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강

한국의 해외 입양은 혼혈아에서 전쟁고아로 이어지다가 고아 및 장애 아동과 미혼모 영아가 해외로 입양기관의 알선으로 대리 입양됐다. 2023년인 올해로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도 70주년이 되고 입양인의 날은 오는 5월 11일에 18회를 맞는다. 입양인의 날을 기념하면서 해외로 입양가는 길을 본지 2005년 10월 9일자부터 12월 4일까지 5회에 걸쳐 연재한 단편소설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1.

“이렇게 업신여김을 받느니 차라리 어디 먼 곳으로나 가버리려무나. 남 부끄럽지나 않게…”
_안데르센의 ‘미운 아기 오리’

“…중부지방에는 흐리고 곳에 따라 비가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창가에서 차를 마시던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창문 틈으로 습한 바람을 타고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앞산 코숭이에 매지구름이 보였다. 비는 밤새 도둑 비로 오다가 아침 녘에 잠시 멈춘 모양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면서 나는 남은 커피를 마셨다. 전화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책상에서 돌아온 나는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전깃불을 켰다. 밝은 빛이 전등갓을 빠져나와 책꽂이 둘레를 비췄다. 책장 앞으로 다가선 나는 책 이름들을 눈으로 대충 훑어보았다.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늘 꺼내 보던 책이었다. ‘프랑스 작가의 고향과 문학’이라는 책 덮개를 손으로 만져본 후에 책의 낱낱을 연이어 넘겨보았다. 종이 냄새가 났다. 떠날 때 가져가려고 준비한 배낭들이 타자기 받침대 밑에 보였다.


노랫소리가 들렸다. 라디오가 있는 책꽂이로 가서 나는 다이얼을 돌렸다. 혹시 날씨에 관한 것을 한 번 더 들어 볼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잡음이 거칠게 방안을 휘돌아 다녔다. 라디오를 꺼버렸다.


등허리에 양손으로 깍지를 낀 채 나는 창가로 다가섰다. 창 너머의 뜰아래채는 고요했고, 먼 발치기도 음산하고 흐렸다. 금방 번개가 치더니 천둥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에는 수증기가 서리꽃처럼 엉킨 무늬가 생겨났다. 창으로 먹구름이 밀려들었다.


시선을 거두어들인 나는 마루로 나왔다. 거실에서 짙은 묵향이 났다. 아버지는 안락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아버지 건너편으로 간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잃어버린 어린아이를 찾는 방법에 관하여 여러 계층의 초청 인사들이 토론하고 있었다. 전화기에서 송수화기를 한 손에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지만이냐, 나야. 그래 인마. 공항에 우르르 몰려나올 필요 없어. 아주 가는 것도 아닌 걸 뭐. 네가 친구들에게 잘 말해줘. 그래. 갔다 와서 연락할게.”
같은 과 친구에게 내가 말했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보고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다시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김지영 씨 좀 부탁합니다. 예에. 저는 문두식입니다. 날씨가 고르지 않는데 비행기는 제시간에 출발합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송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버지는 말없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일어섰다. 아버지도 신문을 든 채 천천히 뒤따라 들어왔다. 개다리소반에는 벌써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상차림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누나는 출근하고 없었다.


아버지와 나는 가만히 전기 프라이팬에서 이글거리며 타는 고기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참고 있는 듯이 보였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평범하게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부터 부쩍 말이 없었다. 마루에서 사군자를 치면서 날들을 소일했다. 음식을 먹고 나자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준비는 착실히 했냐! 필요한 것은 없고?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했겠지만 몸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예, 준비는 다 되었어요.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를 보면서 내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어미와 아들이 나누는 말을 듣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누웠다. 양팔로 팔베개를 하고 나서 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눈을 감았다. 불문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불어 작가의 고향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방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작품만 읽고는 문학의 차이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졸업논문을 결정하기 전에 문학의 환경을 보다 바르게 이해하고, 피부로 직접 느껴 보기 위하여 나는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일어났다. 나는 배낭들을 방문 앞에 놓고는 운동화 끈을 찾아 들었다. 시장에서 산 보세운동화였다. 들메끈을 매면서 나는 문학의 고향을 그려보았다. 작가가 태어나서 자라고, 위대한 작품을 남기며 가까운 공동묘지에 묻힌 묘지를 찾아보려고 했던 일을 상기했다. 문호들의 고향을 보러 가는 것을 나 스스로 ‘문학기행’이라고 이름 지었다. 꿈결에서조차 만나보지 못한 인물들을 시공간을 초월해서 만나본다는 것이 내게 불안을 느끼게 했다.


실용적이고 튼튼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는 흰 양말을 신었다. 큰방으로 건너간 나는 아버지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절을 했다. 어머니의 눈에 이슬이 비쳤다. 아버지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었다. 나 역시 평상시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늘 함께 살붙이로 살면서 잠깐이나마 떨어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짧은 침묵이 흐르자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일어나며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어머니도 따라 일어났다. 배낭들을 현관에 두고 새 신을 신었다. 아버지는 대문까지 나왔고 어머니는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왔다. 내가 버스를 타자 어머니는 손사래를 하고는 돌아서서 얼굴을 가렸다. 먹장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2.

버스가 원지동을 지나고 삼포동 삼거리에서 신호대기로 잠시 섰다. 서쪽으로 직진하기 위해 선 차량이 많이 밀려 있었다. 세거리는 탁 트여 넓게 보였다. 나는 내릴 준비를 했다. 사람들은 안개비를 맞고 걸었다. 붉은 신호등은 바뀔 줄 모르고 켜져 있었다.


버스의 진동으로 온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버스 운전사의 기어를 거머쥔 오른손은 좀 더 심하게 움직였다. 나는 내리는 문으로 다가섰다. 먼저 앞으로 나온 아기 안은 아주머니가 버스 안에 설치된 단추를 손끝으로 누르자 분홍빛이 켜졌다. 버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 나는 마른기침을 했다.


버스가 삼거리를 가로질러 삼포동 버스 정류장에 섰다. 아주머니는 서둘러 내렸다. 보람 보육원은 버스가 온 방향으로 되돌아 걸어서 마주 바라보이는 곳에 있었다. 바람비가 내 얼굴을 스쳐 갔다. 곧은길을 따라서 은행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길가에 공중전화 상자가 눈에 띄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심하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면 울먹일 것 같아 전화할 생각이 멀어졌다. 어머니는 지금쯤 설거지를 끝내고 내 방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전에 내가 수학여행으로 여러 날 떠나 있을 때도 그랬었다고 누나가 말한 적이 있었다.


배낭이 무거워 추스르고, 나는 주차장을 지나 보육원으로 들어갔다. 유리문 오른쪽 밑에 여행용 가방들이 보였다. 나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자아이가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여자들이 2-3명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배낭을 가방들이 모인 곳에 내려놓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가 어떻게 왔느냐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갈 사람이라고 대답하고는 상담실로 갔다. 상담실장인 김지영은 자리에 없었다. 사회학전공의 정 교수와 사진작가 최 선생이 긴 의자에 앉아 서류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내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정 교수님, 최 선생님. 변동사항이라도 있습니까?”
“음, 있지. 지난번에 나누어준 명단에서 아기들 사정으로 두 명이 바뀌고 나와 최 선생의 목적지가 약간 변경됐어. 자네는 그대로야. 여기 명단이 있으니까 읽어보고 미리 아기들과 친해지라고.”


먼저 악수를 청하던 정 교수가 복사한 서류들을 주면서 말했다. 최 선생은 정 교수 앞자리에서 손가락으로 망원렌즈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이틀 전에 보육원에서 실시한 안내자를 위한 예비모임에서 나는 정 교수와 최 선생을 만나 인사를 했었다.


그들의 목적지가 브뤼쉘에서 코펜하겐으로 바뀌었다. 브뤼쉘로 가기로 한 아기들은 연기되었고 그 대신 코펜하겐으로 갈 아기들이 앞당겨 가게 된 것이었다. 또 다른 일행도 서류를 보면서 최종 확인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북미로 가는 일행들이었다.


정 교수를 따라 나는 아이들과 아기들이 있는 대기실로 내려갔다. 아기 엄마들과 담당 직원들은 벌써 와 있었다. 같이 갈 아기들을 나는 난생처음으로 보았다. 정 교수가 아기 곁으로 갔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아기는 보채기도 했지만 나는 들떠 있었다. 소아과 의사의 마지막 점검도 이미 끝났다고 한 직원이 말해주었다.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본 나는 병원응급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동식 침대가 여럿 있었고 긴 나무 의자가 반대편 벽에 기대어 있었다. 내 시선은 모퉁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 아이에게 향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양다리로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왠지 시무룩하고 기가 죽어 있는 모양새였다.
명단을 보았다. 2명의 어린이와 4명의 아기 이름이 적혀 있었다.

3.

남자어린이의 이름을 찾았다. 구정한이었다. 이름 밑에는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정한은 올해 7살이 된다. 오른쪽 끝에는 고유번호가 쓰여 있었지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구정한’ 하고 속으로 이름을 불러 보았다. 나는 정한이 앞에 섰다.


“안녕! 정한”
“ …… ”
“구.정.한이지?”


정한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발뒤꿈치를 들고 가장 낮은 자세로 나는 그의 작은 손을 잡았다. 내 손안으로 따뜻함이 가득히 전해져 왔다.
다른 한 손으로 나는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더니 머리카락은 곱고 청결했다.


“정한아, 형 좀 볼래.”


떨리는 내 목소리는 나 자신조차 어색하게 들렸다. 그의 얼굴과 나는 첫 바대기를 했다. 엉겁결에 화들짝 놀라는 나 자신이 느껴졌다.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이 아니라 저 혼자 깊어 가는 애달픔을 살그니 울음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애오라지 그의 얼굴을 힘껏 닦았다. 맑고 투명한 그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오래도록 고이 울고 있었다. 그의 눈꺼풀이 깜박거리더니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턱 밑까지 흘러내렸다. 눈을 크게 뜨고 나는 그의 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정한이의 암갈색 눈동자가 빛나며 눈물이 넘쳐났다. 갈피 없이 갑갑해졌다. 그의 눈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홀로 당황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무릎에서 강한 쥐가 났다. 그는 내 얼굴을 꾸밈없이 보고 있었다. 나는 주춤거렸다. 비행기 삯을 절약하기 위해 아이와 동행하는 것을 그만 둘까 하는 강한 망설임이 일었다.


“두식아, 네가 하지 않아도 다른 이가 이 일을 하지 않니! 그동안 준비한 열정을 포기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아깝지 않니! 그리고, 논문은 어떻게 하고!”


나 자신의 목소리가 마음에서 들려왔다. 불현듯이 여러 달 동안 정열적으로 매달리던 내 문지기가 부를 때까지 그는 잠자코 내 곁에 앉아 있었다. 주차장에 서 있는 봉고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대기실로 왔다. 떠날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최 선생이 단발머리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이는 낯 설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복도에서 뛰어다니던 아이였다.


“안녕, 이름이 뭐야!”
“혜인, 장혜인.”
“혜인이도 가는 거야?”
“응.”


혜인이의 한 손에는 노란 가방이 들려 있었다. 혜인은 떠나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혜인과 내가 말하는 사이에 그는 구석에 있는 침대 위로 돌아갔다. 명단에서 혜인이의 이름을 찾았다.


장혜인은 5살이었다. 나머지 아기들은 첫돌이 지나지 않은 여자아이가 3명, 남자아기 1명까지 모두 6명이 되었다. 그 중에서 내가 파리에 데리고 내릴 아기의 이름을 확인했다.


가 00-0200 이민자
가나다(666) 02/13/00

민자의 손목에도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한 손에는 도착지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보육원 주소와 명칭이 영자로 적혀 있었다. 내가 보호해야 할 아기는 구정한과 장혜인 그리고 이민자였다. 정 교수와 최 선생은 나머지 아기 3명과 함께 파리까지 모여서 간 뒤에 비행기를 갈아타고 코펜하겐으로 갈 예정이었다.

민자를 안고 나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봉고차 뒤 칸에 짐이 실렸다. 최 선생이 민자를 받아 의자에 앉은 뒤, 정한과 내가 그리고 혜인이가 앉았다. 정 교수와 2명의 보육원 여직원이 아기를 각각 안고 다음 자리에 탔다. 정한과 혜인을 내 양옆으로 가까이 당겼다.


승합차 맨 앞자리는 운전기사와 우리들의 항공 절차를 대행해 줄 남자직원 한 사람이 함께 탔다. 차가 출발하려고 하자 아기 엄마들이 나와서 손을 흔들었다. 돌아서서 말없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아기 엄마 뒤를 따라 나온 직원도 환송했다. 아기 엄마들의 손 흔들림이 멀어져 갔다.


정한과 혜인은 서로 다른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오늘 긴 회랑 끝에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나이가 많은 여직원이 말했다. 봉고차가 흔들거리며 나아가자 아기 엄마들의 모습이 흐려져 갔다. 창밖으로 부슬비가 보였다. 자는 아기들을 보면서 내가 중년의 여직원에게 말을 꺼냈다.


“아기들이 한결같이 엄마를 닮았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왜, 가끔, 아버지를 닮는 예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요. 하지만, 아녜요.”
“아니라니요.”
“그분들은 아기 엄마가 아녜요. 아마 정성스럽게 키워서 아기들이 엄마인 줄 알고 닮는가 보죠. 그들은 대리모예요.”
“대리모라니요.”
“그래요. 아직 모르고 있었어요? 참 엄마라면 아기를 순순히 보내겠어요. 아, 아마, 울고불고 난리가 나겠죠. 막상, 제 자식을 멀리 보낸다는데 가만히 있을 어미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대부분 10대의 미혼모 아기들이에요. 미혼모들이 아기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각서를 쓰면 아기들이 국내외로 입양될 때까지 대리모들이 보육원의 위탁으로 양육하는 거예요. 대리모들은 정성스럽게 키우지요. 친자식처럼 말입니다.”


중년의 여직원이 말하자 나는 어리둥절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엄마와 아기가 헤어진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게 ‘대리모’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렸다. 손을 흔들던 대리모와 돌아서서 눈물짓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차가 흔들렸다. 창밖으로 나는 시선을 돌렸다.


승합차가 깊고 넓은 강을 건너가려고 하자, 혜인은 내 코앞으로 머리를 들며 강변 풍경을 보았다. 혜인의 머릿결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차가 뒤뚱거리며 강을 건너가려고 하는 동안 나는 마른기침을 했다. 나는 정한의 손을 더듬어 찾았다. 내 손 안으로 부드러움이 살아났다.


비바람이 창에 들이쳤다.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우는 아기를 보았다. 사내 아기가 잠결에 보채고 있었다. 젊은 여직원이 우유병을 아기 입에 물려주었다. 다른 아기들은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나는 운전석 쪽을 보았다. 항공 절차를 담당하는 남자 직원은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눈빛을 마주치면 애써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시선을 돌렸다. 서로 마주보기가 어색했다. 차는 다리를 건너갔다. 무거운 침묵이 차 안을 맴돌았다. 가랑비가 조금씩 굵어졌다. 차선을 변경한 봉고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혜인이의 손을 잡았다.


정한은 더 시무룩해져 갔다. 내 옆구리에 붙어서 저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혜인의 검은 단발머리는 잘 다듬어져서 아이의 얼굴이 동그랗게 보였다. 최 선생이 안고 있는 정숙이가 잠투정했다. 승합차가 곧은길을 지나서 갈림길로 들어섰다. 작달비가 자동차 지붕을 두드렸다.

4.

공항에 도착했다. 대기실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원을 따라서 여자 화장실 옆에 있는 유아 대기실로 들어갔다. 방안으로 들어선 나는 주춤거렸다. 방의 크기가 너무 작고 썰렁한 분위기 탓에 움츠러든 것이다. 앉은뱅이 보조 침대 하나와 3인용 의자가 전부였다. 보조 침대에 아기들은 나란히 눕히고 아이들은 의자에 앉게 했다. 정 교수도 같이 앉았다. 공간이 더 좁아졌다.


답답했다. 최 선생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나도 따라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좀 더 넓은 복도로 물러났다. 로비에는 승객들이 비행기 좌석을 배정받기 위하여 줄지어 서 있었다. 안내방송이 들렸다. 수화물 보관소 벽에 기대어 서서 나는 승객들을 보았다.


“움직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어.”


최 선생은 분주히 사진을 찍어댔다. 최 선생이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대기실 안에는 내가 데려온 아기가 자고 있었다. 혜인은 제 가방에서 그림책을 꺼내어 크레용으로 선을 따라 그리고 있었다.


“혜인이는 무얼 그리고 있어.”
“엄마야.”
“혜인이는 엄마 생각이 나.”
“응.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가 어떻게 생겼어.”


내가 혜인과 말하는 동안 중년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나는 아차 싶었다.


“몰라.”


혜인이가 거칠게 대답하고는 동그라미에 검은색으로 덧칠을 했다. 혜인의 머리카락이 세차게 흔들렸다. 혜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멍청히 혜인의 움켜쥔 크레용을 보고 있었다. 크레용과 그림책은 새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정한은 손목에 찬 명찰을 뜯어내려고 했다. 나는 정한이 곁으로 갔다. 정한이의 팔목 주위에는 붉은 반점이 보였다.


이름표가 꽉 조여 있었다. 나는 띠를 느슨하게 해주려 했지만 풀어주는 고리가 잘려져 있었다. 표는 연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약간 잡아당겨 주면 늘어날 것 같아 나는 띠를 양쪽으로 당겼다. 조금 늘어났다. 혜인은 정한이 곁에서 동그라미 선을 들쑥날쑥 칠하고 있었다.


정한은 더 이름표를 잡아당기지 않았다. 벽은 흰색이었다. 맞은 바래기에 앉은 정 교수의 눈과 무심코 마주쳤다. 정 교수의 툭 베어진 코 위에 있는 실눈이 내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눈총을 느낀 나는 눈망울을 정 교수의 가슴 아래로 떨어뜨렸다. 정교수가 안은 사내아이가 하품했다. 중년의 여직원이 내 곁에 가까이 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에게 부모 얘기를 꺼내는 것은 좋지 않아요.”


나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천정에 가까운 고창에서 찬 바람이 들이 불었다. 창문으로 빗방울이 흘러내렸다. 화장실을 오가면서 내는 소리가 끊임없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여자 아기가 깨어났다. 젊은 여직원이 가서 안았다.


조용히 나는 그녀의 행동거지를 지켜보았다. 아기를 살그머니 들어서 자기의 젖가슴 사이에 안고 다독거리니까 아기는 사르르 눈을 감았다. 그녀는 아기를 부드럽게 다루었다. 남자 직원이 여권과 비행기표를 가지고 돌아왔다. 출국장 앞에서 직원들은 돌아갔다.


비행기 중간 자리에 아기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기들을 각 바구니에 눕히고 정한과 혜인을 지정된 의자에 앉혔다. 아이들에게 나는 생명 띠를 매어 주었다. 승객들은 벌써 들어와 있었다.

아기 가방을 의자 밑에 두고 나는 정한이 곁에 앉았다. 승무원이 오가면서 안전띠를 확인했다. 비행기 안이 소란스러워지자 한 아기가 잠을 깼다. 아직 나는 아기들 얼굴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옆에서 자던 아기까지 깨어났다. 생명 띠를 풀고 나서 나는 한 아기를 안고 다른 아기를 다독거렸다. 정 교수와 최 선생도 일어났다.


실내의 공기는 탁하고 건조했다. 코펜하겐에서 내리기로 한 사내 아기는 감기 기운으로 열이 조금 있었다. 보육원을 출발하기 전에 약을 먹었다지만 자꾸 보챘다. 정 교수가 최 선생에게 아기를 받아 들었다. 한 아기를 내가 다독거려주고 있는 동안 최 선생이 보고서를 보면서 내게 말했다.


“이 아기는 옆으로 자는 버릇이 있어.”


아기는 바로 누워 있었다. 아기를 내가 옆으로 몸을 돌려주었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아기에 관한 보고서에는 특징과 습관들이 적혀 있었다. 승객들이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서 있는 우리 일행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최 선생 옆자리에서 잠을 자던 청년이 깼다.


정 교수 품에서 자던 아기는 살이 올라 포동포동했다. 아기를 바구니에 눕히려 하면 손발을 허덕거렸다. 정 교수의 품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몸을 떨었다. 정 교수는 아기를 안고 있어도 아기는 잠들지 못했다.


승무원이 지나갔다.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나는 정한이가 있는 자리로 갔다. 혜인은 작은 창을 통하여 세상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지만, 바깥은 어두웠다. 유리창으로 최 선생의 모습이 비쳤고, 작은 불빛들이 어른거렸다. 혜인의 고운 머릿결이 빛에 어른거렸다.


여승무원이 정한과 혜인에게 조립식 장난감을 주었다. 비행기가 조금씩 움직였다.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생명 띠를 맨 후 아기를 가슴에 품고 아기 등을 살며시 두드려 주었다. 아기가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 이마와 목에서 땀이 났다.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치며 땅끝 선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고개를 돌린 나는 아기 바구니를 들여다보았다. 바구니도 함께 흔들거리고 있었지만, 아기는 깨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의자에 기댔다. 아기에게서 젖비린내가 났다. 아기를 가슴에 꼭 안았다.


크고 거대한 점보는 비틀거렸다. 아기 엉덩이를 받친 내 양팔에서 땀이 배어났다.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 끝을 향해 떠오르자 귀는 멍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머리카락이 서고 뒷골이 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헛구역질을 참고 있었다. 속이 뒤틀렸다. 입 밖으로 마른기침이 토해졌다. 멍한 시선으로 나는 최 선생의 머리 뒤 꼭지를 보았다. 소용돌이가 2개 있는 쌍가마였다.


최 선생의 어깨에 기대어 자던 아기는 파리에서 나와 함께 내릴 민자였다. 민자는 소록소록 자고 있었다. 비행기는 해 끝으로 날았다. 어깨가 약간 처지고 민자가 위로 올라갔다. 나는 아기를 무릎에 내려놓았다. 점보는 동경을 향해 날았다. 혜인이 내게 말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그래, 알았어. 정한이도 갈래?”
“……”
“정한아, 정한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


잠자코 앉아 있는 정한과 양손으로 아랫배를 움켜쥔 혜인을 데리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승무원이 내 곁을 지나갔다. 나는 아기를 들어서 빈 바구니에 재웠다. 담요를 아기에게 가볍게 덮어주고는 나는 다른 아기들을 살폈다.


아기가 언제 깨어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잠깐 내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더니 창가 쪽에서 자던 아기가 앙앙거렸다. 일어나서 나는 아기를 안았다. 아기의 얼굴과 이름이 뒤바뀌었다.

5.

웅성거렸다. 작은 창을 통하여 나는 밖을 보았다. 후지산이었다. 비행기가 동경에 내리려고 했다. 나는 눈 덮인 산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흰 눈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점보는 승객들을 태우고 기지개를 켰다. 비행기가 서서히 밤저녁으로 달아났다. 정한은 아기들 사이에서 외톨이로 앉아 있었다.


비행기 중간에 화장실이 있었고, 날개 쪽으로 비상시 탈출하는 문이 보였다. 비상문 앞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승무원이 앉는 의자가 접혀 있어 두 사람 정도가 서 있을 만한 공간이 생겼다. 그곳에 내가 서서 아기를 고쳐 안았다. 정 교수도 계집애를 안고 내 곁으로 왔다. 정한이 앞에는 장난감이 그냥 있었다.


혜인은 승무원이 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비행기가 부드럽게 날았다. 타인의 시선을 느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선 얼굴들이었다. 한두 사람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거나 음료수를 마셨다.


나는 갈증이 났다. 타는 목마름이었다.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목이 달아올랐다. 귀밑에서 땀이 배어났다. 아기를 바구니에 눕혔다. 찬 물을 찾아 마셨다. 갈증은 여전했다. 최 선생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지만 보채고 있었다. 한 중년 부인이 보다 못해서 최 선생의 아기를 데리다가 돌봐 주었다.


정 교수와 나는 목적지가 서로 다른 아기들 여권을 분리했다. 정숙이가 우유를 먹으면서 투레질을 하는 동안 비행기는 앵커리지에 도착했다. 공항은 날 빛으로 가득했다. 서울의 보육원과 자매 관계를 맺은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내로 들어와 아이들과 아기들을 모두 데리고 나갔다. 비행기가 다시 뜰 때까지 돌보아 주기로 되어 있었단다.


비행기가 다시 일어섰다. 깊고 푸른 한밤의 달 끝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아기들은 잠들지 못했다. 아기들 사이에서 나는 휘청거리며 서 있었다. 민자는 낯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안겼다. 아기들 짐들을 정리하고 나는 자리에 앉아 지도를 펼쳤다. 내가 가야 할 길을 표시했다.


비행기가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파리는 이른 아침이었다. 민자를 안은 나는 정한과 혜인을 앞장세워 걸어가게 했지만 정한은 머뭇거렸다. 정 교수 일행과 헤어졌다. 그들은 비행기를 갈아탈 예정이었다. 창밖의 날씨는 부드럽고 맑았다.


정한은 긴장했다. 혜인도 낯선 곳이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국인은 뿔뿔이 제 갈 길로 흩어져 갔다. 아이들은 내 곁에서 걸었다. 수화물이 나오는 곳에서 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배낭을 찾았다. 민자를 안은 채 짐을 손수레에 실었다.


“화장실에 갈래.”


혜인이 말했다. 혜인을 먼저 화장실에 들여보내고 정한도 보냈다. 혜인이 왔다. 정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나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한 차례의 승객들이 빠져나가자 나는 혜인과 같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정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한아.”


정한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다. 화장실 문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나는 초조해졌다. 마지막 문고리를 살짝 잡아당겨 보았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정한은 좌변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정한은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정한아, 가야지.”
“…”
“정한이 혼자 거기 있을 거야.”
“…”
“얼른 나와.”
“…”
“빨리 나와. 안 나오면 우린 간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안으로 들어가서 정한의 손을 거칠게 잡았다. 정한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나는 망설여졌다. 엉거주춤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이미 죽은 작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변에 아름다운 묘지가 어른거렸다. 불현듯이 갈피 없는 생각이 났다.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정한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민자가 머리를 내 어깨 위에 떨어뜨리더니 잠이 들었다. 사람들이 화장실 안으로 몰려들었다. 혜인이 가자고 내 팔을 끌어당겼다. 정한은 손을 내게 맡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정한의 손을 쥐어 보았다.


나는 가야 했다. 그러나 정한을 두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민자를 안은 팔에 쥐가 났다. 누군가 두드리고 있었다. 소리가 커졌다. 혜인이 문을 열었다. 낯선 흑인이 서 있었다. 혜인이 놀래며 내 발을 양팔로 감싸 안았다. 나는 좌변기 위에 걸터앉았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변기 밑으로 물 빠지는 소리가 났다.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학사모를 쓴 아버지가 웃고 있는 얼굴도 논문에 겹쳤다. 나는 가야 했다. 혜인과 떠는 정한을 데리고 나는 문으로 나왔다.


빛이 번쩍거렸다. 누군가 사진을 찍은 모양이었다. 공항 경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서 있었다. 대합실로 나왔다. 낯선 무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벌써 우리를 알고 있었다. 세 갈래로 갈라졌다. 민자를 젊은 부부에게 넘겨주었고, 서류가 든 가방은 어린이 단체에서 나온 직원이 가져갔다.


혜인 곁에 서 있는 중년 부부에게는 이미 한국에서 아이를 데리다 키운 7-8살 정도의 사내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전혀 한국말을 몰랐다. 이번에 여자아이를 동생을 맞이하려는 모양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혜인에게 가까이 몰려들자 혜인은 어찌할 줄 몰라 당황했다. 그들 가운데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정한에게도 양부모의 가족이 몰려들었다. 양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사진기가 들려 있었다. 잠시 넋을 잃고 있었던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낯설었다. 배낭을 어깨에 둘러메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정한은 내 모습을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크고 넓은 복도에 우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정한은 발버둥을 치며 내 곁으로 오려고 했다. 양어머니가 벌써 두 팔로 안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집에 갈 거야. 집에 가.”


정한은 처음으로 말을 했다. 정한은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정한의 뒤에 서 있던 양할머니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곁에 있던 양부모들도 눈물을 보였다. 민자를 안고 있던 젊은 부부까지 울먹였다. 우는 소리에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혜인도 따라 울었다.


양부모들은 울면서 아이들을 달래려 하고 있었지만, 이곳에 와 자란 입양아는 멍한 시선으로 우는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정한은 단결에 내게 오려고 했다.


눈시울이 붉게 충혈된 정한의 눈동자와 마주친 나는 지칫지칫했다. 혜인의 노란 가방이 마른 바닥에 떨어졌다. 정한이 흔들렸다. 정한이 곁을 떠나려고 하니 나는 망설여졌다. 마른강 변에서 죽었던 작가의 얼굴과 정한의 얼굴이 동시에 겹쳤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혜인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울음의 그림자로 가득한 로비에 선 나는 맞은 바래기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 곁으로 다가섰다. 그들은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정한은 내게 팔을 내밀고 있었다. 제출물로 정한의 손을 잡은 나는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정한의 손으로부터 나는 밀려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렴풋이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마른강의 하늘은 말갛게 개어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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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현
본지 발행인.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생명구원”(요한복음 20:31) 위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인 주제로 칼럼과 취재 및 기사를 쓰고 있다. 2005년 창간호부터 써 온‘편집인 및 발행인의 창’은 2023년 446호에‘복 읽는 사람’으로 바꿔‘복 있는, 잇는, 익는, 잃는, 잊는 사람과 사유’를 읽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