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지난번에 교회에서의 성경 하브루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오늘은 가정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실 거죠?
P: 김군은 유대인의 가정교육에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은가?
I: 자녀들이 부모님과 식탁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또 아이들이 잘 때 부모님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고 보기 좋더라구요.
P: 사실은 그것이 ‘슈마’라고 불리는 신명기 6장 4절에서 9절까지 나오는 유대인의 신앙교육 방식이라네.
I: 신명기 말씀에 보면 부지런히 자녀에게 가르치라고 하잖아요. 집에 앉았을 때, 길을 행할 때, 누웠을 때, 일어날 때 가르치라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부모를 잔소리 기계로 생각지 않을까요?
P: 먼저 잔소리와 가르침을 구분해야 할 것 같아. 신명기에서 가르친다는 단어는 ‘샤난’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예리하고 날카롭게 한다는 의미와 반복한다는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긴 단어일세.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해서 자녀의 마음에 새기도록 한다는 의미이지. 그래서 주체도, 기준도, 주제도 말씀이라네. 따라서 우리가 말씀을 읽고 배우지만 사실은 말씀이 우리를 읽고 삶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네. 그러기 위해 부모가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네.
I: 부모가 준비해야 할 것이라구요?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치면 되는 게 아닌가요?
P: 신명기에 나온 대로 특별히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해.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해. 믿음도 들음에서 나지. 귀(ear)가 열릴 때 들리고(hear) 그것이 마음(heart)에 새겨지는 법이지. 둘째는 인격적이신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야. ‘사랑하면 알게 된다’라는 말이 있어. 하나님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인격적인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성령님께서 말씀을 통해 들려주시는 음성을 들을 수 있다네. 셋째는 부모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네. ‘새긴다’의 히브리어 ‘하야’는 어떤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어떤 상태가 되어가는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차고 넘치도록 한다는 의미일세.
I: 그걸‘부모의 마인드 셋’으로 보면 될까요?
P: 좋은 표현일세. 자녀에게 가르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말씀에 대해 열려 있고, 하나님과 인격적인 깊은 관계 속에서 말씀으로 충만한 자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어떨 것 같은가? 아직도 부모의 가르침이 잔소리처럼 들릴까?
I: 그렇진 않을 것 같네요. 그런데 목사님 말씀을‘가르치는 것’과‘강론’하라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P:‘강론하다’의 히브리어 ‘다바르’가 성경에서 천 번 넘게 나와. 보통 ‘말하다’, ‘담화하다’, ‘명령하다’, ‘약속하다’, ‘노래하다’의 의미도 있는데, 본문에서 가장 어울리는 의미가 ‘담화하다’가 아닐까 생각해
I: 그런데 유대인들은 손목에 말씀의 태필린을 매고, 메주자를 미간에 붙이기도 하는데,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P: 김군. 혹시 이런 말 들어보았나?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켰다.”
I: 들어보았습니다.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더니, 그것이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켜줬다는 의미 아닌가요?
P: 맞네. 그들은 단지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말씀을 지키려고 했어. 물론 손과 미간의 상징적인 의미도 잘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의미를 넘어 실천으로 나아갈 때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율법을 문자대로 지키려고 했던 거야. 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마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기관 아닌가? 손에 태필린을 감는 이유는 마음에 새긴 하나님의 말씀을 행하라는 의미지만, 말씀을 피부로 느끼라는 의미도 있어. 또 미간은 지성과 판단을 상징하는데 거기에 말씀이 들어간 메주자를 붙임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게 하며 그것 역시 피부로 느끼라는 의미가 있지.
I: 그럼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하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P: 유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슈마’를 암송하고, 집을 나설 때 문설주에 매달린 ‘슈마’의 말씀에 키스를 하고 또 집에 돌아왔을 때도 키스를 해. 사실은 하나님이 순서대로 말씀을 주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네. 먼저 부모로 하여금 말씀을 마음으로 받게 하고, 다음으로 자녀들이 말씀을 피부에 접촉하게 하고,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면서 말씀을 눈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도록 한 것 정도로 말일세. 즉 마음뿐만 아니라 오감을 사용해서 말씀을 가까이하라는 의미이지.
I: 목사님! 현대 기독교 가정에서 어떻게 자녀와 성경 하브루타를 할 수 있을까요?
P: 우리가 밥상머리, 책상머리, 침상머리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밥상머리 교육이 식탁에서 하브루타를 하는 것이고, 책상머리 교육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공부의 목적과 비전을 세우며 하브루타로 공부하는 것이고, 침상머리 교육은 유대인의 ‘베드타임 스토리’처럼 잠자기 전 주님 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마음껏 받게 하는 것이지.
I: 예를 들어주시겠어요?
P: 가장 일상적인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 될 것 같은데, 식사하면서 하브루타를 하는 거야. 유대인들은 “음식이 없는 곳에 토라가 없다”라고 말하지. 먹을 때 마음도 푸근해지지. 우리의 목표가 자녀가 주님의 제자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해.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어.
하지만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원리는 유사해. 기독교 세계관이라고 하는데 먼저 하나님이 의도하시고, 계획하시고 창조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는 거야. 둘째는 어떤 부분이 하나님의 뜻과 다르게 되었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셋째는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 회복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 걸세. 이런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갖고 하브루타로 들어가는 거야.
예를 들면 최근에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라는 뉴스를 볼 때 (1) 하나님은 본래 인간이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셨지만 전쟁이 일어났어. 그래서 전쟁이란 것이 무엇인지? (2)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3) 전쟁에 대해 하나님의 마음은 어떤 지 찾아보고 (4)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5)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나누는 걸세. 물론 시간을 정해 놓았다면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고 그중에 하나나 두 개 정도로 나눔을 가질 수 있어.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일상과 뉴스가 다 하브루타의 소재가 되는 걸세. 그리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언제나 성경이 우리의 삶을 읽도록 하며,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신 지를 살펴보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거야.
I: 책상머리 교육과 침상머리 교육도 같은 방법으로 하나요?
P: 물론 방법은 유사하지만, 책상머리 교육의 경우 두 가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먼저 공부의 목적과 이유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이웃을 돕기 위한 것임을 되새기는 것과 둘째는 공부를 하브루타 방식으로 하는 거지. 침상머리 교육의 경우 대부분의 유대인 부모들은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하루의 일들을 나누기도 해.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인 부모들은 침상머리 교육을 책 한 권 읽어주는 것으로 오해해. 침상머리 교육은 책이 목적이 아니야. 책은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소통하는 도구라네. 그래서 다 읽어주기보다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의 나래를 펴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잠잘 수 있도록 해주는 거야. 그러면 아이의 정서가 풍부해져.
I: 지금까지 가정에서 성경하브루타를 하기 위해 부모의 준비와 밥상머리, 책상머리, 침상머리 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직 훈련되지 않은 가정이나 서먹서먹한 가정은 어떻게 하죠?
P: 가정에서 하브루타를 잘하려면 부모가 자녀를 훈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 봐야 해. 오늘날 가정의 많은 문제가 소통의 부재에서 나오지 않는가? 자녀를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르고 또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며 집착하기 때문이지. 자녀는 훈계의 대상이나 공부 기계, 또는 부모의 로봇이 아닌 하나님이 맡기신 하나님의 소유이며, 교회와 가정을 함께 섬기는 동역자로 봐야 해.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겠지?
오늘 목사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가정에서 성경 하브루타를 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마음으로 준비하고 하나님과 깊은 관계 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치열하게 율법을 지키려고 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가정에서 성경 하브루타는 부모가 자녀에게 기독교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자녀들이 세상에서 지혜롭게 살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