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브루타를 어떻게 하나요?

I:목사님! 지난번에 가정과 교회에서 하브루타 하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하려는 성경 하브루타를 학교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P: 아이들이 하브루타 하면서 성경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처럼 학교공부도 즐겁게 할수 있다네. 김군은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교실이 어땠으면 좋겠나?

I: 저는 교실이 아이들의‘생각 놀이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P: ‘생각 놀이터’라고?

I: 아이들이 교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스스로 찾아가고, 또 그것을 친구들과 놀듯이 나누는‘생각 놀이터’입니다.
P: 아주 좋은 표현이네. 생각 놀이터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I: 저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첫째는 지난 번에 목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꼭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고 교안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수업방식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식 수업입니다. 여기서 쌍방통행은 선생님과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아이들끼리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P: 짧은 시간에 진도도 나가야 할 텐데, 어떻게 그런 쌍방향 소통을 하며 수업을 할 수 있지?

I: 제 생각엔 아이들이 질문 만들기를 예습으로 해오고, 선생님은 학교에서 배경 설명이나 원리 정도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하브루타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P: 좋은 생각일세. 하브루타의 핵심이 질문하고, 대화하고 스스로 하는 것인데, 학교 수업에서 아이들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더 깊은 지식세계를 알아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 그런데 아이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교실이 너무 혼란스럽거나 교사의 역할이 애매하지 않을까?

I: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을 만들면 일단 규칙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게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은 더 바쁠 것 같은데요? 어떤 그룹은 가르침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그룹에겐 안내자로, 또 어떤 그룹에겐 촉진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P: 김군은 벌써 하브루타 전문교사가 다 되었네.

I: 그런데 목사님! 현실적으로 한국교실에서 질문 만들기는 스스로 한다고 하지만 토론시간은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진도 때문일 것 같아요.
P: 그 점이 학교교육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지. 유대인 격언에 이런 말이 있어 “평범한 사람은 눈 앞에 보이는 산을 보지만, 비범한 사람은 산 너머의 능선을 본다”는 말인데, 사실 모든 지식은 ‘그것을 꿰뚫어보는 지혜’’에 달려있다고 보네. 자네 혹시 ‘보다’를 의미하는 한자(漢字(한자)는 뭐가 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

I: 보일 시(示), 볼 견(見), 볼 관(觀) 정도가 생각나네요.
P: 일단 그 세 개를 갖고 이야기 하세. ‘보일 시’는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지. 그래서 ‘어디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여. 그래서 ‘시각의 차이’가 생기지. ‘볼 견’은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갖고 일부러 찾아보는 거야. 그것은 선입견이나 개인적 생각, 또는 해석이 들어가지. 같은 것을 보아도 생각과 해석에 따라 다르게 말하기 때문에 ‘견해의 차이가 생기지. 그런데 혹시 자네 ‘관점의 차이’라는 말을 아는가?

I: 생각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P: 그렇지 ‘관(觀)’은 어떤 것을 꿰뚫어 보는 것을 의미해. 그래서 관찰이란 것은 보이는 대로 보거나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런 지를 깊이 살펴보는 거야. 때로는 그것이 ‘세계관’과도 연관되어 있다네. ‘관점의 차이’에 따라 세계관이나 이념의 차이가 나는 이유지.

I: 그럼 학교공부를 할 때 우리가 하브루타에서 배운 것처럼 속을 꿰뚫어보려고 해야겠네요?
P: 그렇지. 누구나 책을 많이 읽고 오래 공부한다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누가 얼마나 핵심을 꿰뚫어보고 원리를 이해하고, 쓰임새가 어떤 지를 파악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네.

I: 목사님! 지금까지 학교교육에서 쌍방향 소통의 중요성과 꿰뚫어 보는 능력에 대해 나누었는데요. 구체적으로 학교공부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도 말씀해주세요.
P: 나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네. 첫째는 마인드셋(mindset)이야. 마인드 셋이란 말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캐럴 드웩 교수가 마인드셋(Mindset)이란 책을 쓰면서 많이 사용됐지.
그는 이 책에서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을 비교해. 고정형 사고방식이란 천부적인 재능 유무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고정형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일이나 자기가 생각하기에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려해.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가진 사람과 유사한 사람이야.
그런데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어떤 일에 도전하면서 꾸준히 연습한다네. 자기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난 그 말이 참 마음에 들더라구.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이웃을 섬기는 가치를 알려주고 그것을 비전으로 품게 하는 거야. 그리고 공부의 의미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라고 동기부여 해서 마인드셋을 하도록 하는 거지.

I: 마인드셋이 아주 중요한 거네요.
P: 그렇지. 옛 말에도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나. 그게 영어로 마인드셋이고.

I: 그럼 목사님의 두 번째 제안은 무엇인가요?
P: 마인드맵(mind map)을 그리는 거야.

I: 마인드셋과 마인드맵, 외우기도 쉬운데요? 공부를 마인드맵으로 한다는 말인가요?
P: 그렇지. 우리가 성경하브루타에서 배운 것이 무엇인가? 질문하기, 대화하기, 스스로하기 아닌가? 오늘의 학교수업 환경에서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면, 자네가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예습으로 질문을 만들고 수업을 통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거야. 그런데 이런 방법은 어떤가? 예습을 하든, 수업을 듣든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는 거야.

I: 능동적인 학습자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요?
P: 그냥 듣기만 하는 학습자가 아니라 메모하고, 정리하고, 범주화하고, 질문을 만드는 거지. 그것이 마인드맵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네.

I: 어떻게 마인드맵을 그리죠?
P: 마인드맵의 중심에 주제를 쓴 다음, 가지를 여러 개 만드는 거야. 첫번째 가지에는 정보를 넣고, 두번째 가지에는 근거나 이유, 또는 원리들을 넣으면 좋겠지. 세번째 가지에는 사례, 적용점들을 넣고, 네번째 가지에는 질문, 또는 내 생각을 넣는 거지. 물론 가지를 더 뽑아서 역사, 지역, 문화 등등의 주변지식들까지 알아보는 거야.

I: 그럼 공부할 내용보다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요?
P: 본래 지식이란 단순히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때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법이라네. 그리고 나무만 보는 사람과 숲 전체를 보고 나무를 보는 사람의 통찰력은 다르겠지?

오늘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성경 하브루타를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공부에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현재의 학교 교육 시스템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탐험한다는 마음으로 마인드셋을 하고 마인드맵을 사용해서 공부하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탁월한 지혜자들이 될 것 같다.
특히 마인드맵은 단편적인 지식에 머무를 수 있는 학교 교재를 ‘나만의 퍼즐 맞추기’ 활동으로 만들어 재미와 통찰력을 동시에 얻게 하는 지식탐구 여행으로 보였다.