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코람데오 신학대학원 2023학년도 첫 번째 집중강좌인 고신대학교 우병훈 교수의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회와 영광스러운 직분’ 강의에 이어 계획된 신득일 교수의 ‘사사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강의는 Cyclone Gabrielle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이틀 늦은 2월 15일(수)부터 17일(금)까지, 일정도 원래보다 하루 짧게 진행되었다.
강사 신득일 교수는 고려신학대학원(Th.M.)과 네덜란드 깜뻔 신학대학원(Th.Drs.), 남아공 노스웨스트대학교(Ph.D.)에서 구약학을 공부하였고 미국 리폼드 신학대학원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오랜 시간 동안 고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구약학과 셈어를 가르쳤다. 최근에 그의 저서 ‘구약 역사서,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2022, SFC 출판부)가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들이 여러 출판사들을 통해 출판되었다.
이번 코람데오 신학대학원의 집중강좌는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 평소에 설교 본문으로 즐겨(?) 사용하지 않는 구약의 역사서 중 한 책인 사사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사사기의 구조나 배경, 신학, 혹은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라는 설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배경 이해와 함께 본문 주석을 통하여 설교를 작성할 수 있도록, 나아가 본문을 메시지로 만들어서 설교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강의의 방향이었고 목적이었다.
‘구약 역사서,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의 서문에서 신 교수는 ‘설교를 위한 주석(homiletic exegesis)은 설교의 성패가 달려있는 토대에 해당된다’고 말하며 본문을 주석하는 방법으로 문헌학적(언어, 문학) 방법, 역사적 방법, 그리고 신학적 방법이 사용된다고 하였다.
이런 방법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첫째, 문헌학적(philological) 방법이란 고대 문헌을 다룰 때 사용하는 언어나 문학과 관련된 것을 말한다. 성경 해석 방법은 문학 장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문법적 접근’만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성경 해석에 다양한 현대 언어학 이론이나 문학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를 접할 때는 항상 언어학과 문학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문헌학적 접근방식’은 성경과 같은 고대 문헌을 해석하는 데 적합하다.
둘째, 역사적(historical) 방법에서 ‘역사적’이란 하나님의 계시가 말씀, 즉 언어로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고려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구약의 역사적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독자가 그 역사와 배경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본문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구약의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근동의 역사는 물론 고고학과 지리학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구약 역사서가 역사적으로 다 실증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 본문이 하나님의 영감 된, 권위 있는 말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고백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셋째, 신학적(theological) 방법에서 ‘신학적’이란 비록 구약 역사서의 각 권은 서로 별개의 책이지만 그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사상이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특히 그 통일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속사’이다. 구약 역사서는 오경에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내용이 상당 부분 성취된 것을 보여 주는 구속 역사로 가득 차 있다. 구속사란 구속의 의미를 지닌 역사라는 뜻이다. 즉 성경의 역사는 단순히 역사적인 교훈을 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속사는 그리스도 중심의 관점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이와 같은 그의 구약 역사서 접근 방법을 가지고 사흘 동안 모두 15시간, 강의를 진행하였다. 그의 강의록을 참고하여 강의 내용을 소개하되 지면의 제약상 1부 서론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2부 주해는 소감만 피력하고자 한다.
말씀 앞에 자신의 삶을 노출하여 말씀이 삶을 해석하도록 해야
제1부 사사기 서론
책의 명칭
탈무드의 전통에서 시작된 이 책의 명칭(쇼페팀, 사사)은 70인 역과 불가타(Vulgata)에 그대로 수용되었고 한글 번역도 아무런 의미를 전달치 못하는 ‘사사기’로 알려져 있다. 성경의 사사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을 때 카리스마적 영적 지도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백성을 구원하고 지도하고 재판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직책이었고 그래서 과도기적 직분이라고 생각된다. 신 교수는 ‘이 책의 명칭을 어떻게 바르게 정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제기를 하였다.
저작 연대
문학 비평이나 전승사 비평을 하는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이 책이 오랜 발전 기간에 걸쳐서 기록된 것으로 보지만 신 교수는 본문의 많은 부분이 다윗 시대 이전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내적 증거는 1장 21절의 ‘여부스 사람이 베냐민 자손과 함께 오늘날까지 예루살렘에 거하더라’는 표현과 페니키아의 주도적인 도시로 시돈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3:3). 왜냐하면 시돈은 주전 12세기에 두로에 멸망하였기에 이 글은 그 이전에 기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사 시대의 이스라엘의 형편
이스라엘은 비록 여호수아 시대에 가나안 전역을 정복하였지만 결코 균형 잡힌 완벽한 하나의 영토권을 구성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로 인해 평지와 해안 지대, 에스드렐론(이스르엘) 평원은 이스라엘 권한 밖이었고 그 지역의 가나안 사람들과 뒤섞여 살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가나안의 지형, 지리적 조건들이 사태의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체 이스라엘이 모임을 갖기가 어렵게 하였다.
사사 시대는 한마디로 적응과 조정, 그리고 시험의 시대였다. 반유목민 출신들인 이스라엘 사람들이 농경 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 와중에 이미 앞선 문명의 시대를 살던 가나안 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더구나 종교적으로도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가나안 인들이 유입됨으로 가나안 종교나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바알과 여호와를 혼동해서 섬겼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내용 개요
1) 이스라엘의 실패: 영적, 군사적 쇠퇴(1:1-3:6)
2) 사사들의 활동: 이스라엘의 배교와 여호와의 구원 (3:7-16:31)
3) 종교적 혼란: 미가와 그 신당(17:1-18:31)
4) 도덕적 혼란: 레위 인과 그의 첩(19:1-21:35)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사사기가 연대순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17장부터 마지막 21장까지는 연대적으로는 사사들의 활동 시기보다 이른 것으로 왜 이스라엘에게 이런 위기와 하나님의 시험이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록적 성격이라는 점이다.
사사들의 등장
이스라엘의 배교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하나님은 사사를 부르셔서 자신의 영을 부어 주셨고, 그들은 그 카리스마적 능력을 사용하여 백성들을 통솔하고 싸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왕에 대한 요구이다.
사사직의 특징
사사 직은 하나님께서 임명하시고 종신적이긴 하지만 세습되진 않았으며, 이 직의 권위는 하나님의 계시와 장로 회의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에 독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은 성령에 의해 직접 기름 부은 받은 자들이고 이 성령의 역사는 그들이 카리스마적인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사사들의 활동과 기간
Alt나 Noth 같은 전승학파에서는 이 이야기를 하나의 영웅담으로 보지만 사사기는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이 겪은 슬픈 역사이다. 사사들의 활동 기간에 대한 수는 겹치는 기간이 있기에 단순히 산술적으로 합한 기간을 그 시기 전체로 볼 수는 없다.
신학적 주제
1) 땅
하나님의 언약적 성취로 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땅은 여전히 사사기의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사사기는 땅을 정복하는 사건이 아니라 정복한 땅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언약에 신실하지 못한 불신앙의 모습 때문이다.
2) 배교: 바알 숭배
사사기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신학적 주제는 이스라엘의 배교이다(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 이것은 땅을 완전히 차지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이고 그 결과는 하나님의 심판과 끊임없는 고통의 원인이 된다. 이스라엘의 배교는 가나안 인들과 함께 섞여 사는 데서 구체화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가나안 사람과 결혼해서 살면서 언약의 공동체인 가정이 깨어졌고, 더 이상 그들의 자녀들에게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사역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배교는 내용적으로는 바알 숭배이다. 이스라엘의 참된 종교는 창조주께 순종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반면, 바알 종교는 본성을 충동하는 데서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종교는 사람이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본성(자연)을 자극적으로 충동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기독교 신앙은 순종이지 충동이 아니다. 바알주의는 세속적 인본주의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배교는 가나안 정복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이 공동체가 세속화되는 결과로 나타났으며 이것이 사사기 전체를 지배하는 주제이다
3) 하나님의 신실성
사사기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스라엘의 배교와는 대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하나님의 신실성이다. 하나님께서 범죄한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는 그분의 약속에 근거한다. 이 신실함은 사사들의 활동에서 나타난다.
4) 전쟁
사사기에 기록된 전쟁은 여호수아서에 나타난 정복 전쟁과 달리 침략자를 몰아냄으로써 나라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사사들이 치른 전쟁은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지 사사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전쟁의 승리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승리하고 범죄하면 패배하였다.
5) 왕권
신명기(17:18-20)에서 명한 대로 왕은 백성들이 율법을 지키도록 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임무를 가진 자인데 사사기 시대는 이 왕이 없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사기는 이런 참된 왕을 모시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제2부 사사기 주해
사실 신 교수의 강의 대부분은 사사기의 각 장과 절의 주해로 진행되었다. 원래보다 줄어든 시간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소개한 역사서 본문 주석의 방법에 충실한 강의였다.
등장하는 인물과 지명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을 통한 보다 정확한 관찰과 해석, 그리고 당시의 사회 상황과 형편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접근, 아울러 시대의 영적 상태와 발생한 사건, 사사들의 활동 등에 나타난 구속사적 의미의 적용 등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이러한 것을 토대로 어떻게 오늘날의 교회와 시대에 맞게 접근하고 설교자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강의였다.
목회자로서의 사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명은 말씀의 종으로서의 사명일 것이다. 말씀의 종이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의 생각이나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란 뜻이다.
구약 역사서는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설교이다. 즉 케리그마이다. 역사서는 하나님의 선포이고 그 자체가 이미 설교이다. 케리그마로서의 역사서는 결국 본문이 과거에 이미 하나님의 백성에게 적용된 적실한 말씀임을 인식할 때에 오늘날 더 적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설교자는 본문을 가지고 교인들을 감화시키려고 하기에 앞서 먼저 말씀 앞에 자신의 삶을 노출하여 말씀이 삶을 해석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강의는 설교자들에게 깊은 도전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코람데오 신학대학원이나 신득일 교수의 사사기 주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코람데오신학대학원 coramdeoseminary@gmail.com 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의 요약 최현기 목사<참빛교회>
오클랜드 남부 타카니니에 있는 참빛교회의 담임목사이며, 코람데오 신학대학원의 원장으로 학교에서 성경신학(구약)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