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축인 교회 학교 이야기

지난 호에 이어 필자가 섬기는 교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광명교회는 2000년 11월에 설립된 교회로 뉴질랜드에 있는 여느 교회처럼 이민 교회로서의 어려움과 역경들을 지나왔고 지나가는 교회이다. 필자는 2018년 10월 첫 주에 광명교회로 부임했다. 이제 만 4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간의 목회 중에 교회학교에 대해서 나누려고 한다.

한국에서 교육디렉터로 사역했고 군산드림교회라는 교회학교가 매우 활발하고 건강한 교회에 있다가 와서 부임했다. 그리고 광명교회의 교회학교를 처음 대했을 때, 드는 생각들이 있었다. 교회학교 시스템들이 아직은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부서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상태로 매달 얼마씩 재정이 지출되고 있었고, 교사로서 헌신자들은 많았지만 몇 년을 멀다하고 금세 그만두고 돌아가고, 다시 새로운 헌신자들이 교사로서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교회가 은혜가 있기에 좋은 헌신자들은 나오고 있었으나 이들을 잡아줄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필자가 와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던 것은 먼저 교회학교 부서의 부장을 세우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사역할 때는 부장이 없는 부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부장이 없는 교회의 상황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래서 새로이 부장들을 임명하고, 부장들이 매달 한 번씩 모이는 다음 세대 부장단 모임을 만들었다. 매달 한 번씩 부장들과 교역자들이 모여서 부서의 사역들을 나누고, 부서 간의 연계성을 다지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새로운 담임 목사가 왜 부장을 세우고, 부장단 모임을 월례회로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에 우리가 어떻게 이런 모임도 없고 부장도 없이 사역을 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하게도 다음 세대 평신도 사역자들이 시스템을 이해한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한 것이 교회학교의 예산 편성이었다. 매달 필요한 대로 재정국에 청구하여 받아서 사역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일 년간의 사역을 계획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규모 있게 사역을 진행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도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사역 시스템이 되었고 예산 안에서 교회학교의 자율성을 최대로 허락하여 사역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 전체의 예산이 줄어도 절대로 교회학교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지난 4년 간을 볼 때 예산은 계속해서 늘고 있고 해당 예산의 필요성을 교회 앞에, 당회에서 같이 나누며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다.

최근에는 참으로 감사한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광명교회는 매주 금요일 기도회가 있다. 부임 당시에 금요 기도회의 참석자는 장년부가 전부였다. 청소년, 청년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필자가 부임하기 전에 면접 설교를 하러 왔을 때에도 금요 기도회처럼 기획한 특별 주일 저녁 기도회에 단 한 명의 청년도 청소년도 오지 않았다. 앞으로 교회의 영적 리더가 어떤 사람이 올지에 대해서 사실 다음 세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금요 기도회 참석자의 절반이 청년, 청소년이다.

매주 가득 차는 금요 기도회 자리에 장년뿐만 아니라, 청년과 청소년들이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듣는 모습이 단 위에 설 때마다 설레게 하고 감사하게 만든다.

청소년부 수련회는 2박 3일 하다가 3박 4일로 늘려달라고 해서 올해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4박 5일, 혹은 5박 6일 하게 해 달라고 하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감사한 것은 Westlake Boys High School에서 아이들 자체적으로 큐티 모임이 생겼다는 것이다. 교역자도 교회도, 어느 누구도 제안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건만 아이들 스스로 큐티 모임을 만들어서 매주 모여서 큐티한 것들을 나눈다. 혹 큐티 하지 않고 온 아이가 있다면 그 친구는 전도하는 것이 벌칙(?)이란다.

담임 목회자로 볼 때 얼마나 이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최근에는 Kristin School에 다니는 청소년부 학생이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전체 학생들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내서 기도 모임을 하겠다며 모임 초청을 위한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자신과 교회 청소년부 동생만 기도 모임에 올 것 같았다고 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첫 모임 때, 선생님 한 명을 포함하여 10명 정도가 모여서 기도 모임을 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역시나 이것도 교역자나 교회가 권면한 적이 없다. 그 청소년부 학생 스스로 하나님이 주신 마음 따라 순종한 것이다.

청년부들도 매주 오전 11시 30분에 근처 카페에서 모여서 자체적으로 성경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모여서 성경을 읽고 교회로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고 오후 1시 30분에 있는 청년부 예배에 참석한다. 그리고 주일 저녁 7시에 다시 자체적으로 기도 모임을 만들어 기도하고 있다. 역시나 이것도 교역자가 만들라고 한 적이 없다. 청년들이 주일에 그렇게 말씀 모임, 기도 모임을 만들어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현재 필자가 청년부도 섬기고 있다. 청년부 사역자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 사역자를 구하지 못해서 담임 목사가 거의 만 2년간 청년부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사한 소식이 들리니 힘들어도 기쁘게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부는 수련회를 계획했다가 코로나 확진자들이 생겨서 수련회 둘째 날 저녁부터 청년들이 집으로 돌아갔고, 결국 셋째 날 아침에는 수련회 전체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주 강사로 말씀을 여섯 번이나 전해야 했는데 하필 그 주에 코로나에 걸려 온라인으로 첫날 저녁 집회 설교하고는 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청년부 수련회는 막을 내렸고 모두 철수하여 끝났다.

그런데 이 청년들이 두어 달 지나자 다시 수련회 2.0을 하자고 졸라서 “못다 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무박 3일 수련회를 교회에서 진행했다.
초기 2년 정도는 새벽 기도 시 절대로 보지 못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매일 짝을 지어 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대학교 학기 시작 전에 했던 청년부 자체 특별 새벽기도회에 청년부 거의 전체가 참석하여 어른들을 놀래킨 적이 있다.

광명교회는 주일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그때까지 집회나 예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오후 1시 30분 예배 후, 5시 정도까지 목장 모임하고, 자기들끼리 저녁 먹고, 주일 밤 11시까지 교회에서 머물고 교제하고 논다. 사택이 교회에 붙어 있는 필자에게 청년들이 와서 죄송한 표정으로 묻는다.

“목사님, 저희가 주일 밤까지 너무 떠들어서 시끄럽지 않으세요?” 맞다. 시끄럽다. 그런데 나는 너무나 기쁘고 좋다.
“애들아, 마음껏 교제하고 지내렴. 배고프면 요리도 해 먹고, 필요하면 교회 모든 시설과 장비들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단다. 목사님은 청년들이 이렇게 교회에서 머물고 지내는 모습이 참으로 좋단다. 시끄럽지만 시끄럽지 않단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 청년들이 기도회도 만들고, 말씀 모임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시험 기간에 교회 와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청소년부 교역자에게 말했다.

“목사님, 아예 교회 부엌에 청소년부 아이들을 위해 햇반, 컵라면, 과자, 음료 등 먹을 것들을 준비해 놓으세요. 언제든지 아이들이 와서 먹고 공부할 수 있도록이요.”

이런 분위기와 지원 속에서 교회학교는 조금씩 성장의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들이 교회에서 좋게 좋게 들리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먼저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교회 전체가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적으로 모두 상황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과 진심으로 대하는 말과 행동들이 같이 간다면 교회마다 주시는 특별한 은혜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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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재
총신대학교 목회학 석사, 싸우스웨스턴 신학교 MATh (성경언어, 성경신학), 뉴질랜드 광명교회 담임. “건강한 교회, 성경적 사역”에 가치를 두는 목회자로 다음 세대 신앙 교육에 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