파괴하는 중독 물질이기 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끊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인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녀들을 중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이 영적 전쟁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속한 가정과 사회 그리고 세상을 파괴하기 위한 악한 세력들의 치밀한 전략이며 공격입니다. 결국,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야 하며, 우리 자녀들도 주님 안에서 키워야 합니다.

“내 삶의 빛, 나의 모든 것… 아름다운 소년이 있었어. 불행히도 소년은 끔찍한 병에 걸렸어.”

영화 뷰티풀 보이에 나오는 아버지의 독백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녀들을 세상과 구별되어 살도록 양육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우리도 이 독백을 읊조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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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