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금식 기도

몇년 전, 아주 특별한 금식 기도를 한 적이 있다. 목회를 하는 목사이지만 사실 금식 기도는 항상 내게 너무 힘든 기도 생활이다.
청년 시절, 큰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달았다. 내 인생 최고의 소망이었던 대기업 입사를 이뤘지만 폐결핵을 앓는 바람에 쫓겨났다. 소망을 이뤘다고 기뻐했는데 건강 때문에 쫓겨났다. 많은 방황 후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고 싶어 생애 첫 금식 기도를 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사 58:6)

미래를 알지 못하여 자유하지 못하는 나는 큰 뜻을 가지고 금식 기도를 작정했다. 3일을 작정하여 기도했는데 금식 기도 첫날 기도 제목이 바뀌었다.
‘하나님! 정말 나를 목사로 부르신 것인지 알고 싶어요’라는 기도 제목은 사라지고 ‘하나님! 내 평생에 금식 기도하는 일 없도록 해 주세요’라며 금식 기도 안 하도록 금식 기도를 한 것이 내 생애 첫 번째 금식 기도였다.

그만큼 금식은 너무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그 기도 제목은 하나님께서 이뤄 주시지 않으셨다. 40일까지는 못해 봤지만 21일까지는 금식 기도를 해 봤다. 1일 금식이나 3일 금식, 그리고 일주일 금식은 참으로 많이 해 본 것 같다.

금식 기도는 언제나 힘들다. 금식할 때는 사실 큰 문제들이 있으니 죽기 살기로 매달려 기도하는 것이다. 내 생애에 가장 특별한 금식 기도는 21일간의 장기 금식 기도가 아니었다.

몇 년 전 했던 3일 금식 기도가 오히려 참 특별했다. 그 당시 특별한 문제도 없고, 너무도 형통한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해서 드린 금식 기도였기에 특별했다. 사람들이 우리 가정을 보면서 참 행복한 가정이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자기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우리 가정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행복한 가정, 형통한 가정이었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 17:1)

비록 때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목회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부모·자식이 서로 사랑하며, 때로는 식후에 상대방이 더 많은 설거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현실 남매이지만 우애를 가지며 살아가는 모습들 모두가 행복이었다.
그래서 너무 평안해서, 너무 형통해서 금식을 작정하여 기도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

행복할 때 더 하나님 안에 있도록 금식하며 기도했고, 아무 문제없이 모든 것이 다 형통하다고 느껴졌기에 그때 금식 기도를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 안에 있음이 너무, 너무 감사해서 금식 기도를 했다. 그때 한 그 금식 기도가 내 생애 가장 특별한 금식 기도로 남는다.

아들도 합격, 딸도 합격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좋은 대학교, 좋은 과에 입학하여 공부하길 소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명문 대학교에 초점을 맞추지만 외국은 명문 대학교보다도 명문학과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 나라이든 명문학과를 꼽자면 당연 의학 계열이나 법학 계열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학과를 꼽는다면 그중에 하나가 바로 치과 대학이다. 이곳 뉴질랜드의 치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치아 2∼3개만 아파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갔다 오는 것이 훨씬 저렴할 때가 많다.
왜 그렇게 치과 비용이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유 하나를 든다면 경쟁률이 치열한 치대가 유일하게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뉴질랜드 대학교 중에서 치의학과가 있는 곳은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이다.

이 대학교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전통 있는 종합대학교로서 의학 계열이 유명하다. 그중에 치과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해마다 바뀌는 평가이지만 최고 점수를 받을 때는 세계 8위를 할 정도로 명성 있는 학과이다(2015년 QS 세계 대학교 전공별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 by Subject) 발표 :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치의학과는 9위, 오타고대학교의 치의학과(School of Dentistry)는 8위).

그 때문인지 이 대학교의 치의학과는 매년 경쟁률이 무척 세다.
뉴질랜드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 모여 의대, 치대를 목표로 도전한다. 대학교 1학년 때에 HSFY(Health Sciences First Year)를 통과해야 치대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해마다 정원은 다르지만 대략 2,6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경쟁을 한다. 그 가운데 치대 2학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은 60∼70여 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50% 정도는 유학생이나 대학교 졸업자, 원주민, 난민 등 다른 카테고리에서 선발하기에 실제로는 30∼40여 명 정도만 순수하게 1학년에서 선발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진학 과정이다. 우리 아들과 딸 모두가 이 과정을 뚫고 합격했다.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식 자랑이 아니다. 하나님 자랑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이 하셨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크리스천 부모들이 착각을 한다. 좋은 대학교, 좋은 학과에 합격하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안다. 물론 합격하면 좋지만 합격이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격이 실패가 되며 저주가 될 때가 많다. 자식이 좋은 곳에 합격하면 그것이 축복이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떠난 합격은 실패요, 저주다.

한국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주일에도 학원 수강을 한다.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주일까지도 학원에 가야 한다. 우선 좋은 대학교부터 합격하고 그다음에 하나님을 믿어도 되니 신앙생활은 대학교 후로 연기한다.

목사님이 자녀들을 그렇게 세상으로 빼돌린다.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들도 죄의 담대함을 얻어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자녀들을 하나님 안에서 세상으로 빼돌린다.

물론 일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주일 예배를 안 드리고 자식을 학원에 보내는 사모님이 있음을 들었다. 과연 예배도 드리지 않고 자식이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면 그것이 축복일까?

나는 아들딸의 대학교 합격을 통해서 하나님을 말해 주고 싶다.
역사와 환경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말해 주고 싶다. 합격에는 세상의 평가와 하나님의 평가가 있다. 세상의 평가는 우리에게 착각을 일으키는 속임수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세상의 합격이 아닌 하나님의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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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식
그리스도신학대학교(M.Div)와 침례신학대학교(D.Min)에서 공부했으며 청년사역과 다음세대 사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현재 뉴질랜드 대흥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크리스천 자녀교육에 대한 책 ‘하나님이 하셨어요’를 집필하였으며 그 내용을 본지에 연재함으로 다음세대를 어떻게 품어야 할지를 함께 공감하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