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년 2월 24일 ~ )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옥스퍼드대학에서 중세사와 군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현생 인류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의 통찰로 추적하는 ‘인류 3부작’,『사피엔스』(2011, 한국판 2015),『호모 데우스』(2017),『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018)을 포함 다수의 전쟁사를 출간한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역사학자이면서도 ‘인류 3부작’을 단순한 역사 연구가 아닌 신화에서부터 종교, 과학, 국가, 인권, 민주주의, 자본주의들을 통째로 다루며 인류 문명구조를 ‘상상적 허구의 공유’라는 탁월한 키워드로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구성하였습니다.
『사피엔스』
제1부작《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는 호모 사피엔스를 주인공으로 수백만 년 동안 수렵채집인이었던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문화를 이루었는가 하는 거대질문에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언어라는 상호소통 체계를 고안했기 때문”이라는 독창적 논리로 일관되게 풀어갑니다.
저자가 꼽은 인류사의 3가지 혁명적 변화는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12,000년 전의 ‘농업혁명’, 그리고 500년 전에 시작된 ‘과학혁명’으로 인류의 장대한 여정을 철저한 자연주의 진화론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역사를 기술합니다.
자연주의란 모든 것의 원인을 자연에서 찾는 것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본질적으로 물질에서 기원한 진화론적 생명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탁월한 인지능력을 말합니다. 사피엔스들은 그들이 가진 유연한 언어능력,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 덕분에 사람들을 통합시킬 수 있었다고(P41, 48,196) 주장합니다.
그 외에도 숫자의 발명은 개인의 지식적 용량을 넘어서는 집단적인 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고(P193), 문자의 발명과 교육을 통해서 이 허구를 전수함으로써 지구를 지배하는 지배종이 될 수 있었다고(P196) 분석합니다.
또한, 사피엔스들의 대규모 협업을 가능하게 만든 물적인 바탕으로 농업의 발전이 있었으며(P124), 화폐 질서, 제국의 질서, 종교적 질서라고 하는 거대한 상상의 허구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결집할 수 있었다고(P247) 하라리는 설명합니다. 특히 자연주의 진화론의 주장들을 따라서 “40억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P561)고 인류 역사와 문명사를 이해하고 분석합니다.
그의 역사서술은 철저히 자연과학의 논리인 진화론적 인류 문명구조를 따르지만, 동시에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자로 인류의 행복이라는 두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간 본질의 가치로 이해하는 것으로, 인간 개인의 삶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개인이 겪는 고통의 실재성과 중요성을 놓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류를 포함한 동물 행복의 유린과 지구 생태계 파괴 등에 대한 악행도 숨김없이 들추어냅니다.
『호모 데우스』
제2부작《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에서 오늘날 현생 인류를 결집시키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허구 이야기로 하라리는 인본주의를 언급합니다. “인본주의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세계를 정복한 혁명적인 새 교리이다”(P307).
그는 3가지의 인본주의 즉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그리고 ‘진화론적 인본주의’ 가운데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군사력’으로 다른 인본주의의 싸움에서 승리했다(P369)고 평가합니다.
그 예로 많은 국가가 실질적이든 명목상이든 차례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했음을(P368) 말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자유주의의 핵심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면서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인류의 개인의식과 자유의 이념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발달과 데이터의 판단에 의존함으로 상실됩니다. 결과적으로 만인의 평등 이념은 초인간의 등장으로 깨지게 될 것으로(9장 중대한 분리) 주장합니다.
결과적으로『사피엔스』에서 언급한 ‘과학혁명’의 확장으로 인류 스스로 불멸과 행복 그리고 신성을 지향하는 신이 된 인류, ‘호모 데우스‘(Homo Deus)로 업그레이드하는 충격적인 근미래를 제시합니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기축으로 인본주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기술 인본주의와 데이터이즘(Dataism)을 기반으로 신흥 종교가 세워지고(11장 데이터교), 신흥 종교의 성직자가 바로 ‘호모 데우스’입니다.
데이터이즘은 모든 것을 데이터처리시스템으로 평가합니다. 그 속에서 인간이라는 종은 단일한 데이터 처리시스템이 되고 개인은 컴퓨터 칩이 됨으로(P517), 현생 인류는 더 이상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믿지 않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본주의는 무너지게 되며,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데이터처리시스템이 완수되면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질 것이라고 하라리는 전망합니다(P521).
호모 데우스는 과학기술을 통해 진화한 새로운 인류, 이른바 포스트 휴먼(Post-Human)으로, 이들은 유전자 공학과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호모사피엔스의 인지적・신체적 능력을 월등히 넘어섭니다. 그러나 호모 데우스조차도 신흥 종교의 성직자 신분에 불과합니다.
호모 데우스에게 신성을 부여한 건 인공지능, 알고리즘,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기술로 신은 따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동식물보다 강력한 능력을 통해 그들을 극복하고 지배하였듯 이들은 향상된 능력을 통해 호모사피엔스로부터 지구의 패권을 빼앗아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짐승을 길들이고 가축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호모 데우스는 호모 사피엔스를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는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미래의 인류사를 전망합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제3부작《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은 기술문명으로 인한 종의 위기를 당면한 현생 인류는, 이를 위해 우리의 관심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21가지로 풀어놓습니다. 대부분을 “과학자들은 도덕성이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나왔으며 그 뿌리는 인류 출현 전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한다”며(P280) 진화론적 자연과학을 그의 학문적인 주장들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하라리는 “… 불행히도 진화론은 내 진정한 자아가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본질이라는 개념을 거부한다. … 영혼의 존재는 진화론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화는 변화를 뜻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다.”(호모데우스 P150-152) 과학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과학조차도 인간의 정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그는 인간 정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명상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명상이 과학과 상반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는 명상을 넓은 의미에서의 정신과학으로 인정하고자 시도합니다(P473).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가 그전까지 받아들인 진화론적 과학의 틀을 벗어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라리는 인류가 믿어온 모든 종류의 거대한 이야기들과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허구라고 비판합니다(P467).
그러면서도 인공지능의 지능 발전에 함몰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으로 인간의 의식을 지속적으로 계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의식의 계발 방법으로 싯다르타가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으로, 마음을 집중하여 고요한 상태를 얻은 후에 끊임없이 변화하며 생성, 소멸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수행인 위빠사나 명상을(P459-460) 제시합니다.
그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을 따르는 명상을 통해 자유주의적인 개인의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불행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 설명합니다. 구체적으로 행복이란 자연과학의 논리로 실상 신체적 호르몬의 작용이며 신체적 감각이기에 자신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그러한 감정을 통제함으로, 궁극적으로 갈망을 멈춤으로 참된 만족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21장 명상 편).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고통으로부터 자유입니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하라리가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로서의 불교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하라리의 ‘인류 3부작’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우리들을 사색하게 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류 3부작’은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 1937년 ~)의『총, 균, 쇠』(1998),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2019) 책과 비교하며 읽어가야만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발전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하라리의 책을 언급한 이유는 그가 전망하는 것처럼 21세기 인류의 역사가 포스트모던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인 ‘호모 데우스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생각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학은 그 시대 정신의 종교와 인간 이해에 대해서 적합한 신학적 담론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다음 회에 하라리에게 있어서 종교란 그가 키워드로 삼는 거대한 이야기, 즉 허구에 지나지 않지만, ‘호모 데우스 시대’의 인간학을 살펴보면서 기독교 신학의 인간학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출처: 김용규,『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 문명 이야기』(IVP 출판사, 2021)을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통해 책에서 다뤄지는 기독교 신학의 내용을 필자의 관점에서 재 인용과 재 해석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