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장 내게로 오라 하신 주님의

중앙 통로는 세상으로부터 한 분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우리는 주위에서 많은 행렬(procession)을 봅니다. 예배 때의 입당행렬, 봉헌행렬, 결혼식 때 신랑 신부의 행렬, 장례식 때 헌화행렬 등등.

행렬의 역사는 꽤 오랩니다. 4세기말 기록된 ‘에게리아의 순례(Pilgrimage of Egeria)’에서도 고난주간 예루살렘에서 행해지던 성지순례 의식이 묘사되어 있고, 6세기경 로마에선 이교의 행사에 대항하기 위해 ‘마가의 날’ 행진하며 노래형식의 연도(連禱)를 불렀다고 합니다.

성직자와 찬양대원들이 입당을 위하여 준비하는 본당 입구의 로비를 건축가들은 ‘나텍스(narthex)’라 부릅니다. 희랍어의 ‘막대기’란 말에서 온 것입니다. 옛날에 세례 받지 못했거나 성례에 참석할 수 없는 이들이 막대 기둥 뒤에서 참관토록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요사이도 오래된 유럽의 성당에서 이 막대 기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덱스’로부터 성단으로 향하는 중앙통로는 주님의 자녀들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지요. 오르간 전주(prelude)와 함께 이루어지는 입당행렬은 ‘다수의 세상으로부터 한 분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상징이고, 축도 후엔 후주(postlude)와 함께 ‘한 분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다수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상징입니다.

곡명 내게로 오라 하신 주님의는 원래 김순세(金順世, 1931-2007)교수가 1972년 독창곡으로 작곡하였습니다. 1983년, 찬양대를 위한 합창곡으로 편곡하여 ‘교회합창 명성가편 2집’(기독교음악사)에 실었고, 이 찬송과 같은 회중용 편곡은 미국장로교 한영찬송가인 ‘찬송과 예배’(2001)에 채택되면서부터입니다.

황해도 서흥 태생의 김 교수는 육군 군악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음대를 수료한 후, 강남대학교의 전신인 중앙신학교 종교음악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이화여대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강남대 음대 교수를 역임하였습니다. 서울 종교감리교회 장로로 웨슬리성가대를 오랫동안 지휘하였지요.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엔 LA에서도 교회음악활동을 활발히 하며 남가주 한인 교회음악협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독창곡과 합창곡에 작사자 이름이 표기되지 않아 오랫동안 작곡자 자신이 가사를 지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1982년 발간된 ‘김순세 성가집’(기독교음악사)을 보면 차례에 분명히 독일 루터교 목사인 리비히(Ehrenfried Liebich, 1713-1780) 작사로 되어 있어 그의 찬송 시(Hier ist mein Herz, 여기가 내 마음)로 보고 있지요.

리비히 목사는 독일의 프로브슈타인(Probsthain) 태생으로 신학을 공부한 후 교사를 거쳐 유럽의 중부 실레지아 공국 야우어(Jawor)의 롬니츠(Lomnitz), 에르드만스도르프(Erdmannsdor) 등지에서 목회를 하였습니다.

그는 많은 찬송 시를 지으면서 교리적인 내용을 담길 좋아했는데요, 1752년 힐슈베르거(Hirschberger) 찬송가 이래 1773년에 두 번째 시집을 냈는데 이 찬송시 ‘여기 내 마음, 나의 하나님, 당신에게 바칩니다.’(Hier ist mein Herz, mein Gott, ich geb es dir.)는 거기에 발표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찬송가 왼편 위 작사년도 란에 1773이라고 명기해야겠지요.

원문이 더 잘된 번역일는지 모르나 제가 볼 때 “내게로 오라하신 주님의”보다는 원래 가사인 “내 마음 주께 바치옵니다”가 곡과 더 잘 들어맞으며 은혜롭습니다.

8분음표(♪) 중심으로 찬송가에선 흔치 않은 당김음으로 시작되지만, 순차적으로 흐르는 선율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특히 마지막 단에서 “내 갈길 인도하여 주소서”에선 ‘도레미파솔라’ 상승하는 것이 내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음화 같아 더욱 은혜롭습니다.

위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김명엽의 찬송교실’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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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연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1960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광범위하게 교회음악 활동을 하면서 김명엽의 찬송교실1-5을 예솔에서 출판했다. 이번 25회 연재를 통해 교회력에 맞추어 미리 2주씩 찬송가 두 곡씩을 편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