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과 5월 초 베트남에서는 5일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졌다. 베트남 국가 공휴일은 새해 첫날(양력 1월 1일), 음력 설날(음력 1월 1일), 흥 왕 기일(음력 3월 10일), 승전기념일(양력 4월 30일), 국제노동절(양력 5월 1일), 독립기념일(양력 9월 2일) 등이다.
우리 부부가 베트남어를 배우는 어학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공공시설도 연휴 동안 문을 닫는 상황이어서 탐방 기회로 활용하였다. 복잡한 하노이에서의 일상을 잠시 벗어나 그동안 방문을 미뤄 두었던 곳을 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찾은 곳은 베트남 최북단 중국 근처 몽족 소수민족 마을로 2,000m가 넘는 산악지역 사빠(Sa Pa)였다. 하노이에서 슬리핑 버스로 7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이다.
사빠는 기차를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경로여서 이번에는 슬리핑 버스에 탑승하였다. 사빠를 가기 위해 토요일 아침 5시 30분 집을 나서서 호안끼엠 근처 여행사 사무실까지 그랩택시를 이용하여 30분여 달려 버스 출발지에 도착하니 오전 6시가 조금 넘는다. 슬리핑 버스로 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내심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출발 전 폭우가 쏟아져서 잠시 당황하였지만 매연으로 뒤덮여 늘 회색 하늘만 보다가 오늘은 비 갠 뒤에 드러나는 파란 하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사빠까지 가는 여정 동안 버스는 2차례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 이용과 간단한 음식 먹을 시간을 제공하였다. 사빠로 향할 때는 슬리핑 버스의 1층 중간에 있는 좌석을 이용하였고 하노이로 돌아올 때는 2층 앞좌석을 이용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앞 좌석 2층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버스는 사빠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되어간다. 원래 6시간 소요되는 일정이 쏟아져 나온 연휴 차들로 인해 2시간 이상 지체가 되었다. 우리는 숙소를 사빠 시내가 아닌 15km 정도 외곽에 있는 몽족 마을에 La Beauté SaPa 라는 이름의 B & B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사빠 시내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근처 오토바이 가게에서 스쿠터를 3일간 대여하여 숙소로 향하였다.
사빠 근처에 있는 판시판(Fansipan) 산은 해발 3,147m로 인도차이나반도 전체에서 최고봉이어서 ‘인도차이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숙소로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아서 운전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겨우 도착한 숙소는 구름이 걸려있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안개가 자욱하여 신비한 느낌마저 드는 비경이었다. 무더운 나라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서늘함이 가득하다.
숙소의 구조는 1층에는 널찍한 식당과 거실, 그리고 사무실과 부엌이 딸려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에는 마루를 중심으로 객실이 붙어 있는 형태라 옆방의 작은 말소리도 들리는 구조이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였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주인인 늉과 흐엉 자매가 주로 환대하고 아르바이트생 학생과 요리를 담당하는 베트남 남자 주인이 있었다. 이 산골 숙소의 명물이자 듬직한 산장지기 개 ‘mai’도 있었다. 예쁘다는 몽족어 이름을 가진 암컷 반려견이었다.
하루 저녁 숙박비가 NZ $ 25 내외인 이곳은 식사 비용은 경제적인 하노이 시내 음식값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신선한 재료로 준비한 음식들이 있어 주문하면 제공이 되었다. 이와 같은 숙소 형태는 서양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어서 우리 부부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지만 적응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남쪽 호치민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몇 달간 머물며 아르바이트하면서 몽족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는 영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카운터를 맡고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주일 아침에는 산 중턱에 있는 베트남 소수민족 몽족 교회(History Evangelical Church)를 가기 위해 미리 검색해 두었던 지라 나설 채비를 하는데 비가 온다. 준비한 비옷을 입고 교회 방향으로 내비게이션을 따라 30분 이상을 걸어서 찾아갔다. 우리가 걷는 산 중턱 길들은 여행객들에게는 현지인들이 가이드 비용을 받고 걷는 트레킹 코스인지라 운동하는 셈치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마침 예배 시작 전 도착하니 교우 몇 분이 멀리서 찾아온 우리 부부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베트남어로 예배드릴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소수 부족 언어인 몽족어로 예배가 진행되어 살짝 당황하였다. 다행히 영어 가능한 분들의 도움으로 소통이 가능해서 예배 마지막 시간에 우리 부부를 소개하며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인도차이나 깊은 산속 마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삼고 열심히 찬양하며 예배드리고 있는 몽족 형제자매들과 함께 예배드리면서 하나님의 깊고 놀라우신 사랑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 있었다.
인사 시간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인 여러분들을 기억하며 서로 기도하기로 약속하고 아쉬운 이별 후 숙소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둘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지인들과 함께 찾고픈 곳이다.
베트남은 배낭 여행객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이동을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교통편이 있지만 추천하고픈 교통수단은 단연코 철도여행이다. 우리 부부는 처음 베트남을 선교 목적으로 답사하기 위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3개월여 동안 기차를 자주 이용하여서 그런지 기차 여행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
베트남 북부 수도 하노이에서 남부 경제 수도 호치민까지 양 도시를 잇는 철도의 길이는 1,726km에 이른다. 베트남 종단 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열차가 해안을 따라 달린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3,444k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리조트가 발달되어 있다. 국토가 동해안을 끼고 있어서 열차로 이동하는 동안 바다를 볼 수 있는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베트남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중간에 내려 쉴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들로 동허이, 후에, 다낭, 꾸이년, 나짱, 꽝아이 같은 특색 있는 도시들이 해안을 따라 줄지어 있다. 중부 지역을 관통하다 보면 해안선을 따라 랑꼬 비치, 미케 비치 등 아름답고 이국적인 해변들이 경관을 자랑하며 여행객들의 방문을 다소곳이 맞이한다.
1,700km가 넘는 베트남 종단 열차의 이동 시간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 기차의 속도가 50km 내외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베트남 열차 침대칸은 가격 차이가 있는 두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침대칸은 6명이 쓰는 방과, 4인용으로 2층 침대 2개가 양쪽으로 놓여있는 형태로 나누어지는데 베트남 열차의 특색은 기차의 폭이 좁은 협궤 열차이다. 베트남의 지형 특성상 늪지대, 고저차 등 척박한 환경이 많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협궤 열차로 가설되었다고 한다. 협궤 열차는 체구가 작은 베트남인들에게는 큰 무리없이 탑승이 가능하다.
이곳 베트남을 찾는 많은 한국분의 여행 방법은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 형태가 많다. 언어적으로 소통이 어렵고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에 짧은 기간이어서 그럴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거나 여행을 홀로 하기 힘든 분들에게는 추천을 드린다.
하지만 단체 관광으로 다니다 보면 정해진 일정과 다낭과 같은 대도시 위주의 제한된 지역만 스치듯 지나가게 되어 베트남의 속살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직접 현지 음식점에 가서 음식도 주문해서 먹어 보고 현지인들이 있는 재래시장을 방문해서 흥정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여행 일정 가운데 기차 여행을 포함하여 여행하는 동안 베트남인들과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내면을 조금 더 알게 되고 정감 넘치는 베트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억 베트남 모든 영혼이 예수님을 구주로 모시는 그날까지 우리 부부는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십시오. 신짜오!(베트남어로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