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주 찬송/5월 넷째 주 찬송

5월 셋째 주 찬송/620장 여기에 모인 우리

반음씩 상승하는 전조(轉調)는 성화(聖化)의 뜻 같아
찬송 시 ‘여기에 모인 우리’를 지은 작사자 낸시 프라이스(Nancy Price)와 작곡자 돈 비직(Don Besig. 1936- )은 1980년 이래 꼭 붙어 다니는 콤비 교회 음악가입니다.

원래 낸시는 어렸을 적 학교에서 비직의 제자로 만났죠. 스승이 나온 이타카 대학(Ithaca College)을 졸업하고 같은 뉴욕의 공립학교 음악교사가 되어 함께 합창활동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직이 섬기고 있는 뉴욕주 페어포트(Fairport)장로교회의 솔리스트로도 있었고요. 작사자로, 작곡과 편곡자로 서로 협력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만든 성가곡들은 찬양대에서 자주 불러 우리 귀에 익숙한 ‘그의 빛 안에 살면’, ‘주님께 기쁘게 찬양하라’, ‘기쁜 찬양의 노래’, ‘영광을 하나님께’ 등을 비롯하여 4백여 곡에 이릅니다.

‘이 믿음 더욱 굳세라’로 알려진 합창곡은 이 찬송처럼 사(G)장조로 출발지만 마지막 내림 가(Ab)장조로 전조되어 더욱 성화되어 가는 듯 감격스럽습니다.

더욱이 마지막 “주의 뜻 이루어질 때까지”의 종지에선 확고한 믿음을 선언하듯 유니슨인데다 “믿음 더욱 굳세라”의 확대된 멜로디가 없던 믿음도 생겨날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합창이 “굳”하고 메기면 팀파니가 ‘쾅’으로 받다가 마지막 음에서 f 로 터질 땐 부르는 이나 듣는 이가 함께 가슴 벅찬 감격을 맛보게 되지요. 최고음인 “라∼∼∼”를 16박자나 길게 뽑아낼 때 팀파니가 때를 만난 듯 ‘탄, 탄, 탄타타타타…’ 두들겨대는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1993년 11월, 서울바하합창단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성가의 밤’을 연주할 때입니다. 무대를 꽉 채운 관현악단과 120명의 합창단원들이 감격에 찬 f 의 맨 마지막 끝 음, 그것도 음악회 마감을 알리는 앙코르의 끝 박자에서 말입니다. 팀파니의 스틱이 탁 부러지더니 그 봉이 천장까지 높이 솟아오르는 것 아닙니까? 폭죽이 터지듯이…

이를 목격한 2천여 관객 모두는 순식간에 탄성을 질렀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인 듯싶어 기뻐하며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환호하였습니다.

5월 넷째 주 찬송/26장(통일 14장) 구세주를 아는 이들

유니슨은 특별한 메시지를 주거나 강조할 때 사용
베르디(G. Verdi)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 3막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너무나 유명한 합창곡이지요(나부코는 바벨론 느부갓네살왕의 이탈리아 명칭). 여성이나 남성으로도 다양하게 편곡하여 청소년들로부터 전문 합창단에 이르기까지 애창되고 있습니다.

“금빛 날개를 타고 날아가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시편 137편을 배경으로 바벨론에 포로로 잡힌 유대인들이 곤경 가운데 고향 예루살렘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탈리아에선 국가처럼 애창하는 ‘국민찬가’이지요. 오페라 도중인데도 이 곡이 연주가 끝날 적마다 박수가 끊이지 않아 두 번씩이나 연거푸 앙코르를 받는 관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고향 유대나라 악기인 하프를 상징하는 현악기의 분산화음에 맞춰 부르는 이 노래는 무려 24마디나 유니슨(齊唱, unison)입니다.

교회음악 가운데 유니슨 합창으로 최고의 작품을 들라면 뭐니 뭐니 해도 구노(C. Gounod)의 장엄미사 중 ‘신앙고백’(Credo)입니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로 믿음을 다짐하는 138마디나 되는 힘찬 유니슨은 이 곡의 반이나 차지합니다. 이처럼 작곡가들은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 싶을 때나 강조하고 싶을 때 유니슨을 쓰곤 합니다.

찬송가 중에서도 ‘너 주의 사람아’(328장) 중에 “너 주의 사람아”, ‘다 같이 일어나’(355장) 중에 초입 2마디. ‘태산을 넘어’(445장) 중에 초입 2마디와 6-7마디, ‘누가 주를 따라’(459장) 중에 후렴 17마디와 19마디의 “부르심을 받아 주의 은혜로”, ‘저 밭에 농부 나가’(591장) 중에 처음 4마디와 13-15마디 등 도입 부분이나 중간에서 사용된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찬송 시 ‘구세주를 아는 이들’은 아일랜드 퀸즈의 에디(Athy) 태생의 토머스 켈리(Thomas Kelly, 1769-1854)목사가 지었습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 출신으로 고전문학과 음악에 능통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동양 여러 나라 말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에 재능이 탁월한 분이어서 설득력이 뛰어난 명설교가이고 성서학자입니다.

그는 항상 루터가 주장한 ‘믿음으로 의로워 짐’을 강조하며 교회개혁운동을 펼쳤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드디어는 영국 국교로부터 교권이 정지되고 설교자격까지 박탈되어 스스로 교단을 탈퇴하였습니다.

켈리 목사는 당시 경제난으로 곤경에 빠진 가난한 이들을 많이 도운 자선사업가로도 이름이 높은데, 그의 시들은 대부분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성경 말씀을 기초로 합니다. 성경을 토대로 지었기에, 분명 바른 신학에 뿌리를 두었다고 볼 수 있지요. 많은 찬송들이 대부분 체험 중심의 노래 아닙니까.

찬송시를 지은 작사 년대를 표시한 1806년은 ‘예수 찬양’(Praise of Jesus)의 제목으로 이 시가 처음 실린 ‘시와 찬송’(Psalms and Hymns)의 출판 년도입니다.

곡명 PRAISE의 이 멜로디는 확실치는 않으나 예부터 독일에서 불려온 민요 멜로디입니다. “구세주를 아는 이들 찬송하고 찬송하세” 여덟 마디밖에 안 되는 한도막 형식의 노래 중 절반이 유니슨입니다. 그리고 “맘과 뜻과 힘 다하여”(5-6마디)는 오르간포인트이죠. 베이스 성부의 지속음으로 신성함을 나타냅니다.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