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소

요즘은 컴퓨터가 보편화되어있고 누구나 핸드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옛날에는 큰 대로변이나 관공서 근처에는 대서소라는 것이 있어 각종 민원서류를 대신 써주기도 하고 이력서, 추천서 등도 써 주시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팔에 팔토씨를 하시고 펜에 잉크를 묻혀 정성스레 쓰시는데 글씨가 마치 인쇄한 것 같았습니다. 옛날에는 미처 글쓰기나 읽기를 못 배우신 이들도 많아 대서소는 정말 꼭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대서소 한편에는 도장을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돋보기를 쓰시고 그 작은 도장면에 솜씨 좋게 이름을 새기셨지요. 옛날에는 도장이 정말 많이 쓰였습니다. 요즘이야 사인 하나면 될 일도 그때는 무슨 도장 찍을 일이 그렇게 많았는지…그리고 또 보증서나 보증인이 웬만한 일에는 다 필요했었습니다.

어릴 때 어른들께서 ‘절대 남에게 보증을 서주지 마라. 보증 서주면 집안 망한다’는 말씀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뭐 딱히 우리 집에는 보증 서줄 만한 그 무엇도 없었지만요.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학자금 융자를 받아야 했을 때, 어렵게 취직이 된 회사에서 보증 서류나 보증인을 모시고 오라고 할 때는 정말 큰 일이었습니다. 친척이며 가까운 친구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부탁을 드려도 머리를 저으시며 곤란해하실 뿐 누구 하나 쾌히 보증을 서주시는 분을 찾기는 아주 어려웠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