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picture by Hannah Oh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더 글로리’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한 한 여학생이 학교 폭력을 행사한 친구들과 이를 암암리에 동조한 어른들에게 자신의 온 삶을 다해 17년 동안 복수를 준비하고 실천에 옮긴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시즌 1까지만 방영되었음에도 그 전개나 내용이 우리 사회에 던져 주고 있는 시사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드라마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 현장과 그들을 둘러싼 부모, 교사 그리고 주변인들에 대해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도덕성과 인성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가 범죄화된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잘 보여줍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의 일부 내용이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학교 폭력이나 왕따의 문제가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들은 점점 더 충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한 편의 드라마가 제시하는 문제점들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예(禮)와 효(孝)를 중시하고 자녀들에게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며 사는 법도를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선조들의 가르침 덕분에 우리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역사상 다른 나라를 거의 침략한 적이 없는 것도 우리의 민족성을 잘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공격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피하고, 지켜야 할 도리를 다했던 조상들의 성품을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 사회가 왜 이러한 폭력적 성향으로 고민하게 되었을까요?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오직 대한민국에만 있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성교육진흥법’입니다. 혹시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이 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ㆍ공동체ㆍ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키우고 이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ㆍ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이나 갈등 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인성교육을 단순히 법으로 정한 것 외에도 학생들에게 인성을 가르치는 교사를 위한 인성교육지도사 자격 취득 시험도 있습니다. 인성교육지도사는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좋은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로 정의합니다. 이러한 ‘인성교육진흥법’이 2015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시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이 시행된 이후 과연 우리 자녀들의 인성이 더욱 올바르게 형성되었을까요?

강압적인 가정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제럴드 패터슨은 공격성이 있는 아동의 가정을 관찰하며, 아동과 부모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동들은 대부분 학교와 가정에서 많이 싸우고 제멋대로이며 반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었습니다. 아동들은 부모가 서로 싸울 때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하며 때로는 무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자녀의 공격적인 행동 발달과 연결됩니다.

패터슨에 의하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괴롭히고 힘들게 할 때, 이러한 혐오적 경험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아동들은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더욱 불행한 결말은 이런 아이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되었을 때 공격성이 더 커지고 다른 문제행동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다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7년 전 자신들이 다녔던 학교 강당에 주인공과 학교 폭력을 가했던 친구(?)들이 행사가 있어서 모여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주인공이 모여 있는 가해자들을 향해 “네들은 차~암 그대로다”라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인이 된 그들의 모습은 전혀 달라져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욱 타락한 범죄자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이 한마디는 그저 단순한 넋두리 같은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22년 동안 600명의 아동들을 추적 관찰한 로웰의 연구에 의하면 매우 공격적인 8세 아동들이 30대가 되면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들을 때리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공격성이 표출되거나 더욱 악화되는 것입니다.

반면, 칭찬과 격려를 받은 아기는 훨씬 더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하려는 모습을 강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린 아기였을 때, 걸음마를 배우려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작은 발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우리는 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격려를 받은 아기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아기들도 본능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존중받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자녀교육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은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02년부터 2004년 동안 약 3,000명 이상의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종교 생활을 연구한 크리스찬 스미스에 의하면 청소년의 종교적인 삶은 부모의 신앙을 반영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청소년들의 삶에 부모의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배소서6:1~4절)

에베소서 6장1~4절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태도와 방식에 대해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주시는 말씀은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님이 주시는 교훈과 훈계로 가르치고 양육하라고 합니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반듯하게 잘 자라서 세상에 유익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기에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합니다. 그러나 쉽게 범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옳다는 기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주는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오직 주님이 주시는 교훈과 훈계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제대로 알고 말씀으로 기준을 삼아야 합니다.

부모님이 말씀 안에 제대로 서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자녀들이 성경적인 가치관과 인성을 지니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2023년 새해에는 구체적으로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고 합니다. 성경을 통독한다든지 일정 시간을 정해서 깊이 있는 묵상을 하며 주님이 주시는 교훈과 훈계를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씀에서 권면하는 것들을 작은 일부터 실천해 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말씀을 가까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눈과 마음에 새기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본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세상에서 우리 자녀들이 거룩한 주님의 자녀로, 주님 닮은 성품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인성은 법이 아닌 오직 말씀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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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