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로 하나 된 길”

2023년 4월 8일 성금요일, 오클랜드 시티에 있는 알버트 파크에서 600여 명이 되는 인원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기념하기 위하여서 모였다.

STATIONS OF THE CROSS, ‘십자가의 길’이라는 행사는 가톨릭과 성공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이지만 시티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개신교회에서 함께 순서를 맡고 연합해서 진행되었다.

성금요일 Public Holiday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가족 단위로 그 자리에 나와서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기념했다. 스테이션은 총 10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오클랜드 시티에서 의미 있는 10개의 장소를 선정하여서 십자가의 길을 재현하며, 각각의 장소에서 기도문과 성경 구절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몇몇 장소들을 소개하자면 대학가의 중심에 있는 알버트 파크, 오클랜드 대학 채플, 시티 중심에 있는 뉴질랜드 장로교단 교회인 St Andrew’s 교회, 그리고 오클랜드 도서관과 Aotea 광장, Sky Tower 등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모든 순서는 가장 먼저 알버트 파크 중앙에서 기도문을 읽으며 시작되었고 안전과 관련된 부분들의 안내도 함께 이어졌다. 이른 아침이지만 함께 행사에 참여한 자들은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장소는 오클랜드 대학 채플 (Maclaurin Chapel)이었는데, 자원하는 사람들이 십자가를 지고 이동하였다. 각각의 스테이션을 이동하는 거리가 길지는 않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동시에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질서정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스테이션에서는 특별히 오클랜드 대학 채플린으로 활동하는 한인 사역자가 성경 구절과 기도문을 읽는 순서를 가졌다.

이렇게 10개의 스테이션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셨는지를 짧은 시간을 통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가톨릭과 성공회에서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각각의 스테이션에서 가톨릭과 성공회가 가진 특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성금요일에 예수님께서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서 십자가를 지셨는지를 실질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 행사는 시티에서 진행되는 만큼 모든 신앙인에게 오픈 되어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순서가 기도문과 성경을 읽는 것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각각의 스테이션에서 다른 스테이션으로 이동할 때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개인적으로 기도할 수 있기 때문에 듣는 것과 개인적인 묵상의 균형이 적절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실제로 각각의 순서를 맡은 담당자들이 대학 채플린, 시티에 있는 교회의 사역자 등 오클랜드 시티를 섬기는 많은 교회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는 행사이기 때문에 교회 연합의 의미가 크다.

이 행사에 참여하며 성공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지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자신의 교회에서만 신앙생활을 하다가 일 년에 한 번 이렇게 연합하는 행사를 통하여서 다른 교회에서 신앙 생활하는 동역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행사의 진정한 의미는 ‘십자가로 하나 된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많은 교회가 예수님의 십자가로 연합하고 하나 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행사이다.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많은 신앙인이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와 그 십자가로 하나 된 연합의 의미를 묵상하고 싶은 성도님들이 있다면 이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